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철한 신앙인이자 독립투사였던 안중근 삶과 정신 오롯이 담아내 안중근 지음/독도글두레 옮김/384쪽/1만8000원/독도도서관친구들 뤼순 감옥서 쓴 회고록 육필 원본은 행방불명 ‘비판정본’ 자서전으로 판독·의미 오류 고려해 해석과 원문 함께 배치
1969년은 안 의사의 정신이 다시 우리에게로 돌아온 해라고 할 수 있다. 그해 근현대 한국사 연구의 권위자인 최서면(아우구스티노·1928∼2020) 박사가 「안중근자전」(安重根自傳)이라는 제목의 일본어본을 발견한 것을 시작으로 「역사」의 일본어 번역본과 한문으로 된 필사본이 잇따라 발견된 것이다. 이들 대부분은 안 의사의 마지막 길을 지켜봤을 일본인들이 남긴 것들이다. 오늘날 우리는 그것을 흔히 ‘안중근 의사 자서전’이라고 부르고 있다. 안타깝게도 안 의사가 쓴 육필 원본은 여전히 오리무중이다.
이런 가운데 안중근 의사의 ‘비판정본’ 자서전 「역사」가 그의 사후 110년 만에 빛을 보게 됐다. 비판정본(critical edition)이란 서양고전문헌학에서 정립된 학술 용어로, 후대 문헌학자들이 만든 ‘정본’과 원작자의 ‘원본’ 사이에 어쩔 수 없는 거리가 있음을 인정한다는 의미가 담겨 있다. 이전 일본어나 한문으로 작성된 안 의사의 글은 육필원고를 필사하는 과정에서 나타나는 판독 오류나 의미 오류 등 다양한 오류를 안고 있다. 이 때문에 같은 「역사」임에도 우리말로 번역할 때 편집자마다 다르게 옮기기도 했다. 이번에 새롭게 옮겨진 「역사」는 안 의사가 집필한 것으로 알려져 있는 원고를 해석과 병치해 해당 원문을 독자들이 직접 해석해 볼 수 있게 한 점이 특징이다. 따라서 이전에 나온 어떤 판본보다 정확하게 안 의사의 생애를 따라가며 그의 정신을 되돌아볼 수 있게 됐다. 신앙인 안중근을 새롭게 돌아볼 수 있는 의미 있는 첫걸음을 떼게 된 것이다. 미국과 중국의 패권 다툼으로 모순적 상황에 놓여 있는 오늘을 살아가는 우리에게 「역사」는 큰 울림을 주고 있다.서상덕 기자 sang@catimes.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