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YOUTH] 한국가톨릭문화연구원 청년해외봉사단 11년간 12차례 집수리·재건축·교육 등 해외 봉사…청년 위한 ‘찾아가는 사목’ 눈길
한국가톨릭문화연구원 산하 청년해외봉사단(단장 김군선 프란치스코, 지도 김민수 이냐시오 신부)은 2014년 서울대교구 불광동본당에서 공식 출범한 후 같은 해 여름 제1기 활동을 시작으로 매년 여름과 겨울 해외 봉사활동을 이어오고 있다. 봉사단의 활동은 청년들이 그리스도교 신앙의 핵심인 ‘이웃 사랑’을 체험하고, 자신의 신앙을 새롭게 발견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고 있다. 특히 정체된 청년 사목의 새로운 방향을 제시하는 대안으로도 주목받고 있다.
청년 그리스도인을 길러내다
청년해외봉사단이 출범할 당시 본당 청년 활동은 미사와 전례, 성경 공부, 성가대, 교리교사 활동 등이 대부분이었고, 청년 스스로 새로운 시도를 하거나 주도할 기회는 매우 제한적이었다.
불광동본당 주임이자 교구 제3은평지구장이었던 김민수 신부는 당시 본당 자부회 김군선 회장 등 평신도들과 함께 고민을 나눴고, 지구 내 9개 본당에서 청년 35명을 모집해 7박8일간 필리핀 바그나에서 첫 해외 봉사활동을 진행했다.
청년해외봉사단은 매년 도움이 필요한 지역을 찾아 집수리와 재건축, 교육 봉사, 후원 물품 전달, 가난한 아이들과의 운동회 등 다양한 활동을 펼친다.
팬데믹 이후 6년 만에 재개된 제12기 청년해외봉사단은 올해 2월 8일부터 16일까지 필리핀 바그나를 찾아 조수간만의 차로 매일 집 안까지 물이 차오르는 현지의 열악한 주거 환경을 개선하는데 힘썼다.
주민들이 제대로 잠잘 수 있도록 바닥을 새로 만들고, 비가 새는 지붕을 고치며, 벽돌과 목재로 실내외 공간을 구분해주는 활동에 나섰다. 쓰레기 더미에서 지내는 이들을 위해 쉴 공간도 따로 마련했다.
이외에도 과거 미얀마에서는 유치원을 건립했고, 라오스에서는 초등학교를 리모델링하는 데 힘을 보탰다. 신축한 학교 내 보건소와 도서관, 공방 내부 공사도 향후 계획하고 있다.
청년해외봉사단은, 코로나19 팬데믹 기간을 제외하고, 11년 동안 총 12차례 해외 봉사를 이어왔다. 일회성 행사에 그치지 않고, 청년들이 신앙인으로 꾸준히 성장해가는 과정을 함께한 점에서 의미가 크다.
청년 사목의 대안
탈종교화라는 시대적 흐름 속에서 청년 세대는 그 영향을 가장 심각하게 받고 있다. 주교회의 「한국 천주교회 통계 2024」에 따르면, 20~39세 청년 신자는 2014년 전체 신자의 28.6%였으나, 2024년에는 23.7%로 급감했다.
김민수 신부는 “청년들이 각박한 현실을 어떻게 살고 있는지, 꼭 가난 때문이 아니더라도 1인 가구로 살아가며 외롭거나 우울하진 않은지 이해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며 “사목자들이 확고한 사목적 비전을 갖추지 못한 채 새로운 프로그램을 시도하기를 주저하고 있는 것도 문제”라고 설명했다.
이러한 현실에서 청년해외봉사단은 청년들을 ‘찾아가는 현장 사목’이라는 측면에서 효과적인 대안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봉사활동에 참가한 청년들은 고통받는 이들의 아픔을 위로하는 가운데 자신의 아픔을 끌어안을 용기를 회복하고, 그로써 자신이 하느님 사랑의 도구가 될 수 있다는 자긍심을 품게 된다.
김 신부는 “가만히 앉아 청년들이 찾아오기를 기다리는 안일한 교회가 아니라 밖으로 나가 청년들에게 다가가는 현장 사목이 더욱 필요하다”며 “청년해외봉사단은 그런 지향을 실천에 옮기기에 매우 적합하고 효과적인 프로그램으로 많은 본당이 도입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전했다.
■ 청년해외봉사단 사무국, 운영 전반 도맡아… ‘보이지 않는 손길’로 청년 지원 나서
청년해외봉사단은 봉사 장소 섭외와 선정, 기금 마련, 세부 프로그램 기획, 동선 설계 등 운영 전반을 책임지는 사무국의 헌신 속에 운영되고 있다. 김군선 사무국장, 이내광(안드레아) 전례부장, 김종성(안드레아) 셰프 등 3명의 평신도는 봉사단이 공식 출범한 2014년부터 구성원으로 함께하고 있다.
이들은 “신앙생활을 규율과 의무로 접하며 교회에 거리감을 느끼는 청년들이, 한국이라는 익숙한 공간을 떠나 하느님을 새롭게 만날 수 있도록 하자”는 공통된 목표를 품고 봉사에 나섰다. 2013년 꾸르실료를 함께 체험하면서 청년 사목의 절실함을 느꼈고, 김민수 신부의 사목적 비전에 공감하며 동참했다.
각자의 탤런트도 봉사에 더한다. 전통 목가구 디자이너인 김 사무국장은 대학 강단에서 청년들을 지도해온 경험을 살려, 전체 운영과 구체적 활동(목공·기계 기술 등)을 총괄한다. 김 셰프는 봉사단의 식사와 건강 관리를 전담하고, 이 전례부장은 공구 제작과 전례 전반을 김민수 신부와 함께 맡아왔다.
해외 봉사는 정해진 일정이나 예산, 장소가 미리 확보된 구조가 아니다. 사무국은 모든 것을 ‘영점’에서부터 기획해야 하며, 때로는 예산이 부족하거나 신청자가 없기도 하고, 천재지변 등으로 계획이 전면 중단되는 일도 생긴다. 그러나 변함없는 마음으로, 청년들이 해외의 가난한 이웃에게서 하느님의 사랑을 마주할 수 있도록 묵묵히 준비해 나간다.
김 셰프는 청년들이 기도를 어려워하지 않도록 봉사 전 10일간 직접 묵주를 만들어 각 단원에게 선물한다. 봉사 중에는 아침저녁으로 함께 묵주기도를 바치며 청년들의 기도 여정을 이끈다.
이 전례부장은 “청년이 우리의 미래라고들 하는데 과연 우리는 그 ‘미래’를 위해 무엇을 하고 있을까?”라고 물으며 “청년을 위한 프로그램이 지속되기 위해서는 작더라도 우리 모두의 관심과 실천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한국가톨릭문화연구원은 제13기 청년해외봉사단을 모집 중이다. 아울러 오는 9월 26일부터 28일까지 서울 동교동 청년문화공간 JU에서 ‘제1회 서울가톨릭페스타’를 개최할 예정이다. 이번 행사는 청년과 일반 신자, 시민이 함께 체험 교실, 토크 콘서트, 초대 공연 등을 통해 가톨릭 신앙과 문화를 새롭게 경험할 수 있는 장으로 준비되고 있다.
박주현 기자 ogoya@catimes.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