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란치스코 교황이 선종하신 지 한 달이 지났습니다. 그분은 살아계시는 동안 많은 말씀을 남기셨고 삶으로 본을 보이셨으며, 생의 마지막까지도 큰 울림을 주는 메시지를 남기셨습니다. 돌아가신 후 알게 된 사실이지만 그분이 남긴 전 재산은 고작 100달러였습니다. 단순한 숫자가 아니라, 오늘의 교회가 어떤 모습으로 살아가야 하는지를 되묻게 하는 유언처럼 들립니다.
세상 가장 높은 자리에 있으면서도 프란치스코 교황은 가장 낮은 자의 삶을 살아가셨습니다. 소박한 숙소에 머무셨고, 황금 대신 쇠로 만든 십자가를 목에 걸고 사람들과 눈을 맞추며 걸었습니다. 그분이 남긴 100달러는 신앙인들과 교회 전체에 던지는 질문의 무게였습니다.
오늘날 많은 교회가 점점 더 크고 화려한 공간으로 나아가고 있습니다. 더 좋은 건물, 더 넓은 공간, 더 세련된 시설이 강조되지만, 그 안에서 소외된 신자들은 점점 자리를 잃어가고 있습니다. 신앙생활을 이어가려면 일정한 경제적 여유가 필요하다는 이야기가 조심스럽게 들려옵니다. 교회는 하느님을 만나는 ‘야전병원’이자 쉼터라고 교황님께서 말씀하셨듯이, 그 본래 목적이 시설보다 사람에게 먼저 향하고 있는지 돌아보아야 할 때입니다.
사제는 공동체의 영적 리더입니다. 그러나 리더십은 특권이 아니라 책임이며 ‘섬김의 자리’입니다. 예수님께서 제자들의 발을 씻기시고 프란치스코 교황께서도 죄수의 발에 입을 맞추셨던 것처럼, 진정한 목자의 모습은 가장 낮은 자리에 함께 머무는 것입니다. 교황님은 ‘양 냄새 나는 목자’가 되라고 사제들에게 당부하셨습니다. 이는 사람들의 고통과 삶의 무게를 함께 지고 걸으라는 뜻이었습니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일부 공동체에서는 사제가 대화보다는 지시로, 경청보다는 독단적인 판단으로 이끄는 경우도 있습니다. 의견을 조심스레 내더라도 사제뿐만 아니라 신자들로부터 불편한 시선을 받는 분위기가 형성되곤 합니다. 한국교회는 사제의 권위에 대한 존경이 매우 강한 구조를 갖고 있어 때로는 공동체 내 ‘대화의 부재’로 이어지는 점도 아쉽습니다. 호주교회에서는 사제와 평신도가 함께 참여하는 리더십 프로그램과 갈등 중재 교육이 운영되고 있습니다. 한국교회도 이러한 체계를 고민해야 할 때입니다.
교회가 정말 소중히 여겨야 할 자산은 무엇일까요? 프란치스코 교황이 남긴 100달러는 교회의 본질을 돌아보게 하는 상징입니다. 교회는 가난한 이들과 함께 있어야 하며, 가난 자체를 두려워 해서는 안 됩니다. 진정한 교회의 자산은 값비싼 악기나 외형의 화려함이 아니라, 눈물 흘리는 신자의 곁에 함께하는 따뜻한 손길입니다. 물론 교회도 재정적 안정을 가져야 하지만, 그것이 공동체 안에서 담이 되어서는 안 됩니다. 더 높은 위치로 향할 것인가, 더 낮은 곳에서 걸을 것인가. 화려한 성과를 남길 것인가, 아니면 사람의 마음에 신앙의 흔적을 남길 것인가. 우리는 지금, 이 질문 앞에 서 있습니다.
프란치스코 교황님께서 남기신 100달러는 숫자가 아니라 방향입니다. 교회가 어디를 향해 나아가야 하는지를 우리 모두에게 묻고 계신 것입니다. 이제 사제와 평신도가 함께 그 질문 앞에 서야 하며, 교회가 본래 있어야 할 자리를 향해 다시 걸어가야 합니다. 이 길은 익숙하지 않을 수 있고 때로는 불편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이 길은, 진정으로 예수님의 길을 따르는 여정이며, 교회의 본질을 되찾는 회개의 걸음입니다. 지금 이 순간, 교회 공동체 모두가 그 여정에 작은 발걸음을 함께 내디딜 수 있기를 희망합니다. 한국교회의 변화를 기대해 봅니다.
글 _ 전백근 요셉(전주교구 호성동본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