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합

“예수님 몸 이룰 귀한 밀알…기도와 정성으로 키웠죠”

민경화
입력일 2025-06-18 08:50:38 수정일 2025-06-18 08:50:38 발행일 2025-06-22 제 3447호 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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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농촌살리기공동네트워크, 제병용 ‘고소밀’ 재배 전용 단지서 첫 수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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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농민회 회원이자 한마음 영농조합 대표 장수용 씨가 6월 11일 제병용 우리밀인 고소밀 첫 수확을 앞두고 미소짓고 있다. 우리농촌살리기공동네트워크 제공

“이 빵은 너희를 위하여 내어줄 내 몸이다.”

‘지극히 거룩하신 그리스도의 성체 성혈 대축일’을 앞두고, 전북 김제 들녘에서 특별한 밀 수확이 있었다. 단순한 곡식 추수가 아닌, 성체의 첫걸음이었다.

우리농촌살리기공동네트워크(대표 심상준 아모스)는 6월 11일 제병을 만드는 데 사용할 우리 밀 품종 ‘고소밀’을 수확했다. 제병 전용 밀의 체계적 재배와 수확이 제병 전용 재배 단지에서 처음 구현된 사례다.

한국교회는 1991년부터 ‘우리밀 살리기 운동’을 전개하며 국산 밀로 제병을 만들어왔다. 하지만 우리 밀은 수입 밀에 비해 제병처럼 얇고 균질한 반죽을 만드는 데 한계가 있었다. 이런 문제를 극복하기 위해 농촌진흥청 국립식량과학원이 박력분용 품종인 고소밀을 개발했고, 우리농촌살리기공동네트워크가 이를 제병 생산에 맞춰 재배한 것이다.

고소밀은 색이 밝고 단백질과 글루텐 함량이 낮아 과자용으로 적합하고 추위에 강해 국내 전역에서 재배할 수 있다. 특히 제병 제조에 필요한 얇고 균일한 반죽에 적합한 품종이라는 게 심상준 대표의 설명이다. 

이번 수확은 한마음 영농조합(대표 장수용)과의 계약 재배를 통해, 농촌진흥청의 재배 설명서에 따라 비료의 양과 토양 상태까지 정밀하게 관리된 단지에서 이뤄졌다. 심 대표는 “이 밀이 제병용으로 쓰인다는 것을 알고 있어 작년 말 파종 때부터 기도하는 마음으로 정성을 다해 키웠다”고 전했다.

우리농촌살리기공동네트워크는 이에 더해 2024년 전국에 네 곳의 우리 밀 전문 제분공장을 세웠다. 밀가루의 입도나 제분 방법에 따라 완성도가 달라지는 특성을 고려해 제병에 최적화된 밀가루 가공 전문 시설을 갖춘 것이다. 

고소밀은 제분공장에서 제병 맞춤형 밀가루로 가공된 후 전국 가르멜 수녀원에 공급된다. 가르멜 수도자들은 농부들이 정성껏 수확한 우리 밀가루에 기도와 정성을 담아 만든 제병을 전국 성당에 보낸다.

우리농촌살리기공동네트워크와 한마음 영농조합, 가르멜 수녀원은 향후 제병 전용 재배 단지를 확대하고, 고품질 우리 밀의 안정적 공급을 위해 힘을 모으기로 했다. 

심상준 대표는 “고소밀 수확은 제병을 만들기 위한 농산물 재배를 넘어 농민과 수도자, 유관기관 등 교회 공동체의 협력과 정성을 보태 신앙과 생명, 우리 농업의 가치를 지켜가는 노력의 결실”이라고 밝혔다. 이어 “우리밀 살리기 운동을 시작한 지 30년이 넘었지만 여전히 자급률은 2%를 넘지 못한다”며 “국산 밀로 만든 제병이 더 많은 신자에게 알려진다면, 우리 밀에 대한 신뢰와 소비도 함께 늘어날 것”이라고 기대했다.

민경화 기자 mkh@catimes.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