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우리는 광복 80주년을 맞이하며 기쁨과 아픔이 교차하는 역사의 경계에 서 있다. 해방은 완전한 독립을 뜻하지 못했고, 분단은 지금껏 민족의 화해를 가로막고 있다. 특히 지난해 12월의 비상계엄 사태와 그 여파는 우리 사회 내부의 갈등과 불신이 얼마나 깊은지를 적나라하게 드러냈다. 오늘날 그리스도인은 이 뿌리 깊은 분열과 증오의 시대 속에서 어떤 삶을 살아가야 할까?
남북의 긴장, 사회의 이념적 대립, 정치적 갈등은 단순한 사건이 아닌 분단 80년의 잔재가 만들어낸 결과다. 그러나 그리스도인은 절망이 아닌 희망의 증인이 되어야 한다. 분열을 넘어서려는 첫걸음은 바로 ‘희망을 잃지 않는 용기’이며, 이는 복음에서 비롯된다. 희망은 단순한 기대가 아니라 화해를 이루는 실천의 동력이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마지막 부활 우르비 엣 오르비에서 “사랑이 증오를 이겼고, 빛이 어둠을 이겼으며, 용서가 복수를 이겼다”고 강조했다. 그리스도인은 이 부활 신앙 안에서 화해의 손을 내미는 사람들이다. 오늘날의 평화는 제도나 법 이전에, 서로를 돌보는 일상적 선택에서 시작된다. 광장보다 가정에서, SNS보다 침묵의 기도에서 우리는 평화의 씨앗을 심을 수 있다.
또한 교회가 선포한 희년의 정신, ‘희망의 순례자들’처럼 우리는 갈등 속에서도 끝까지 포기하지 않는 인내의 순례자가 되어야 한다. 그리스도인은 더 이상 갈등의 경계에 서 있는 침묵하는 방관자가 되어서는 안 된다. 오늘 우리가 해야 할 일은 단 하나, 꺼지지 않는 희망을 품고, 평화를 향한 발걸음을 함께 내딛는 것이다. 이 땅의 진정한 해방은 그때에야 완성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