지난 기획/특집

[그때 교회를 아십니까?] 21 본보 통해 보는 한국교회 그 때 그 모습

이윤자 취재국장
입력일 2012-04-03 수정일 2012-04-03 발행일 1996-11-03 제 2026호 1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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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설서화의 해독은 마약 이상 가공한 것
이러한 죄악적 출판물을 엄단하라!
1952년 4월10일자

1952년 4월10일자 천주교회보 1면 머릿기사는 그 어느때보다 강력한 어투의 경고성 기사로 장식됐다. 뉴욕발 NCWC 통신으로 들어온 이 기사는 출판 포교 바오로회의 회원이자 당시 미국 워싱톤 성 바오로대학의 교수인 제임스A 막반 신부가 바오로회 월간지 「인포메이숀」지에 게재한 것을 인용한 것.

다음은 기사의 중심 줄거리. 『제임스 A 막반 신부는「현재 미국의 학생간에 마약 이상으로 퍼지고 있는 추잡한 色情(색정) 회화 등 惡書(악서)의 판매금지 무기로서 강력한 법률의 제정과 개인적 항의와 지방적 뽀이코트 운동을 일으켜야 할 것」』이라고 역설하였다.

막반 신부가 에로서적 출판자들을 대상으로 항의한 激怒(격노)는 『미국에서 8세에서 대학생까지 청소년에게 매일 3만 내지 6만부의 악서가 傳播(전파)되고 있는 현상이며 이러한 죄악적 출판물과 투쟁하기 위해서는 제 출판업자들이 법정에 旣(기) 主犯(주범)한 사실의 심리를 받는 동안 금후 더 추악한 출판물 판매를 방지하는 대책으로서 「HR 5850」 법령의 통과를 촉진 시켜야 한다』는 내용으로 구성되어 있다.

「HR 5850」 법령은 당시 미주리주(洲)의 프랭크 M 카투스텐 의원이 분과위원장으로 있던 郵政民政委員會(우정민정위원회)에 제출되어 심의중에 있는 법령. 이 기사를 검토해 보면 당시 외설에 대한 취급법이 명백히 존재함에도 불구하고 이를 시행하는데 있어 관리감독의 부족과 적은 벌금 등이 장애요인이 되고 있다는 사실을 지적하고 있다.

같은 해 9월5일자 역시 비속한 영화광고 단속을 촉구하는 마닐라 발(發) NC통신 기자가 게재돼 눈길을 끈다. 당시 비율빈의 영화평론가위원회는 그 관할권을 영화광고상에까지 확장하려고 노력하고 있다는 것이 기사의 초점. 기사는 그 이유로 「각지의 영화광고가 거의 卑俗(비속)하고 유혹적이며 종종 煽情的(선정적)인 것으로 간주되고 있기 때문」이라고 밝히고 있다.

기사가 게재되던 52년 당시 한국의 상황은 전쟁의 참화가 미처 가시지 않은, 혼돈의 상태였음은 미루어 짐작할 수 있다. 이 기사와 더불어 나란히 게재된 우방국민들의 구제품 분배 관련기사는 바로 당시 한국의 상황을 적나라하게 보여주는 한 예라 할 수 있다.

그로부터 45년여의 세월이 흐른 지금도 당시의 기사들이 전혀 새롭지 않게 다가오는 것은 참으로 역설적이라 하지 않을 수 없다. 이미 오랜 세월이 지난 지금에 와서 똑같은 문제로 고민에 빠진 것이 바로 우리사회의 처지이자 입장이기 때문이다.

최근 우리의 청소년들은 공륜의 사전심의가 위헌이라는 헌법재판소의 결정과 함께 무차별적인 대중문화의 공격에 대책도 없이 내던져지고 말았다. 외설과 폭력이 아무런 보호 장치 없이 미화되고 치장되어 양산되고 있는 오늘의 상황 속에서 현재의 판결은 우리의 암담한 현실을 확인시켜 주는 또 하나의 상징인 것은 의심의 여지가 없다.

어디 그 뿐인가. 책임과 의무감이 실종된 채 쏟아져 나오는 음란성 출판물 역시 손 쓸 여지없이 마구잡이로 확산추세에 있다는 소식이다. 비단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기는 하지만 외설 출판물과 폭력물이 주류를 이루고 있는 서점가와 비디오가의 현실은 모든 견제가 아무런 준비 없이 고삐가 풀리는 와중에서 더욱 기승을 부릴 것은 불 보듯 뻔한 일이 아닐 수 없다.

실제로 우리 앞에 닥치고 있는 이 엄연한 현실 앞에 과연 우리 교회는 어떤 처방과 대책으로 마주해야 하는가. 45년 전 외국의 사례로 선보인 「왜설 서화의 해독」을 우리의 현실로 마주한 오늘, 우리는 여전히 구호성 짙은 고발기사로만 신문을 장식하고 있음에 문득 놀라게 된다.

이윤자 취재국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