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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칼럼] 정보화의 그늘 / 이주연

이주연(인천지사장)
입력일 2001-04-22 03:32:00 수정일 2001-04-22 03:32:00 발행일 2001-04-22 제 2246호 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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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쪽으론 마라도, 동쪽으로는 독도, 서쪽으로는 백령도까지 인터넷이 보급돼 있고 서울에서 거제까지 이어진 정보고속도로 그리고 400만명에 달하는 초고속 인터넷 인구수 등을 볼 때 작금의 한국은 정보화 강국임을 자부하기에 충분하다.

최근 미국 인터넷 조사회사 '닐슨-넷레이팅스'가 한국, 미국, 일본 등 세계 21개국 인터넷 사용자 15만명을 대상으로 지난 한달간 가정에서의 인터넷 사용 시간을 조사한 결과 한국이 16시간 17분으로 가장 길었다. 한번 접속했을 때 평균 검색 페이지 수도 한국이 96쪽으로 가장 많았으며 검색시간도 46분 35초로 최장이었다. 인터넷 사용 전체인구는 세계4위를 기록한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이러한 일상화된(?) 정보화의 홍수 속에서 그 혜택을 누리지 못하고 그늘 속에 파묻혀 있는 소외계층이 1000만명에 이르고 있다는 것에 대해서는 어떻게 얘기할 수 있을까.

21세기를 맞는 전 세계의 화두 중 하나가 '정보화'로 모아지고 있는 상황에서 '정보격차 해소' 역시 그에 못지않는 관심사로 부각되고 있다. 정보격차(Digital Divide)는 유익한 정보에 접근하고 이를 이용하는 과정에서 계층, 연령, 성별간 나타나는 불평등 현상을 말한다.

이 정보격차에 세계 모든 나라들이 귀추를 모으는 것은 아무리 디지털 혁명의 물결을 기회로 잡아 지식 정보 강국을 만들어 놓는다 하더라도 정보 소외 계층이 늘어난다는 것은 정보격차에 따라 세대, 지역, 빈부간 갈등이 증폭될 수 있다는 우려와 함께 그만큼 사회불안정이 초래돼 국가경쟁력이 약화될 수 있다는 염려에서 기인되고 있다.

한국의 경우 정보격차 상황은 소득, 학력, 지역 등에서 그 차이가 역시 현저하다. 삼성경제연구소가 최근 발표한 소비자 분석에 따르면 대졸이상 인터넷 이용률은 48.2%에 달한 반면, 중졸 이하는 2%에도 미치지 못했다. 연간소득 3000만원 이상의 소득층 이용률은 36.7%인데 반해 1000만원 이하 계층은 불과 5.6%였다. 컴퓨터 보유율은 3000만원 이상 소득층의 경우 90.8%였으나 저소득층은 31.7%였다.

지역적 차이도 심하다. 서울과 지방은 물론 같은 서울지역 내에서도 강남북간 그 차이는 쉽게 드러난다. 한국 전산원 자료를 참고하면 초고속 인터넷의 경우 서울은 인구대비 가입자가 22%인데 반해 충남은 6%에 그친다. 서울 강남북의 경우 서울 압구정동 및 강남아파트 단지에는 한국통신 하나로 통신 두루넷, 드림라인 등 초고속망 업체들이 앞다퉈 4중으로 광통신망을 설치했으나 반면 단독주택이나 변두리는 철저히 외면당하고 있다는 현실이다. 장애인, 노인의 인터넷 이용률은 거의 한자리 수를 밑돌고 여성들도 남성들에 비해 상당한 열세를 면치 못하고 있다. 문제는 정보화를 통한 새로운 신분의 고착화다. 정보화가 진행될수록 고급 정보를 특정 계층이 독점하게 되고 이로 인한 부의 편중 빈부격차, 신분격차가 심화되어진다는 것이다. 정말 심각한 문제는 그것으로 인해 부의 세습마저도 확고하게 강화되고 있다는 것이다.

김대중 대통령을 비롯 정부에서는 정보화 불균형 해소방안을 내세우며 소외층의 정보화 교육 및 각종 대책을 내세우고 있는 상황이지만 아직까지 그 성과는 매우 미미하고 하루가 다르게 변화되고 있는 정보의 시장을 따라잡아 그 격차를 줄일 수 있을지도 미지수다.

정보화 그늘 속에 있는 정보 소외자들에 대한 관심은 21세기 교회의 새로운 의무가 아닌가 싶다. 가난한 이들에 대한 우선적 선택의 외침은 정보로부터 소외된 계층들에게도 향해져야 할 것이다. 그 대상들이 사회 안에서 여러 가난한 모습으로 살고 있는 저소득층 노인, 장애인, 여성들이라는 점에서 더욱 그렇다.

관련 법제 마련의 심각성을 제기하고 정보의 독점을 막는 감시기구의 역할 및 사회복지 차원에서의 정보 소외계층에 대한 실제적 접근 방안 등이 지금부터라도 교회 안에서 논의되어야 한다는 생각이다.

이주연(인천지사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