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

영화 ‘저 산 너머’ 각본 쓰고 연출한 최종태(베드로) 감독

김현정 기자
입력일 2020-04-21 수정일 2020-04-21 발행일 2020-04-26 제 3192호 1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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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삼장수가 되고 싶었던 소년 김수환, 시대를 위로하는 어른이 되기까지
실패 딛고 일어서 7년 만에 재제작
정채봉의 동화 「바보별님」이 원작
“축복받은 작품에 참여하게 돼 감사” 

영화 ‘저 산 너머’를 연출한 최종태 감독.

우리가 기억하는 고(故) 김수환 추기경(1922~2009)의 모습은 ‘큰 어른’이었다. 그러나 그에게도 우리가 모르는 천진난만했던 어린 시절이 있었다.

4월 30일 개봉하는 영화 ‘저 산 너머’는 순교자 집안의 막둥이로 태어나 인삼장수가 되고 싶었던 김 추기경의 어린 시절 이야기를 담고 있다.

각본을 쓰고 연출을 맡은 최종태(베드로) 감독은 이 영화 제작에 대해 한 마디로 “무모하지만 용감한 도전”이라고 표현했다.

영화 ‘저 산 너머’는 맑고 순수한 감성의 ‘어른들을 위한 동화’를 주로 쓴 정채봉(프란치스코) 작가의 동화 「바보별님」을 원작으로 하고 있다. 절판됐던 「바보별님」은 지난해 영화와 같은 제목 「저 산 너머」로 바뀐 개정판이 나왔다.

사실 최 감독은 김 추기경 3주기(2012년)에도 영화 제작을 시도했다가 좌절된 아픈 상처가 있다. 김 추기경 10주기를 맞으면서 ‘더는 미룰 수 없다’는 생각에 대학 동기인 리온픽쳐스 이성호(안드레아) 대표와 의기투합해 영화제작사까지 새로 설립하며 나섰다.

그저 순수한 마음으로 김 추기경의 유년기를 영화로 만들고 싶었지만 투자를 받는 일부터 배우 캐스팅까지 무엇 하나 쉬운 일이 없었다. 폭력과 코미디가 판치는 영화판에서 ‘힐링무비’라니 다들 고개를 저었다.

좌절에 빠져 있던 그에게 힘이 돼 준 사람은 서울대교구 사회사목담당 교구장 대리 유경촌 주교였다고.

“주님은 놀라운 방식으로 도와 주신다”라는 유 주교의 문자를 받고 다시 힘을 냈는데 머지않아 투자자가 나타났다. 심지어 투자자인 아이디앤플래닝그룹 남상원 회장은 불교 신자인데도 거액의 제작비 전액을 지원했다. 최 감독은 인터뷰 내내 “우리가 한 것 같지가 않다”는 말을 반복했다.

영­화‘저 산 너머’의 한 장면. 리온픽쳐스 제공

260대 1의 경쟁을 뚫고 선발된 ‘어린 수환’ 역 이경훈(10)군의 캐스팅 뒷이야기도 재미있다.

이군이 오디션을 보러 들어오는 순간 최 감독은 ‘이 친구다!’라는 느낌이 들어 마음속으로 ‘제발 잘 해라’라고 간절히 바랐다고 한다. 이군은 인중이 긴 모습이 김 추기경을 닮았다.

수환 어머니 역은 이항나, 수환 아버지 역은 안내상, 수환 할아버지이자 순교자인 김익현 역은 송창의씨 등 연기파 배우들이 대거 출연한다. 이열음(엘리사벳), 김영재(안드레아)씨 등 신자 배우들도 동참했다.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이하 코로나19)는 이 영화에 있어 ‘양날의 검’이다.

사회적 거리 두기 탓에 관객들이 찾지 않을까 우려도 되지만, 4월말이면 사태가 진정될 것을 기대하며 고심 끝에 개봉을 결정했다. 또한 코로나19로 영화계가 침체에 빠진 탓에 많은 개봉관을 쉽게 잡을 수 있었다. 이에 대형 영화관 등에서도 쉽게 ‘저 산 너머’를 만날 수 있게 됐다.

최 감독은 “극장에 보러 오시기만 하면 영화에 대해서는 만족하실 것”이라며 자신감을 드러냈다.

“감독들은 자신이 만든 작품들에 대해 ‘내 영화’라는 집착이 있어요. 하지만 이 영화는 제 영화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축복받은 프로젝트에 참여하게 돼 감사할 뿐이죠.”

‘플라잉 대디’, ‘해로’ 등을 연출한 최 감독은 현재 서울주보에 영화칼럼을 연재 중이기도 하다.

김현정 기자 sophiahj@catimes.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