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교부 장관과 서울대 총장을 역임한 윤천주씨(78)가 김수환 추기경으로부터 세례를 받고 새롭게 태어났다.
지난 12월 18일 오전 11시 서울 혜화동 주교관 성당에서 세례성사와 견진성사를 통해 신자가 된 윤장관은 토마스 아퀴나스란 세례명으로 주님의 새로운 자녀가 됐다. 이날 예식은 실로 6년만에 지켜진 약속. 김추기경은 6년전 우연한 기회에 윤장관을 만난 자리에서 아직 신자가 아니란 얘기를 듣고 선뜻 세례주겠다는 뜻을 전했다. 어머니가 독실한 불교신자였던 관계로 부인 이정희(마리아) 여사가 가톨릭 신자임에도 세례를 받지 못했던 윤장관은 추기경의 뜻을 전해듣고 마음의 준비가 되면 받겠다고 응답했다고.
그후 지난 10월 29일 김추기경이 서울대로부터 명예철학박사 학위를 수여받을 때 옆자리에 앉게된 윤장관은 『6년전 약속이 아직 유효하냐』고 물헜으며 이에 추기경은 『세례를 주겠다』고 답해 이날 세례를 받게 됐다.
김수환 추기경은 미사 강론에서 주님의 새 식구가 된 윤장관과 그의 가족들에게 축하의 말을 전하며 『어머니께서 열심한 불도였기 때문에 윤장관이 지금까지 신자가 되지 못했지만 돌아가신 어머니도 이 사실을 알면 매우 기뻐하실 것』이라면서 『고령의 나이지만 세례성사를 통해 영적으로는 새 사람으로 태어난 윤장관이 그리스도와 함께 사는 기쁨을 느끼며 충실한 신앙인이 되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윤천주 장관은 세례받은 소감을 묻는 질문에 『새로운 세상이 보이는 것 같다』며 『지금까지는 못했지만 앞으로 열심한 신앙인으로 살겠다』고 밝혔다.
또한 이날 남편을 지켜보며 내내 기쁨을 감추지 않은 부인 이정희(마리아) 여사는 『54년간 남편과 함께 살면서 오늘같이 기쁜 날은 없었다』고 감격해했다.
1921년 경북 선산에서 출생한 윤장관은 동경대 수학, 서울대 정외과를 졸업하고, 고려대 정외과 교수, 고려대 정경대 학장, 64~65년 문교부 장관, 부산대 총장, 그리고 75~79년 서울대 총장을 역임했다. 그는 투표행태에 관한 연구로 정치행태주의를 국내에 처음 소개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