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기획/특집

13일 봉헌식 앞둔 인천교구 성모당

성슬기 기자
입력일 2018-10-01 수정일 2018-10-02 발행일 2018-10-07 제 3114호 11면
스크랩아이콘
인쇄아이콘
평화를 위한 묵주기도 끊임없이 이어지길…
 전임 교구장 유지 받들어 성모당 완공
 남북 화해와 세계 평화 기도하는 공간
“기도와 봉사 후원으로 지은 어머니 집”

10월 13일 봉헌미사를 거행하는 인천교구 성모당 투시도. 교구청 마당에 조성된 성모당은 파티마 성모상과 야외 신자석, 실내 경당, 상설 고해소, 휴식 공간을 갖추고 있다. 인천교구 제공

인천교구가 교구청에 ‘평화’를 위한 거룩한 공간을 마련했다. 교구가 지난 3년 동안 준비해온 성모 순례지(성모당)는 남북의 화해와 일치를 비롯해 세계 평화, 가정 성화를 위해 파티마 성모의 전구를 청하며 기도하는 공간이다.

한반도 평화에 대한 교구의 관심은 각별하다. 북녘과 맞닿아 있는 지역적 특성상 고향으로 돌아갈 날만 기다려온 이산가족들을 비롯해 연평도 포격으로 자식을 잃은 부모 등 남북 분단으로 인한 아픔이 서려있는 곳이기 때문이다.

교구는 지난해 파티마 성모 발현 100주년을 맞아 발현 메시지를 새롭게 전하고, 평화를 염원하기 위해 파티마 성모를 모티브로 인천 송림동 교구청 마당에 성모당 조성을 위한 첫 삽을 떴다. 파티마 성모는 세계 평화를 위한 기도를 간곡하게 요청했으며, 세계 평화를 위한 매일 묵주기도, 죄인을 위한 희생, 성모성심을 공경할 것을 요청하기도 했다.

성모당 조성은 전임 교구장 고(故) 최기산 주교의 유지를 받드는 의미도 담겨 있다. 최 주교는 2015년 12월 발표한 사목서한 ‘인천교구 성모 순례지(성모당) 조성에 즈음하여’에서 교구민들의 관심과 적극적인 후원을 호소한 바 있다. 교구장 정신철 주교는 지난해 10월 봉헌한 성모당 기공식 미사에서 “성모당이 모든 이들의 신앙 안식처가 되길 바란다”며 “파티마 성모님의 메시지처럼 개인들과 냉담교우들의 회개, 남과 북의 화해와 일치, 통일을 위한 묵주기도가 지속되는 성지가 되길 바란다”고 말하기도 했다.

8월 23일 부평4동성당에서 봉헌된 교구 성모당 완공을 위한 순회 미사 중 성모상 입당행렬을 하고 있다. 인천교구 가톨릭사진가회 조경희 회장 제공

성모당에는 파티마에서 제작 중인 2.3m 높이(왕관 제외)의 파티마 성모상을 안치한다. 성모당은 자연과 우주를 상징하는 돔 형태로 만들어지며, 높이는 11.55m에 달한다. 아울러 야외 신자석, 실내 경당, 상설 고해소, 휴식 공간 ‘로사 마당’ 등도 갖춰질 예정이다.

건축 설계부터 완공까지 공사 현장을 돌봐온 건축위원장 김성만 신부(인천교구 사무처 부처장)는 “성모당은 많은 분들의 땀과 고심, 봉사와 후원, 수많은 기도로 쌓아 올려진 어머니의 집”이라며 “111년 만에 찾아온 폭염과 예상치 못한 폭우로 공사 과정은 순탄치 않았지만, 성모당을 봉헌하게 돼 감사하다”고 밝혔다.

교구는 성모당 완공을 위해 지난 5월부터 교구 내 126개 본당 순회 미사를 봉헌하고 있다. 모든 교구민들이 기도로서 성모당 완공에 동참해달라는 의미다. 미사는 파티마 성모의 발현 시기(5~10월)에 맞춰 봉헌하고 있다. 미사는 성모상 입당 행렬과 가마 행렬, 묵주기도, 경배 등으로 진행된다. 순회 미사를 마친 성모상은 성모당 경당 입구에 모셔질 예정이다.

인천교구는 10월 13일 오전 10시 정신철 주교 주례로 ‘성모당 봉헌미사’를 거행한다. 미사에서는 머릿돌과 성모상 축복, 제대 축성 등을 진행한다. 또 파티마 성모상 본당 순회기획 사진전과 성모당 완공 영상물을 상영할 예정이다.

봉헌미사 이후 매주 월~토요일 미사를 봉헌한다. 주일에는 특별한 요청이 있을 경우 미사를 봉헌할 예정이다.

■ 인천교구 성모당 담당 배희준 신부

“연평도까지 본당 순회 미사… 신자들 아름다운 마음 모아”

배희준 신부(성모 순례지(성모당) 담당)는 지난 5월부터 6개월간 교구 126개 본당의 ‘교구 성모당 완공을 위한 본당 순회 미사’를 봉헌하고 있다. 연평도는 물론 백령도를 비롯해 교구 모든 본당을 직접 방문했다.

그는 “순회 미사는 성모님이 교구 내 모든 본당을 다닌다는 의미”라며 “미사를 다니며 지칠 때 마다 제가 아니라 성모님이 본당을 다니신다는 것을 깨닫고 힘을 냈다”고 밝혔다. 이어 “성모신심이 깊은 본당 신자들의 모습 또한 큰 힘이 됐다”며 “미사를 봉헌하는 시간과 정성이 모여 성모당이 잘 지어질 것이라는 믿음이 쌓였다”고 덧붙였다.

“제가 성모신심이 남들보다 뛰어나서 성모당을 맡은 것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성모님에 대한 사랑을 느껴보라는 기회가 아닌가 싶어요. 순회 미사를 다니면서 성모신심이 더욱 깊어지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성모상을 제작하면서는 “기도를 많이 하면 아름다운 성모님이 오실 것”이라는 주변의 말과 시선들이 부담스럽기도 했다. 외형이 아름다운 성모상을 기대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는 순회 미사를 다니며 “기도를 많이 해야 아름다운 성모님이 오시는 것이 아니라, 기도를 많이 하면 어떤 성모님이 오시더라도 아름답게 받아들일 수 있는 마음이 생기는 것을 깨달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완성된 성모상은 기대 이상으로 아름다운 모습”이라고 말했다.

“기도하면서 제 마음이 바뀐 것처럼, 성모당에서 기도하는 신자들도 성모님의 모습이 아름답게 다가왔으면 좋겠습니다. 앞으로 성모당을 위로와 평화를 전해주는 장소, 교구민들의 영적 일치를 도모하기 위한 장소로 만들어가겠습니다.”

성슬기 기자 chiara@catimes.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