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강대 종교신학연구소(소장ㆍ정양 신부)는 8월 16일부터 17일까지 안양 아론의 집에서 제44차 서울세계성최대회 기간 중 10월 5일에 있을 「제찬과 성찬」심포지움 준비의 일환으로 에비 심포지움을 개최했다.
강우일 주교를 비롯 행사 관계자와 유관학자 26명이 참석한 이번 심포지움에서 참석자들은 각 종교의 사안에 자리하고 있는 「먹는 것」의 의미와 형태 그리고 현실성에 대한 의견을 교환했다.
이번 심포지움은 발제자의 준비논문발표와 이에 대한 논평、참석자들의 토의 순으로 진행됐는데、발표는 박일영 교수(서강대)가 「무속의 대동음복」을、홍윤식 교수(동국대)가 「불교의 공양」을、최기복 신부(수원가톨릭대)가 「유교의 음복」을、이홍기 신부(광주가톨릭대)가 「천주교의 성찬」을 각각 발표했다.
참석자들은 이번 심포지움에서 각 종교의 세계관 내지 가치관 또는 구원관이 「먹는 것」과 관계된 독특한 상징체계로 각 종교의식에 있을 만큼 「먹는 것」이 인간세계 안에 큰 중요성을 갖는다는 것을 논의하는 한편 이같이 각 종교에 있는 독특한 식사문화의 상징체계가 공동체성과 이웃과의 나눔、그리고 신앙실천과도 밀접한 관계를 갖고 있음을 깊이 토론했다. 다음은 「무속의 대동음복」、「불교의 공양」、「유교의 음복」의 각 내용을 간추린 것이다.
무속의 대동음복:우리나라의 무속신앙에서 먹거리가 차지하는 의미가 단순히 굿 떡을 나눠먹음으로써 서로 유대감을 느끼고 심인성(心因性) 질병을 치유하는 효과를 내는 것에 있지만은 않다.
굿의 진행과정과 의미를 볼 때 공동식사와 대동음복으로 요약되는 대동잔치인 굿은 공동생활을 통하여 삶의 갈등과 모순에 공동으로 대처하고 불운이나 재앙에 대하여 공동으로 해소 노력을 기울임으로써 연대적 집단치유의 과정을 진행함을 알 수 있다.
따라서 무속에 있어서의 「대동음복」과정은 개인의 한과 구조적 악이 있는 현실상황에서 인간과 인간、인간과 신과의 화해과정을 상징하고 있음을 볼 수 있다.
이렇게 무속신앙의 먹거리는 신과 연관된 생명원리의 상관관계 안에서 사회의 모든 모순을 극복함을 포함하고 있다.
불교의 공양:공양이란 불교적 의미를 지닌 식사일반을 말한다. 기원은 고행하던 석가모니가 고행이 수행에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음을 알고 마을로 내려와 유미죽 한 그릇을 얻어먹고 원기를 되찾아 명상에 잠겨 깨달음을 얻어 부처가 되었다는데서 유래한다.
즉 불교도에 있어 공양이란 그 최고의 목표인 부처가 되기 위해 필요한 영양을 공급받는 것을 뜻한다. 이것이 후에 남에게 공양을 하도록 한 공양공덕의 의미가 부과되면서 불(佛) 법(法) 승(僧)과 부모 또는 죽은 영환에 이르기까지 음식뿐 아니라 의복 등 기타물건을 공급하며 자양하게 되는 것으로 발전하게 됐다.
즉 불교에서의 공양이란 식사의 고마움을 수용한다는 의미뿐 아니라 그 공덕을 남에게 베푼다는 의미까지 포함하고 있다. 그리고 더 나아가서는 남에게 음식을 베푸는 일뿐만 아니라 모든 물자를 남에게 베푸는 일、남에게 이로움을 주기위해 베푸는 모든 것을 말한다. 말하자면 공양을 통한 인간관계를 볼 때 인간존재는 상호공양하는 공덕을 쌓음에 의하여 본래의 면목을 찾게 된다는 것이다.
유교의 음복:유교에서는 인간의 생명과 삶에 관련되고 도움을 주는 신적존재에게는 모든 보은(報恩)으 제사를 드렸고 필요시에는 제사를 통해 공적기도도 드려왔다. 이러한 존재들에 대한 보은의 제사에는 일반적으로 음복이 따랐으며、이 의식을 통해 신령과의 만남과 통교는 물론이요 공동체와의 친교를 심화했다.
유교에서 「나와 너」의 만남의 통로인 예(禮)는 근본적으로 응보를 바탕으로 하고 있다. 신령의 조건 없는 은혜 베품에 만물의 영장인 인간은 감사의 보답으로 정성의 제물을 드리며、정성을 흠향한 신령은 화답으로 강복과 함께 복물(福物)을 내려준다. 또 신령의 복을 받은 인간은 혼자 그 복을 독점하지 않고 제사 공동체는 물론이요 이웃ㆍ친지ㆍ불쌍한 이들과 함께 나누며 더 나아가 삶 자체가 향기로운 제물이 되게 함으로써 신령에 화답한다.
즉 유교제례의 음복은 신령과 인간간의 대화적 화답으로 이루어져 있는 것이다.
이같이 유교 음복의 깊은 뜻은 생명의 존엄성이 상실되어 가고 존재를 소유의 도구로 삼는 오늘의 사회현실에서 생명의 뿌리를 인식케 함으로써 다른 존재에 대한 감사의 마음을 가짐으로써「나와 너」의 인격적 만남을 이루도록 촉구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