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래땅에서 「포철」을 일군 정신으로 한국인의 긍지를 심습니다』
중국 장가항의 포항제철 불수강(스테인레스) 공장 건설을 총괄하고 있는 최재완(사도 요한)씨. 검게 그을린 얼굴빛이 현장의 척박함을 짐작케 한다.
장가항의 냉연공장 건설사업은 포철이 중국, 베트남, 인도네시아, 베네수엘라 등지에서 추진하고 있는 해외사업 분야의 20여 개 프로젝트 가운데 최대 규모다. 총 투자비만 1억6천7백만 불에 달한다. 현지에서 추진되고 있는 일본·독일 등 다른 나라들의 사업과 비교해서도 단연 으뜸이다.
최재완씨의 현지 공식 직함은 상무부총경리. 우리 말로 하면 수석 부사장쯤 된다. 한국에서 파견된 15명의 관리 및 기술 분야 전문가들과 함께 공장 건설은 물론, 3백여 명의 현지 고용인들에 대한 교육을 총괄하는 것이 그의 임무다.
지난 4월 공사를 시작해 내년 12월 완공 예정인 이 공장은 연간 생산량 11만 톤에 달하는 대 역사다. 국내 관련 업체인 삼미특수강과 인천제철의 연간 생산량이 각각 18만 톤과 16만 톤이고 대한전선이 11만 톤 규모인 것을 감안하면 짐작이 간다. 완공되면 2천억 원의 연간 매출을 올릴 것으로 전망된다.
『현지인들과의 의사 소통이 가장 어렵습니다. 또 그 곳 사람들의 사고방식이나 몸에 밴 습관들이 우리와 너무 달라 어려움을 겪을 때가 많습니다』
그러나 최씨가 이 모든 어려움을 이겨내는 데는 신앙이 큰 힘이 된다. 매 주일마다 3시간 거리에 있는 상해 한인공동체(지도=정석수 신부) 미사에 참례하고 한국인들과의 만남을 통해 고충을 나누고 새로운 힘을 얻곤 한다.
『시간이 갈수록 매 주일 참례하기가 힘들어 가장 안타깝습니다. 이런 저런 사정을 다 아시는 신부님의 배려와 격려가 큰 힘이 되어 줍니다』
12만 평 대지에 서게 될 공장은 현재 지하 22미터 깊이에 말뚝을 박는 기초 공사가 한창이다. 금년 말까지 토목건축 공사가 끝나면 내년부터 기계 설비 작업이 진행될 예정.
짝교우 교리를 받고 작년 부활절에 영세한 최씨는 「이제 막 걸음마하는 신앙이지만 그만큼 순수하고 열심한 마음으로 매사에 임하고 있다」고 말한다. 최 본부장은 포항제철이 지난 91년에 완공한 제1스테인레스 공장과 5천억 원을 투입해 작년 8월 완공한 제2공장 건설에도 참여한 바 있다.
74년에 포항제철에 입사, 23년째 근무하고 있으며 장미화(까리따스)씨와의 사이에 1남 1녀를 두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