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합

2백주 맞는 가톨릭 여성 - 여성이 보는 여성사도직의 문제

엄영애ㆍ수원교구 여성회
입력일 2011-05-16 15:41:52 수정일 2011-05-16 15:41:52 발행일 1982-10-03 제 1324호 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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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여성의 「소리」나올 때
여성지도자 능력 계발 시급
여성 조직 재정비·강화해야
그리스도의 구원사업에 과감히 뛰어들도록
『아녀자의 소리가 대문 밖으로 나가서는 안된다』는 봉건적 여성 속박의 계울이나 『여자들은 교회안에서 잠잠하라』는 바오로 사도의 가르침보다 더 높고 위대한 예수 그리스도 자신의 죽음을 통한 인간 회복의 구원 사업에 힘입어 오랜 침묵을 깨고 가톨릭 여성의 소리가 나와야 할 때라고 생각한다.

첫째, 교회안에서 性 차별의 성서적 근거라고 하는 바오로 사도의 여성관은 바오로 사도 자신이 당시 유대사회의 풍토였던 철저한 가부장 제도의 관습과 전통을 극복 하지 못하고 있는 것을 꼬린 토전서7·39, 11·3, 11·7~9, 14·34에서 보게 된다. 그러나 아내에게 남편으로 할 일을 다하고 아내도 그와 같이 남편에게 아내로서 할 일을 하십시오』(Ⅰ 꼬린토 7·3~4) 『아내는 남편과 헤어져서는 안됩니다. …또 남편도 자기 아내를 버라면 안됩니다』 (Ⅰ꼬 7·10~11) 『주님을 믿는 세계에서는 여자나 남자나 다같이 상대에게 속해 있읍니다』 (Ⅰ꼬 11·11~12, 7·32~43) 『유대인이나 그리이스인이나 종이나 자유인이나 남자나 여자나 아무런 차별이 없읍니다. 그리스도 예수안에서 한 몸을 이루었기 때문입니다』 (갈라디아 3 · 28)에서 보는바와 같이 신학적 측면에서는 그리스도안에서 남자와 여자의 상호 의존성과 동등성을 강조 하고 있다.

같은 사회, 문화적 풍토에서 성차별을 근본적으로 배척한 예수의 자세는 당시로서는 혁명적인 것이었다.

둘째, 「바티깐」 공의회가 시대의 표지로서 여성 문제를 다루는 데에 인색했고 마리아 신학이 여성 신학으로까지 발전하지 못한데 대하여 유감스럽다고 할 것이나 세계적으로 교회 여성 해방 운동이 대체로 「바티깐」 공의회 이 후인 60년대에 제기 되었다가 70년대에 와서 활발하게 전개되고 있음을 볼때 이제라도 가톨릭 여성의 자각이 있다면 그렇게 많이 뒤떨어진 것만은 아닐 것이다.

1960년대부터 대두된 여성 신학은 여성의 동등성, 인간적인 존엄성, 정당한 권리와 세력의 추구, 성서적 교훈과 전통적 강요에 대한 저항 등을 내용으로하며 개혁적 여성 신학과 혁명적 여성 신학으로 크게 구분 된다.

개혁적 여성 신학은 기독교 신앙의 본질은 갈라디아 3장 28절의 선언과 같이 『그리스도 안에서 남자나 여자나 아무런 차별이 없다』는 것이며 성서와 교회 전등은 남성 지배의 가부장 제도를 지지해 온 것은 사실이나 그것은 문화적 배경에서 기독교 본질이 왜곡되어진 현상이며 성서를 어떻게 해석하느냐에 달렸다고 보는 입장이다.

반대로 혁명적 여성 신학은 초월적 존재인 하느님을 남성적으로 표현하면서 매일 매일 반복되는 기도와 예배에서 남성의 여성 지배를 합리화, 정당화하는 철저한 가부장제적 기독교의 본질 안에는 남자와 여자 간의 지배와 종속의 계급주의가 존재한다고 보는 것이다. 교회 안에서 남녀 평등과 동등한 권리를 주장하게 되면 하느님의 창조 질서를 파괴하고 기독교의 본질과 신앙을 파괴하는 것으로 보기 때문에 여성 해방의 입장에서 보면 기독교는 개혁 불가능의 종교이며 따라서 교회 안에서 2등 계급으로 살아가기 보다는 교회 밖으로 뛰쳐나가야 한다는 결론을 갖는 것이다.

