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톨릭ㆍ개신교가 공동 번역한 신구약 성서가 선을 보이자 가톨릭의 전통적인 정경(正經)인 구약의 일부인「외경 (外經)」이라고 표현한 것이 다소 말썽이 됐다. 이에 대한 관계 신부들의 견해와 해명을 들어본다.
▲박상래 신부 (가톨릭대학 신학부 교수)=공동 번역 성서는 일반 전례와 독서 영성을 위해서는 괜찮다고 본다. 그러나 학술용으로나 교회 일치를 위한 대화 등에 인용할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외경」이란 말을 사용한 것은 절대 오류다. 가톨릭 측의 번역이 하루 빨리 이뤄져야 할 것이다.
그리고 신약성서의 내용 등 어휘를 고친 점은 신중을 기했어야 했을 것이다.
▲최창무 신부(가톨릭대학 신학부 교수)=신학적으로 볼 때, 외경이란 말을 절대로 사용할 수 없다 편집할 때, 가톨릭 측에서 좀 더 신경을 썼더라면 이런 오류는 없었을 것이다. 재판(再版)에서는「제2정경」으로 명시돼야 한다. 그리고, 신약성서를 대폭 수정했는데 그 동기와 경위 및 이유 등을 알아봤으면 좋겠다. 성서는 번역된 것이라도 함부로 손대지 말아야 하는 원칙을 주지시켜야 할 것이다.
▲서인석 신부 (서강대학교 신학연구소)=외경 즉「아쁘끄리빠」란 용어는 종교개혁 이후 프로테스탄트가 사용해온 말이며 외경이 아니라 위경(僞經)이라 번역해야 더 걸맞는 말이다. 뜨리덴띠노 공의회 (1546년) 는「공의회가 성서로 인정한 책들을 정경으로 인정하지 않거나 부인하는경우…파문당한다」고 했으며 제1차「바티깐」공의회 (1870년) 에서도 이를 재확인했다. 공동 번역을 할 경우 어느 나라에서도「외경」이란 말을 쓰지 않도록 돼 있는 걸로 알고 있다. 그리고, 내용상 원문이 너무 손상된 부분이 있다.
▲백민관 신부 (공동번역위원)=가톨릭ㆍ개신교의 용어위원회에서「외경」이란 말을 쓰기로 합의했다.「외경」이란 말은 가짜 성경이란 뜻의「외경」이 아니고「정경 외의 것」이란 뜻이다. 일본에선「제2정경」이라 번역했지만 우리나라 가톨릭에선 번역한 적이 없다. 뜨리덴띠노 공의회에서「외경」부분을 처음으로 성경으로 정했다.
▲이종흥 신부 (주교회의 사무총장)=외경 부분을 따로 모아 제본한 것은 교황청 성서위원회와 세계성서공회가 합의한 공동 번역 준칙에 따른 것이다.
가톨릭측 주장만 일방적으로 관철시킨다면 공동 번역을 할 수 없을 것이다.「외경」이란 말은 우리 교회에서 따로 번역한 것이 없어 양측의 의견을 접근시키다 보니 나온 말이고, 결코「위경」이란 뜻이 아니다. 처음부터 완전한 번역본을 기대해서는 안 된다. 미흡한 점은 차차 고쳐나가야 할 것이다. 인쇄에 들어가기 전에 초역한 원본 50여권씩을 관계자들에게 돌려 수정을 요청했으나 별반이 아닐 수 없다.
※주=본보 5월 1일자 3면「이대로 좋은가?」기사에서 말씀해주신 분 중 최창무 박상래 서인석 신부의 경우는「관계 인사」가아니고「관심을 가진 분」이며 「공식적인 의견 발표]가 아니고「사담(私談)을 통한 견해 표명」이기에 오해 없으시길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