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기획/특집

[한국의 신흥종교] 18.무속계 신흥종교

노길명·고려대교수·사회학
입력일 2020-01-03 15:13:09 수정일 2020-01-03 15:13:09 발행일 1987-11-29 제 1582호 7면
스크랩아이콘
인쇄아이콘
무속계는 기복적 경향 뚜렷

무속계 교파는 40여개
무속은 무당중심의 민간신앙
대도시서도 급격한 증가 추세
무속(巫俗)은 무당(巫堂)을 주축으로 하여 민간에서 전승되고 있는 민간신앙이다. 한국의 민간신앙에는 여러가지가 있지만 무속만큼 영원이 오래되고 한국문화에 크게 작용해온 종교는 없다.

무속의 존재양식은 기성종교와 다르다. 일반적으로 불교나 유교는 외래종교로서 지배계급에 의해 통치이념으로 작용해온 것에 비해, 고유신앙으로서의 무속은 민중의 생활속에서 그들의 애환을 달래주는 생활동반자로 기능해왔다. 따라서 기성종교는 지배계급의 비호를 받아 관인사상(官認思想)으로 연구되고 체계화된데 비해, 무속은 정치적 탄압으로 인해 아직도 미신의 경지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또한 불교나 유교와 같은 기성종교들은 권력구조의 변화에 따라 성쇠기복이 심하였지만, 무속은 어느 시대에나 가장 많은 인구층과 밑착하면서 민중의 종교로 내면화되고 생활에 은폐되어 왔다.

무속은 민간신앙 중에서도 확고한 신앙체계를 이루고있는 종교이다. 거기에는 종교지도자로서의 무당이 있고, 종교의식(宗敎儀式)에 필요한 구비경전(口碑經典)으로서의 무신화(巫神話·巫歌)가 있다. 종교지도자로서의 무당은 종교의식을 집행하며, 구비경전으로서의 무신화는 우주의 질서와 교리적 지침을 제공한다.

무속은 굿이나 점복(占卜), 굿과 점복의 혼합, 또는 독경형(讀經型)으로 존재하기도 하지만, 외래종교나 기성종교에 기생함으로써 명맥을 유지하는 경향이 강하다. 이것은 한국인의 종교적 심성에는 무속적 성향이 강하며, 한국인들은 그러한 무속적 심성을 바탕으로하여 타종교를 수용하고 있다는 점을 뜻하는 것이기도 하다.

그렇기 때문에 한국사회에 수용된 외래종교들은 점차 무속에 동화되는 경향을 나타나게 된다. 불교사찰에서 보여지는 칠성각(七星閣)·삼신각(三神閣)이나, 그리스도교 신자들에게서 두드러지게 보여지는 현세기복적 신앙 등은 이러한 경향의 일단이라고 할 수 있다.

무속의 중심사상은 해원(解?)과 신바람이다. 무속은 억눌린 한(恨)을 풀어주고 제재기복 (除災祈福)을 약속해 줌으로써 생활에 적극적인 면을 보태주는 기능을 한다. 따라서 무속에는 내세중심적·윤리중심적인 측면이 약하고, 현세중심적· 실용주의적인 측면이 강하다.

무속의 종교의식을 담당하는 무당에는 두가지 형태가 있다. 그 하나는 강신무(降神巫)로서, 이들은 강신체험을하고 영력(靈力)을 소유하고 있는 것으로 간주된다.

그리고 다른 하나는 세습무(世襲巫)로서, 굿과 같은 종교의식만을 담당하는 무당이다. 세습무는 어머니와 딸간에(母女間), 또는 시어머니와 며느리간에(姑婦間)에 세습된다.

무속계 신흥종교는 무당을 중심으로 하여 발생한다. 이때에 중심이 되는 무당은 강신무 뿐만 아니라 세습무도 포함된다. 강신무나 세습무를 막론하고 무당이 자신을 따르는 추종자들과 더불어 기성종교를 모방하여 교회와 교단을 체계화하면 하나의 신흥종교가 되는 것이다. 그러나 주목할만한 것은 이들이 신흥종교로 나타날 때에는 신앙대상으로 무속의 신(神)을 내 세우지 않고 부처님이나 단군 또는 관우(關羽)를 내 세우는 경우가 많다는 사실이다. 이들의 신단(神壇)을 보면 거기에는 대부분 불상이나 단군상 또는 관우상을 모시고 있으며, 경우에 따라서는 이 세가지를 모두 모시거나 그 밖의 다른 신상(神像)까지도 함께 모시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무속계 신흥종교들은 얼핏 보아서는 다른 계통의 신흥종교처럼 보이기도 한다. 뿐만 아니라 최근에는 대도시에서 불상이나 단군상을 모셔놓고 굿이나 점복을 전문적으로 행하는 사찰이나 신당(神堂)이 급격히 늘어나고 있는데 이들까지 포함시킨다면 무속계 신흥종교의 수효는 헤아릴 수 없이 많다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엄격한 의미에서는 이러한 사찰이나 신당들은 무속계 신흥종교에 포함되지 않는다. 적어도 이들이 하나의 신흥종교로 간주되기 위해서는 어느 정도나마 체계화된 신앙대상, 교리, 종교의식, 종교적 윤리와 강령, 교단조직 등이 갖추어져 있어야만 한다. 현재 이러한 조건들을 어느 정도나마 갖춘 무속계 신흥종교들은 약 40여개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이 계통의 신흥종교로서 비교적 역사가 오래된 종단으로서는 1920년 서울 숭인동과 연건동에서 관성제군(關聖帝君) 즉 관우를 숭배하던 숭신단체(崇神團體)와 무당들에게 포교하여 교단을 조직한 관성교(關聖敎)와, 계룡산에서 천지신명에게 기도하던 중 「경문」 (經文)을 받고 관우의 높은 덕으로 중생을 구제하기 위하여 1945년에 창교하였다는 무량천도(無量天道)가 있다. 또한 최근에는 교주 자신이 하느님이라고 주장하는 천황궁(天皇宮), 10·26이후 혁명공약 10개조를 내걸고 거사를 모의하다 체포되어 계엄법 위반내란 중요업무종사죄로 교주가 1년 6개월간 복역한 명부전(冥府殿), 미륵불이 교주자신의 오빠라고 주장하는 창해수교(蒼海水敎), 용화불사龍華佛寺), 산신교 (山神敎), 황황교 (皇皇敎), 천일교 (天一敎), 천궁전(天宮殿, 大韓正道敎라고도 함) 등이 약한 교세나마 계속 활동하고 있다.

무속계 신흥종교들은 과거에는 충남 계룡산에 밀집되어 있었다. 그러나 최근에는 서울을 비롯한 대도시에서 은밀히 늘어나고 있으며 태백산과 소백산 일대에도 밀집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이들은 거의 모두가 영세민들이나 교육수준이 낮은 하류층을 대상으로 병을 고치고 액운을 면하게 해준다는 방법으로 포교한다.

노길명·고려대교수·사회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