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70년대에 미국에서 수년간 비소설(nonㆍfiction) 부문의 베스트셀러가 됐던「조용한 봄(silent spring)」이 기억난다.
이제 봄이 다가오는 소리와 함께 다시 생각나게 하는 내용이다. 「조용한 봄」은 1969년에 여자 신문기자인 라첼카슨(Racgel Carson)이 쓴 논픽션으로, 후에 퓰리쳐상까지 타게 된, 대단히 인기있는 작품이다.
봄이 조용한 까닭은 농약의 남용으로 들판에 종달새가 모두 죽어버려, 조용하다기 보다는 적막한 환경이 되었다는 것이다.
실제 지금 농약의 피해는 엄청나다. 우리의 농촌도 마찬가지이다. 여름에 논ㆍ밭에서는 메뚜기를 찾아볼 수 없을 정도로 농약을 살포하고 있다
농약을 직접 살포하는 농민들은 대부분이 농약 중독에 대한 자각증상을 느끼고 있다고 호소하고 있다(대한예방의학학회에서, 1985년).
농민들은 농약의 위해성을 인지하면서 사용하고 있으며, 심지어는 농민들 자신들은 자기네가 먹는 농산물은 농약을 뿌리지 않고 재배한다고 한다.
수입한 배꽃가루
작년 봄 서울에서 꿀배로 유명한 태릉 배밭을 가본 적이 있다. 배꽃이 한창인, 참으로 아름다운 풍경이었다. 그러나 이곳에서 많은 사람들이 배나무에 붙어서 무슨 작업을 하는 것을 보고, 기이하게 여겨 가까이 가서 그 까닭을 물어보았다. 참으로 기가막힐 일이었다. 그 사람들은 배나무꽃의 암술에 붓으로 꽃가루를 묻히고 있는 중이었다. 그 까닭은 봄이 되었어도 벌들이 없어 인공수정을 하고 있는 것이었다. 농약의 살포로 벌과 나비들이 살아남지 못하였기 때문이었고 더욱 기가 막힌 일은 배꽃가루도 미국에서 수입한 것이라는 것이다.
농약이 대량으로 사용되기 시작한 것은 1950년대부터이다. 농약의 태두는 스위스의 화학자「뮬러」박사이다.
그는 1943년 DDT의 화학 구조식을 밝혀내고 인공적인 합성에 성공하기에 이르른다.
그 당시 DDT는 녹색혁명을 이룰 수 있는 신비의 약으로서 농작물과 인ㆍ축에는 해가 없으나 해충만을 죽일 수 있다고 믿었던 것이었다. 인류를 해충에 의한 질병으로부터 해방시키고 그리고 풍요로운 농작물의 수확으로 배고품을 이길 수 있다는 큰 희망을 인간에게 준 공로로 드디어 뮬리박사는 1948년 노벨상을 수상하게 된다.
DDT와 자연파괴
그후 DDT류의 농약들은 무수히 사용되었고 그 결과 많은 익충의 멸살과 그 잔류독은 가축과 인간에게 전달되어 만성병, 특히 암을 일으키게 한다는 것이 입증되었다.
더욱이 생태계의 질서를 파괴함으로써 인간의 생존을 간접적으로 위협하고 있다.
우리는 1960년에 이르러 보루네오섬에서 발생한 DDT의 교훈적 사건을 보게 된다.
그 당시 보루네오섬에서는 말라리아가 대유행을 하게 되어 그 매개체인 모기를 죽이기 위하여 DDT를 대량살포하였다. 일단 모기의 대발생을 막았으나 쥐가 대량으로 번식하게 되어 인간에게 더욱 무서운 흑사병이 발생하게 되었다.
그 이유는 DDT에 중독된 도마뱀 등 각종 소형동물들을 고양이가 잡아먹고 고양이가 중독되어 사멸됨으로써 DDT에 상대적으로 강한 쥐들이 번창한 것이었다. 할 수 없이 DDT살포를 중지하고 쥐를 잡기 위하여 고양이를 대량 공수하였다. 그러나 집들이 무너지는 희귀한 현상이 다시 일어났다.
이것은 열대성 바퀴벌레들이 대발생에 의한 것으로 바퀴벌레들은 DDT에 내성이 강하고 또한 이들을 잡아먹고 사는 도마뱀들이 DDT에 중독되어 사라졌기 때문에 이들 바퀴벌레들이 나무들을 쏠아먹기 때문에 목재 건물들이 쓰러진 것이었다. 그후 목조가옥들은 사라지고 시멘트집들이 지어지기 시작하였다.
이러한 생태계의 질서 파괴로부터 우리는 새로운 교훈을 얻는다. 농약의 공해는 인간에게 나쁜 악종(惡種)의 생물들을 우선적으로 생존하게 하며 익충들을 멸종시키고 악종 생물들을 더욱 번성하게 한다는 것이다.
몇년 전 우리나라에서 멸구 대발생으로 논농사, 특히 벼농사가 안되어 평년작 이하의 수확을 낸 사건도 농약에 의한 것이라고 한다. 멸구는 8~9월에 중국의 남부 및 태국 등지에서 알을 배고 태풍을 따라 우리나라에까지 전파된다.
이때에 마침 농약사용으로 멸구의 천적인 거미와 메뚜기류 등 익충이 다 죽은 후에 침입되어 마음놓고 알을 까고 번성하여 농작물을 다 갉아 먹어버렸기 때문에 일어난 사건이었다.
1970년대 이르러 DDT가 남극의 펭귄새 몸에서 그리고 북극의 얼음 속에서도 측정됨으로써 온 세상이 DDT로 오염된 것이 증명되었다.
더욱이 인간의 혈액과 모유에서도 그 잔류가 측정되었고 이로 인한 발암성이 입증되었다.
결국 1980년대 초에 WHO(세계보건기구)의 권고에 따라 DDT의 생산과 그 사용이 금지되기에 이르른다. 이제 우리나라에서도 DDT류의 농약은 사용금지되고 있는 실정이다.
농약은 농해(農害)
DDT는 농약(農害)이 아니라 농해(農害)가 되었다. 그러나 뮬러 박사가 수상한 노벨상은 되돌려질 수 있는 것인가? 불과 40년전의 선재(善財)가 악재(惡財)로 변할줄이야!
카슨이 종달새의 노래소리가 없는 적막한 봄의 풍경을 그리며 인간의 사악한 욕심으로 인류의 멸망을 예견하고 있었던 것이다. 카슨이 예견한 인류의 멸망은 단지 농약의 남용을 예로 든 것에 불과한 것으로 , 이 속에 담긴 뜻은 인간의 개인적 탐욕에서 비롯하여 나타난 결과를 보여준 것이다.
창세기에 하느님이 태초에 세상을 지으시고『참으로 좋더라』하시고 아담과 하와까지 만드시고『이 세상은 너희들이 정복하라』하시니 , 이는 인간이 세상을 잘 다스리라는 것을 일컫는 말씀이리라.
정복은 짓밟아버려도 좋다는뜻이 아닐 것이니라. 인간의 끝없는 자연에의 도전은 자연을 보전하는 것인가? 농약의 이면성(二面性)을 보면서 과학기술의 윤리를 강조할 때라고 생각한다. 농약의 적절한 사용과 알맞은 사용 시기는 바람직하지만 남용과 과용 그리고 오용은 참사를 낳고 있다. 하느님은 진정한 농약은 안만드셨나보다. 올 봄에 우리의 들판에도 꽃나비와 벌이 날고 그리고 종달새가 지저귀는 환경을 그려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