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합

구약 공역본「외경」시비, 이래도 좋은가?

입력일 2020-01-20 11:55:07 수정일 2020-01-20 11:55:07 발행일 1977-05-01 제 1055호 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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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경」이란 표현은 신학적으로 오류
편집시 좀 더 신경쓰지 못한 아쉬움 있어
재판에서는「제2정경」으로 명시돼
가톨릭ㆍ개신교가 공동 번역한 신구약 성서가 선을 보이자 가톨릭의 전통적인 정경(正經)인 구약의 일부인「외경 (外經)」이라고 표현한 것이 다소 말썽이 됐다. 이에 대한 관계 신부들의 견해와 해명을 들어본다.

▲박상래 신부 (가톨릭대학 신학부 교수)=공동 번역 성서는 일반 전례와 독서 영성을 위해서는 괜찮다고 본다. 그러나 학술용으로나 교회 일치를 위한 대화 등에 인용할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외경」이란 말을 사용한 것은 절대 오류다. 가톨릭 측의 번역이 하루 빨리 이뤄져야 할 것이다.

그리고 신약성서의 내용 등 어휘를 고친 점은 신중을 기했어야 했을 것이다.

▲최창무 신부(가톨릭대학 신학부 교수)=신학적으로 볼 때, 외경이란 말을 절대로 사용할 수 없다 편집할 때, 가톨릭 측에서 좀 더 신경을 썼더라면 이런 오류는 없었을 것이다. 재판(再版)에서는「제2정경」으로 명시돼야 한다. 그리고, 신약성서를 대폭 수정했는데 그 동기와 경위 및 이유 등을 알아봤으면 좋겠다. 성서는 번역된 것이라도 함부로 손대지 말아야 하는 원칙을 주지시켜야 할 것이다.

▲서인석 신부 (서강대학교 신학연구소)=외경 즉「아쁘끄리빠」란 용어는 종교개혁 이후 프로테스탄트가 사용해온 말이며 외경이 아니라 위경(僞經)이라 번역해야 더 걸맞는 말이다. 뜨리덴띠노 공의회 (1546년) 는「공의회가 성서로 인정한 책들을 정경으로 인정하지 않거나 부인하는경우…파문당한다」고 했으며 제1차「바티깐」공의회 (1870년) 에서도 이를 재확인했다. 공동 번역을 할 경우 어느 나라에서도「외경」이란 말을 쓰지 않도록 돼 있는 걸로 알고 있다. 그리고, 내용상 원문이 너무 손상된 부분이 있다.

▲백민관 신부 (공동번역위원)=가톨릭ㆍ개신교의 용어위원회에서「외경」이란 말을 쓰기로 합의했다.「외경」이란 말은 가짜 성경이란 뜻의「외경」이 아니고「정경 외의 것」이란 뜻이다. 일본에선「제2정경」이라 번역했지만 우리나라 가톨릭에선 번역한 적이 없다. 뜨리덴띠노 공의회에서「외경」부분을 처음으로 성경으로 정했다.

▲이종흥 신부 (주교회의 사무총장)=외경 부분을 따로 모아 제본한 것은 교황청 성서위원회와 세계성서공회가 합의한 공동 번역 준칙에 따른 것이다.

가톨릭측 주장만 일방적으로 관철시킨다면 공동 번역을 할 수 없을 것이다.「외경」이란 말은 우리 교회에서 따로 번역한 것이 없어 양측의 의견을 접근시키다 보니 나온 말이고, 결코「위경」이란 뜻이 아니다. 처음부터 완전한 번역본을 기대해서는 안 된다. 미흡한 점은 차차 고쳐나가야 할 것이다. 인쇄에 들어가기 전에 초역한 원본 50여권씩을 관계자들에게 돌려 수정을 요청했으나 별반이 아닐 수 없다.

※주=본보 5월 1일자 3면「이대로 좋은가?」기사에서 말씀해주신 분 중 최창무 박상래 서인석 신부의 경우는「관계 인사」가아니고「관심을 가진 분」이며 「공식적인 의견 발표]가 아니고「사담(私談)을 통한 견해 표명」이기에 오해 없으시길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