가톨릭의 여성 해방 운동은 「바티깐」 공의회에서 남자 신학자들에 의하여 여성의 신학적 위치가 제고되어져야 한다는 청원서 제출을 비롯하여 여성도 성직자가 될 수 있어야 한다는 요구 등이 대두 되었다.

셋째, 초기의 한국 천주교회는 이 조사회의 가혹한 여성 속박의 관습 속에서 과감하게 남녀 평등의 사상을 심어주고 이를 실천함으로써 피 압박자인 여성들은 기독교를 해방의 복음으로 받아들이고 생명을 바치면서 신앙을 지키게 되었다. 그러나 이 땅에 기독교 신앙의 자유가 주어 지면서 교회는 체계를 갖추고 사회전반에 급속한 세력을 심고자 자연 · 사회 제도 및 관습에 크게 적응함으로 해서 남존 여비의 사상이 차츰 교회 안에서 자리를 굳히게 되었다.

따라서 여성 단체가 교회 안에서 싹이트고 자라기에는 불리한 조건이었고 뒤늦게 탄생한 전국 가톨릭 여성연합회가 오늘날 질시의 대상이 되게 된 그 1차적인 원인이 여성 지도자들의 부족한 능력에 있었다고도 본다. 그러나 그 무능력 역시 여성들에게 조직 활동의 기회와 균등한 교육의 기회가 적게 주어진 사회풍토적 소산이라고도 볼 수 있다.

또 다른 원인은 교계가 여성단체를 교계의 틀안에 묶어 두고자 하며 독자적인 활동을 두려워하거나 어떤 실수들을 이해하고 격려하기 보다는 기혹한 비판을 더 많이 한데도 있지 않았는가 반성해 봐야 할 것이다.

넷째, 가톨릭 여성 지도자들은 교회안에서 지배, 복종의 性 차별을 타파하는것이 여성 사도직의 당면 과제라고 보지 않는다.

남자나 여자나 교회의 구성원으로서 책임과 역할을 분담하여 교회 사업에서 같이 일해야 한다고 생각하며 여성 지도자의 능력을 개발하고 조직적 사도직을 수행하기 위하여 여성 조직을 재정비 강화하는 것이 시급한 당면 과제라고 본다. 또한 가톨릭 여성 단체의 이미지를 개선하고 가톨릭 여성들의 관심과 활력을 찾아 교회 사업에 적극적인 참여로 유도하는 일도 중요하다고 본다.

그러나 조직의 문제에서는 간단 하지가 않다. 외국의 경우, 가톨릭 여성 조직은 그리스도의 복음을 전파하고 사회 질서를 그리스도교화 하기 위한 가톨릭 여성 운동 (Movement’ bewegung) 이며 따라서 조직의 성격이 가톨릭 여성 연맹인 (Alliance, Bund) 단체가 있는가 하면 우리 나라와 같이 협의체적인 성격도 있다.

한국 가톨릭 여성 단체가 해야할 역할의 촛점이 전교와 현 사회질서의 그리스도 교화로 모아진다면 공동의 목적을 위해 단합된 조직인 운동적 연맹의 성격이 효과적이며 사회 안에서 영향력이 클 것이나 본당과 교구의 특수성이 강조되고 교회 내부적인 역할이 여성 단체에게 중요하다고 한다면 소극적이고 에너지의 분산이 되겠지만 현재와 같은 협의체 성격이 적합할 것이다.

아울러 여성 단체가 해야할 사회적 활동으로 첫째 선교 활동을 들 수 있겠다. 선교 활동은 개인선교 · 대중선교 · 여성선교 · 외방선교 등을 일 컬을수 있겠다.

둘째 사회정의 · 약자와의 연대성 · 자선사업 · 환경보존 등의 사회활동, 셋째 남녀평등문제 모성보건문제 (낙태 · 피임등) 여성지도자양성 · 여성신학 및 여성해방운동 이론의 연구 등이다.

위와 같은 사회적 과제들을 앞에 놓고 여성 조직의 성격 및 구조에 대한 재검토가 교계 각 계층으로부터 있어야 하며 통합된 결정이 나와야 할 것이다.

엄영애ㆍ수원교구 여성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