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자마당

[독자마당] 집들이

박정연
입력일 2025-05-28 11:28:55 수정일 2025-05-28 11:28:55 발행일 2025-06-01 제 3444호 2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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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시어요!
주님 나라 입주를 축하드립니다!

초행길 헤매지는 않았는지요
가서 보니 정말 좋던가요
하늘이 열려있다는 사순절
천사들 앞세우고 성모님이 마중 나오셨던가요
어서 오너라 잘 왔다!
주님도 맞아주시던가요

그럼 됐습니다

줄탁동시(啐啄同時)를 아시죠
이 축복은
한없는 주님의 사랑과
여린 당신의 기도가 빚어낸 걸작이라는 걸
저는 압니다

강산도 변한다는 긴 세월을
당신은
단 한 번도 그 누구를
원망하거나 타박한 적 없었고
주어진 고통을 겸허히 받아들였지요

당신이 천사 같은 모습으로
등대삼아 잡고 있던 제 손 놓으며
반쪽을 덜어놓고 주님 나라로
이사를 가던 날
주님 앞에 했던 우리의 혼배 약속은 이루어졌고
저의 반쪽은 당신을 따라나섰지요

당신 알고 계시죠?
당신을 무한히 사랑했습니다
존경했습니다

그래서
지금
많이 보고싶습니다

당신 곁에 제 자리 잡아놓으라는
제 당부 잊지 않으셨지요
머잖은 날
주님이 부르시면 단걸음에
당신 찾아가리다.

우리
조금만 참고 기다려요.

글 _ 정경임 벨라뎃다(인천교구 강화본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