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에서

그들이 머물 수 있는 교회

이주연
입력일 2025-04-09 08:55:10 수정일 2025-04-09 08:55:10 발행일 2025-04-13 제 3437호 2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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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3월 28일 저녁 어둠이 내린 서울 주교좌명동대성당 일대에서는 ‘2025 주님을 위한 24시간’ 예식이 거행됐다. 특별히 이날 행사는 2027 서울 세계청년대회 지역조직위원회 주최·주관한 면에서, 청년대회를 준비하는 봉사자와 청년들이 주로 참가했다. 갑자기 추워진 꽃샘추위 에도 아랑곳없이, 시간이 가까워져 오자 청년들은 한명 한명 성전을 메웠다. 그리고 시린 야외에서 줄을 서서 무릎을 꿇고 고해성사를 청했다. 묵상과 침묵, 음악이 청년들 손에 어우러지고 다양한 방식의 고해성사와 전례가 만난 행사는 다양성, 자기표현, 공감, 진정성을 특성으로 하는 지금 청년들 가치관과 잘 맞았다는 생각이다.

2027 서울 WYD는 교회 청년 문제에 대한 관심을 더욱 부각하는 계기가 되고 있다. 여러 자리에서 관련 문제들이 논의되고 청년 사목을 활성화할 방안이 보태지고 있다. 그런 면에서 WYD는 교회 청년 문제를 한 번 더 짚어보는 것과 더불어 지금 청년들 신앙의 언어, 관계 방식에서 볼 때 교회가 머물 수 없는 구조와 방식을 지닌 것은 아닌지 살펴볼 기회일 것도 같다.

최근 10년간 가톨릭교회의 20~30대 신자 수는 계속 줄어드는 추세다. 특히 여성 신자의 이탈이 뚜렷하다. 여기에는 다양한 이유가 있겠으나, 분명한 것은 이런 숫자가 단순한 통계 이상의 의미를 지니고 있다는 것이다. 한 자료에서 2030 한국 청년의 키워드를 본 적이 있다. 설명, 경청, 나눔 중심이고 느슨한 소속감과 자율적 모임 등을 중시한다. 서울 WYD를 비롯한 청년 프로그램들이 이런 젊은이 특성과 감수성을 잘 반영하려면, 행사 참여 유도만으로는 부족할 것이다. 청년들의 삶, 언어, 가치관 갈증에 더 깊이 연결되려는 노력이 필요할 것 같다.

이주연 기자 miki@catimes.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