첨가물 없이 빚은 ‘순수한’ 포도주로 시어지지 않게 온전히 보존해야
설탕이 든 포도주를 미사주로 사용할 수 있을까? 요즘 유행하는 무알코올 포도주는 어떨까?
답은 원칙적으로 ‘사용 불가’다. 다만 우리나라 미사주 ‘마주앙’은 한국 포도 특성 상 주교회의 승인 하에 설탕을 첨가한다. 이처럼 미사주에는 조건이 필요하다.
우선 성찬례 거행에 쓰일 포도주는 ‘포도나무 열매로 빚은(루카 22,18 참조) 것으로, 다른 물질이 섞이지 않은 순수한 천연 포도주’여야 한다.(「로마 미사 경본 총지침」 322항) 성경에 예수님께서 성찬례를 제정하실 때 ‘포도나무 열매로 빚은 것’을 사용하셨고 그 외 재료는 언급되지 않았기 때문이다.(마태 26,27-29)
또한 포도주는 온전한 상태로 보존하여 시어지지 않도록 해야 하고(「로마 미사 경본 총지침」 323항) 부패하지 않아야 한다(「교회법전」 제924조). 성 토마스 아퀴나스는 「신학대전」에서 “포도주가 부패해 식초가 되면 포도주의 형상은 남지 않기에 식초로 성사를 행할 수 없다”(제3부 문제 74, 제5문 반론에 대한 답변 2)고 했다.
예외적으로, 발효되지 않은 포도즙인 ‘무스툼(Mustum)’은 교구장의 인가를 받을 경우에 한해 사용할 수 있다. 교황청 경신성사부는 2017년 「성찬례에 쓰는 빵과 포도주에 관하여 주교들에게 보내는 회람」(제4항 ㄴ)에서 “신선한 포도즙이거나, 본질은 변화시키지 않고 발효만 막는 방법으로 보존된(예를 들면, 냉동) 포도즙(Mustum)은 성찬례 거행에 유효하다”고 규정했다. 하지만 무알코올 포도주는 정상 발효된 포도주에서 인위적으로 알코올을 제거한 것이므로 허용되지 않는다.
원칙적으로 조건을 충족하는 포도주는 모두 미사주로 사용할 수 있다. 그러나 그 제조 과정을 완전히 통제하거나 세부 성분을 정확히 파악하기 어렵기 때문에 일반적으로 교구장이나 교황청 인가제를 실시하고 있다.
우리나라는 롯데칠성의 ‘마주앙’ 브랜드만 미사주로 사용하고 있다. 포도주 소비와 종교적 수요가 높지 않기 때문이다. 이에 비해 미국은 수십 종의 미사주 브랜드가 있다. 대형 회사뿐 아니라 수도회 와이너리 등도 소규모로 생산한다.
이탈리아는 지역 특화 브랜드가 많다. 시칠리아의 ‘Martinez’(마르티네즈) 등이 유명하다. 특히 바티칸은 교황의 여름 별장 부지 내 약 2만㎡ 규모의 포도원에서 자체적으로 포도주를 생산하고 있으며, 이 포도주는 2026년부터 교황청 라벨이 부착된 ‘HOLY SEE’ 브랜드 미사주로 사용될 예정이다.
한편 바티칸 인구 한 명의 평균 포도주 소비량은 연 약 79리터다. 영국의 세 배이자 세계 최고다. 이는 미사 전례와 공식 행사, 손님 접대 등으로 쓰이는 모든 포도주가 1000명에 미치지 않는 바티칸 인구가 소비한 것으로 집계되기 때문으로 해석된다.
박효주 기자 phj@catimes.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