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교회

교황청·국제카리타스, 세계 경제 구조 불평등 지적

박지순
입력일 2025-06-02 17:16:14 수정일 2025-06-02 17:16:14 발행일 2025-06-08 제 3445호 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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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월 28일 ‘희망의 순례자’ 주제 온라인 세미나 개최
개발도상국 국가 채무 탕감 등 해결방안 논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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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유엔 교황대사 겸 상임 옵서버 가브리엘 카치아 대주교. 카치아 대주교는 5월 28일 교황청 온전한인간발전촉진부와 국제카리타스가 공동으로 주최한 온라인 세미나에 참석해 “부유한 나라들이 가난한 나라들의 빚을 탕감해 주는 것이 성경의 정신”이라고 했다. OSV 자료사진

[외신종합] 교황청 온전한인간발전촉진부(인간발전부)는 국제카리타스와 공동으로 부유한 나라들이 가난한 나라들을 이용해 부를 축적하는 세계 경제 시스템의 부당성을 지적했다. 두 기관은 스스로 채무를 청산할 수 없는 가난한 나라들의 빚을 탕감해 줘야 할 필요성도 제기했다.

두 기관은 5월 28일 ‘희망의 순례자: 채무와 기후, 발전을 위한 희년의 영감’을 주제로 온라인 세미나를 열었다. 행사는 사람과 지구 모두를 가난하게 만드는 경제 구조를 개선하려는 프란치스코 교황과 레오 14세 교황의 비전을 일깨우기 위한 취지에서 마련됐다. 

세미나에는 교황청 관계자와 국제경제 전문가, 종교 지도자, 사회단체 대표 등 200명 이상이 참여해 개발도상국에 거주하는 33억 명에게 영향을 미치고 있는 국가 채무 위기의 실질적 해결책을 논의했다.

경제학자이자 인간발전부 차관인 알레산드라 스메릴리 수녀는 세미나에서 “지구 남반부 국가들과 북반부 국가들 사이의 경제적 불균형은 교회와 사회에서 무시돼서는 안 되는 두 갈래 현안”이라며 “가장 가난한 나라들은 국가 채무는 물론 환경 훼손이라는 이중고를 겪는 가운데 미래를 잃어 가고 있다”고 주장했다.

스메릴리 수녀는 이어 “채무를 경감하고 국가 안정성을 보호하는 것은 단지 경제적인 문제가 아니라 도덕적이고 영적인 중요성을 지닌 문제”라면서 “가톨릭교회는 2000년 대희년부터 지금 희망의 희년까지 가난한 나라들의 경제 정의 실현에 개입해 왔다”고 밝혔다.

주유엔 교황대사 겸 상임 옵서버 가브리엘레 카치아 대주교도 “희망을 주제로 가톨릭교회가 진행하고 있는 희년은 세계의 가난한 이들과 국제적으로 연대하는 기회”라며 “성경에서 희년이라는 개념은 빚을 청산해 주고 관계를 회복하는 때라는 것과 밀접하게 관련돼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우리가 살고 있는 이 시대에도 성경의 희년 전통은 전 세계의 수많은 사람에게 적용돼야 한다는 사실을 알아야 한다”고 말했다.

인간발전부는 이번 세미나에서 전 세계 50개국 이상이 현실적으로 파산 상태 혹은 높은 파산 위험에 놓여 있으며, 전 세계 인구 중 약 절반이 국가 채무가 사회복지나 교육에 쓰이는 예산보다 더 큰 나라에서 살고 있다는 사실을 조명했다.

카치아 대주교는 가난한 나라들의 채무 위기를 ‘세계 경제 시스템의 심각한 실패’라고 표현하고, 오는 7월 5일 스페인 세비야에서 유엔 주최로 열리는 제4차 국제 콘퍼런스에서 다자간 공동정책에 대한 새로운 관점을 논의하면서 새 해법을 모색하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카치아 대주교는 레오 14세 교황이 5월 16일 신임장을 제정한 교황청 주재 외교관들에게 했던 말을 인용해 “모든 이들, 특히 가장 약하고 무기력한 이들의 인간 존엄성 존중을 보장하는 노력에서 예외가 될 수 없다”며 “우리가 함께 누구도 무시되지 않도록 희망의 희년 정신을 실제적인 행동으로 옮기자”고 당부했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2025년 정기 희년 선포 칙서 「희망은 우리를 부끄럽게 하지 않습니다」에서 “부유한 나라들이 빚을 갚는 것이 불가능한 나라들의 빚을 탕감해 주자”고 요청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