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린마당

[정홍규 신부 환경칼럼-환경과 창조] 189 포스트모던 영성을 향하여

정홍규 신부ㆍ우리농촌살리기 대구 본부장
입력일 2012-02-27 14:08:44 수정일 2012-02-27 14:08:44 발행일 1996-01-01 제 1985호 19면
스크랩아이콘
인쇄아이콘
 
            
대희년 2000년, 우리에게 절실히 요구되는 것은 새로운 감수성, 새로운 가치관, 다시 말해 새로운 세계관이다. 그런데 문제는 우리의 감수성이다. 왜냐하면 세상은 완전히 달라졌는데 우리의 생각, 감성, 관념들은 여전히 구태의연한 과거에 매달려 있다.

고물이 된 정치 세력, 정당들, 문어발식 다국적 기업들, 언론 재벌들 그리고 고등종교들이 구닥다리 사고들은 떨쳐버리지 못하고 오히려 뒷걸음치고 있다. 우리 종교도 제 2차 바티칸 공의회 정신으로 세상에 열려있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뒷짐을 지고 하늘만 쳐다보고 있는 것 같다.

이제 더 이상 로마나 유럽에서 수입해온 신학이나 신심활동을 우리에게 이식할 수 없다. 그네들이 우리보다 낫단 말인가? 서구 전통의 기계론적 세계관이 아니라 모두가 하나로 이어지는 전체, 비기계론적 세계관이 아니던가.

이제부터 그들이 우리에게 배워야 한다. 최근에 그네들이 동양의 신비주의적 종교에 심취하는 것도 우연한 일은 아니다. 그야말로 세기 말, 2000년을 4년 앞두고 현대에서 포스트모던 (Post Modern) 영성으로의 모형 전환은 이렇게도 생각해 볼 수 있다.

인간 중심적에서 우주론적으로, 유일신에서 만유내재 신으로, 왼쪽 두뇌(분석적)에서 양쪽 두뇌(종합적)로, 이성주의에서 신비주의로, 가부장제에서 여성환경주의로, 역사적 예수에 대한 추구에서 우주적 그리스도로, 직선에서 나선형으로, 지식에서 지혜로, 야곱의 사다리 오르기에서 춤 추는 사라의 춤으로, 이원론에서 변증법적 사고로, 하늘에 계신 하느님에서 우주적 그리스도 신학의 신비주의로, 유럽 중심주의에서 황인과 흑인으로, 현대에서 현재 이전, 포스트 모던의 영성으로, 묵시록에서 창세기로, 백인 교황에서 흑인 교황으로, 세상으로부터의 도피에서 사회적 개인적 변화에 대한 열정으로, 무엇보다도 녹색종교로.

과학자 그레고리 메이트든은 최근 그의 저서에서 다음과 같이 질문하였다.『인류는 천천히 썩어가는 종교와 교육으로 제 마음을 부패시키고 있는가?』

우리의 마음이 종교 자체로 썩어들어가고 있다면 그것은 종교가 핵심 즉 신비로운 우주론의 경험을 잃었기 때문이다. 교육도 마찬가지이다. 아인슈타인의 주장처럼 종교는 과학이 필요하고 과학은 종교가 필요하다. 우리 지구에 대한 2000년의 최고의 희망은 살아있는 신비로운 우주론의 회복이다.

정홍규 신부ㆍ우리농촌살리기 대구 본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