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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알로그] 水災民(수재민)은 누구인가

權이시도로(부산 초량교회 겨자씨 편집부)
입력일 2023-03-16 09:33:50 수정일 2023-03-22 16:08:17 발행일 1965-09-05 제 485호 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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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재민을 구제하자!』 거족적인 이 부르짖음에 누구보다도 먼저 발벗고 나서야할 우리들인데 여기에 이색(異色) 진 「푸로로그」 한토막을 피력해 본다.

지루한 장마가 개인 이곳 광복동 번화가는 내려쪼이는 볕살이 눈부시도록 무더우며 비에 갇혔던 시민들이 시원스런 남방 차림으로 물결을 이루는데 수도복으로 중무장(?)한 신부님 한분과 승려 두분 일행 3명이 아무렇게나 붙인 판자쪽을 막대기에 꽂아 게시판을 만들어 서투른 붓글씨로 『수재동포를 구하자』썼으며 뒷편에는 사랑과 자비에 대한 표어를 쓴것을 승려들이 들었으며 외국인인 이신부님은 모금상자를 끈으로 달아 어깨에 메었는데 그 몸차림과 대조적인 초라한 모습에서 느껴지는 벅찬 감격과 흐뭇한 심정에 얽혀 필자의 세속적인 사고방식 탓인지는 모르나 허다히 많은 신부님중에서 하필이면 외국신부님이 우리 동포를 구하고자 외치고 나서는가?하는 편파심이 솟구쳐 「구제사업」이란 외국인만이하는 것으로 착각하게된 이땅의 생리가 종교계에까지 미치는가?하는 우울감에 짓눌렸음은 필자만의 소감이었을가? 알고보니 이신부님은 교회를 운영하는 바쁘신 틈을 타서 교회일치운동의 구체적인 실천으로 프로테스탄들과 회합하고 의견교환을 추진했으며 교구내의 성당신축에 협조를 아끼지 않는 등 자진하여 걸어가는 가시밭길에서 완덕에 나아가는 성자의 모습을 보여주신 성직자였었다.

인류를 구제하는 복음 전파에 있어 인종과 국가지역을 가릴 필요는 없는 것으로 언어와 풍속마저 다른 수백만리 타국에서 오직 수도(修道)를 닦는 우리 영신의 목자인신 이들 성직자의 일생이야 말로 바로 순교의 역정(歷程) 그것이며 강생구속의 성은을 새롭게 하는 종교의 승리라 찬양하지 않을 수 없는 바이다.

權이시도로(부산 초량교회 겨자씨 편집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