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린마당

[밀알 하나] 교정사목의 문을 열며

민경화
입력일 2025-07-29 16:23:16 수정일 2025-07-29 16:23:16 발행일 2025-08-03 제 3453호 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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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정사목 사제로 살아오면서 그 어떤 사목보다 지지와 이해가 필요한 사목임을 느끼게 됩니다. “왜 죄를 지은 사람들을 도와야 하느냐?”는 근본적인 질문과 함께, 사회의 오해와 편견 속에서 사목해야 한다는 점은 교정 사목자의 숙명처럼 느껴집니다. 저 역시 주교님께 인사이동 연락을 받았을 때, 어색함과 막연한 두려움이 앞섰습니다.

“사람이 죄를 지었으면 벌을 받아야 한다.” 
맞습니다. 하지만 교정시설 안에서 만난 사람들의 얼굴을 떠올릴 때, 그 말이 전부는 아니라는 걸 깨닫게 됩니다. 교도소는 죗값을 치루는 속죄와 응보의 장소임과 동시에 새로운 기회를 위해 노력하는 회복의 장소입니다.(「가톨릭 교회 교리서」 2266항) 처벌만으로는 다 설명할 수 없는, 그 복잡하고도 조용한 변화의 시간이 숨어 있는 공간을 2025년 정기 희년을 맞이하여 조심스럽게 소개하고자 합니다.

교정사목을 하며 자주 스스로에게 묻습니다. “과연 정의란 무엇일까?” 그리고 그 물음은 어느새 ‘회복적 정의’라는 개념에 닿게 됩니다. 회복적 정의란, 잘못에 대해 단죄하는 것을 넘어서, 사람과 관계가 회복되어야 한다는 개념이며, 교정시설이라는 공간에서 특별한 울림을 가지게 됩니다. 예수님도 말씀하셨습니다. “너희는 내가 감옥에 있을 때에 찾아 주었다.”(마태 25,36) 예수님께서는 감옥 안에 있는 이들과 자신을 동일시하셨고, 우리에게 그들과 함께하라고 초대하고 계십니다. 다만, 그 활동과 성과가 눈에 띄거나 부각되지 않는 제도적·내재적 한계를 지니는 특성이 있습니다.

교정사목의 대상은 다양합니다. 수용자(미결수용자·기결수용자), 출소자, 범죄 피해자와 수용자 가족, 교정직 공무원, 교정 사목 봉사자 등입니다. 수용자 사목은 신자와 비신자를 구분하지 않으며, 불안과 수치심, 낙담 가운데 있는 이들이 희망을 되찾고 회개하여 재범을 방지하고, 올바르게 사회에 복귀할 수 있도록 도와 복음화를 이루는 것이 핵심 가치입니다.

그러나 여전히 많은 분들께서는 교정시설을 막연한 두려움과 거부감, 그리고 처벌의 장소로만 인식하십니다. 2025년 정기 희년을 맞이하여, 교정사목에 대한 살아있는 복음의 현장을 소개하고자 합니다. 결코 다른 곳에서 볼 수도 없고 느끼기 어려운 깊은 절망과 회복의 이야기, 눈물 속에서도 희망을 찾아가는 사람들의 이야기, 그리고 속죄와 화해를 향한 여정을 함께 나누고자 합니다. 이 연재를 통해 우리가 애써 외면해 온 이웃들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고, 복음이 오늘 어디에서 살아 움직이는지 다시 돌아보는 시간이 되기를 희망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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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_ 유정수 루카 신부(수원교구 교정사목위원회 부위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