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과 사람

비건빵집 ‘밥브레드’ 박용숙 대표

염지유 기자
입력일 2022-10-25 수정일 2022-10-25 발행일 2022-10-30 제 3316호 2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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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식주의 빵으로 환경과 이웃 함께 돌봅니다”
버터·우유 등 동물성 재료 없이
자연효모와 유기농 통밀 사용
매출 일부는 노숙인 등에 기부

박용숙 대표는 “가난하고 힘든 삶을 이어가는 이웃을 위해 성체처럼 쪼개어 나눌 수 있는 빵을 만들며 살겠다”고 말한다.

“하느님의 섭리가 살아있는 빵을 만들어가고 싶습니다. 하느님께서 소중하게 만드신 피조물을 보호하는 마음과 어려운 이웃을 향한 온정이 담긴 그런 빵이요.”

11월 1일 세계 비건의 날을 앞두고 만난 비건빵집 ‘밥브레드’ 박용숙(로사·58·의정부교구 정발산본당) 대표의 주방에는 버터도 우유도 달걀도 없다. 오로지 직접 길러낸 자연효모와 유기농 통밀가루로만 빵을 만들고 있다. 비건은 동물성 식품은 전혀 먹지 않는 채식주의를 말한다.

“지구 환경이 훼손되는 것을 늘 우려했지만, 자녀가 결혼한 후부터는 후손들이 살아갈 이 땅을 지켜내야 한다는 마음이 절박해졌어요. 제 힘으로 환경을 개선할 수 없다면, 최소한 해치지는 말자는 생각으로 동물성 성분을 사용하지 않는 비건빵을 만들기 시작했습니다.”

자신의 빵집 한쪽에 조금씩 비건빵을 채워가던 그는 코로나19가 발생한 2020년부터 오로지 비건빵만 만들기 시작했다. “코로나19를 겪으며 만물이 서로 연결돼 있고, 자연을 파괴한 인간의 행동이 다시 인간에게 되돌아온다는 걸 뼈저리게 깨달았어요. 인간의 욕심으로 동물들을 희생시켜 온 것부터 반성하고 완전한 비건의 삶을 살기로 했죠.”

그가 만드는 비건빵은 이웃과 쪼개어 나누는 빵이라는 점에서 더 특별하다. 의정부교구 성 빈첸시오 아 바오로회 회장인 박 대표는 자신의 빵에 소외된 이웃을 위한 애덕을 실천하는 빈첸시오회 정신을 오롯이 담아낸다. 빵을 만들어 요양원, 노숙인, 난민들과 나누고 빵집 매출 일부를 빈첸시오회 기금으로 쓰는 것이 평범한 일상인 박 대표. 교구 신원동본당에 빈첸시오회가 설립된 것도 박 대표 덕이었다. 본당의 날 행사 때 판매한 빵 대금을 빈첸시오회 설립을 지향하며 모두 기부했고, 실제로 본당에 빈첸시오회가 설립돼 주위 소외된 이웃이 따뜻한 손길을 받게 됐다.

박 대표는 어떻게 이런 삶을 그려가고 있을까. “저도 받고 살던 시절이 있었어요. 사업에 실패해 지하방 살이를 전전했고요. 살려고 제빵을 배웠는데, 빈첸시오회 회원들의 십시일반 도움으로 11평짜리 빵집을 마련했어요. 기적이었죠. 이웃의 도움과 하느님의 뜻대로 만든 빵집이니 성체처럼 쪼개어 나누는 빵을 만드는 선한 가게로 만들자고 생각했어요.”

빵집은 직원을 4명이나 둘만큼 성장해 확장 이전도 했다. 박 대표가 가진 나눔의 뜻도 함께 커졌다. 그는 요즘 빵집을 사회적 기업으로 만드는 작업을 준비하고 있다. 빈첸시오 영성은 자기 것을 나누는 것을 넘어 사회 연대까지 나아가는 나눔이기 때문이다.

그는 환경과 이웃을 함께 살리고 돌보며 상생의 빵을 빚어가겠다고 굳건하게 다짐한다. “제가 인간 본연의 욕심에 사로잡히지 않도록 하느님께 매일 기도합니다. 가난하고 힘든 삶을 사는 이웃에게 베풀며 살라고 하느님께서 제게 주신 사업이니까 그 마음을 평생 지켜가고 싶어요.”

염지유 기자 gu@catimes.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