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침 동창 모임이 있어서 내가 「로메로」영화를 보러가자고 했다. 친구들은『또 종교영화지』하며 싫다고 말했다.
사실 언젠가 「접시꽃 당신」「볼쇼이 오페라」둘 다 내가 제안을 했지만 끝까지 감상도 못했다.
「로메로」영화가 재미없을 거라는 친구들에게 『그림 영화는 보지 말고 극장만 구경가자』고 했더니 모두 웃기만 했다.
제44차 세계성체대회를 기념해 제작된 영화인만큼 개최국인 우리나라에서 세계최초로 개봉 상영된다며 신자인 친구 스텔라가 영화 보기를 제의했다.
그러자 친구들은 만역 재미가 없으면 영화비ㆍ커피까지 몽땅 부담하라고 말하는 것이 아닌가.
나는 「로메로」영화가 재미있고 멋지기를 바랐다. 마침내 「오스카 로메로」영화가 시작됐다.
조국 「엘살바도르」가 언제나 내란과 독재정권에 의한 폭력적 정치 속에서 학생ㆍ시민ㆍ노동자 등이 들고 일어나 대대적인 저항운동을 시작하는 시기인 1977년 대주교로 임명되었다. 자유와 평화ㆍ정의와 인권을 외치다 일생을 주님의 아들로서 순교한 「오스카 로메로」대주교의 삶과 헌신적 사랑을 그린 순교실화영화였다.
그래서일까? 영화관 1천여 석을 꽉 메운 관객 모두는 진실과 사랑 앞에 숙연해질 수밖에 없었다. 특히 마지막 장면인 자유의 상징 「오스카 로메로」대주교가 살해 되었을 때, 자유와 평화를 소망하는 모든 이에게 진정한 자유ㆍ평화회복을 위한 사제의 고뇌와 절규는 전 세계인이 함께, 인류공동체가 느낄 수 있는 사람의 메시지ㆍ진실의 메시지로 영원히 기억될만했다.
이제, 9월 순교자 성월을 맞아 나는 책벌레 「로메로」대주교님을 위해 주님께 기도를 드리고 싶다.
아울러 진지한 얼굴로 꼬박 자기 자리를 지켰던 모든 이들과 음악 동창생들에게도 넘치는 평화가 깃들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