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회 달력이 끝장이 남과 동시에 금년도 대림시기가 다가왔나 보다.
신학생으로 있을 동안은 별로 어려움을 느끼지 못하고 대림의 초조한 마음과 성탄의 들뜬 기분으로 연말을 보내기만 했던 것이 사제가 되고 채 2년이 못 됐지만 매년 당하는 대림시기와 사순절 그나마 어린시절의 생각이 떠오른다. 12월이 시작되고 연말이 가까워오면 도심에 걱정거리가생긴다.
이번 성탄 찰고는 어디서부터 할려나.「천주교 요리문답책」360여종목을 3부분으로 나누어 매 판공 시즌마다 빈틈없이 거의 본당 신부님 앞에서 외워야 한다. 120여종목 중 어느 것을 질문하실런지 신부님 사무실 문만 두드리면 가슴이 방아를 찧는다. 두려움과 긴장감으로 본당 신부님의 입만 쳐다보고 있는 나는 가슴이 덜컥 내려앉고 얼굴이 새빨개진다.『되돌아가 다시 외워라』본당신부님의 호령이 지금도 기억에 생생하다. 부지런히 외워 재수 혹은 삼수의 합격으로 성사표를 받고 기쁘게 성탄을 보내곤 했다. 몇 번을 되돌아오면 합격으로 신부님 사무실을 나올 땐 기쁨과 사제에 대한 고마움을 느꼈고 동심이지만 투철한 순종과 의무감이 지금의 나를 만들었나 보다.
요즈음 각 성당에서는 대림시기나 사순절만 다가오면 분주하다. 성사표를 만들고 어떡하면 많은 신자들이 성사를 보게 할끼? 교리 찰고 (테스트) 대신 강좌를 한다. 설문지를 배부한다 아니면 그냥 호주가 와서 성사표만 받아 판공성사를 보게끔 할 수만 있으면 많은 신자들이 춘추의 의무인 판공성사를 보고 성탄을 기쁘게 맞이할 수 있을까. 사제들은 걱정이다. 안일함과 편한 신앙생활을 찾는 지금의 10대 혹은 20대 젊은이들에게「찰고」라는 까다로운 임무가 주어졌다면 얼마나 많은 젊은이들이 여기에 응할까? 안일 무사주의에서 문제의식을 회피하려는 것이 오늘의 삶이다. 도시생활의 번잡함 안에 신앙생활에 부담을 준다는 것이 잘못이겠는가? 아니면 최소한의 의무밖에로 신앙을 지켜나가도록 하는 것이 잘못이겠는가? 대림절을 성탄 축제 준비에 휘말리지 말고 경건하고 기다림 속에 자신의 신앙을 점검하고 한 해를 결산하는 뜻으로 기쁘게 성탄을 맞이할 준비를 갖추면 어떨는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