듣지 못하고 말하지 못하는 이들의 귀와 입이 되어 「뜨거운 나눔」을 실천해온 사람이있다.
구로공단소재 모피전문 수출업체인 「태림모피」(대표·이종범)농아근로자들의 「수화통역자」로 일하고 있는 임경희(로사리아·35)씨.
작년 9월부터 이곳에 근무하기 시작한 임경희씨는 그동안 언어가 통하지 않는데서 오는 답답함 때문에 농아근로자들과 일반 근로자들 사이에 알게 모르게 쌓여왔던 「높다란 담벼락」을 하나하나 소리없이 허물어 가고있다.
60명이나 되는 농아근로자들의 입과 귀가 되어 그들의 애로사항·의견 등을 회사측에 전달해주고 또한 일반근로자나 회사측의 요구사항을 수화로 통역해 주는 것은 물론 농아들의 교양교육·수화교육 등을 담당하는 것이 임경의 씨의 일이다.
서울 농아선교회 봉사단체인 「반디불」회 창립회원이기도 한 임경희씨가 태림모피와 인연을 맺은 것은 87년 겨울 태림모피 가까이에 있는 철산동본당 주일미사를 수화로 통역하면서 부터이다.
평소 농아자들에게 많은 관심을 가지고있던 태림모피 이종범(야곱)사장이 임경희씨의 소식을 전해듣고 농아근로자들의 교양강좌를 의뢰한 것이 계기가 돼 이르렀다.
『작은 힘이나마 회사측과 근로자사이에 「말귀」를 트게했고 나로 인해 농아근로자들이 세상 돌아가는 사정을 어느 정도 알게된 것이 제일 기쁘다』는 임경희씨는 초장기에는 자신을 「관리감독자」로 바라보는 농아들의 따가운 눈초리가 힘겹기도 했지만 이제는 언니처럼 허물없이 지내면서 이들이 올바른 「직업관」과 「식생활」을 가질수 있도록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 임경희씨가 짧은 기간동안 이같이 자리를 잡아갈 수 있었던 것은 지난 80년부터 배워온 능숙한 수회실력도 주요했지만 농아들을 향한 순수한 인간애가 큰 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이런 믿음 하에 임경희씨는 수원교구에서는 농아선교모임인 「샘물회」를 조직하기도 했다.
현재 임경희씨는 3월 13일 열리는 일본 후꾸오까시의 농아자들 연례행사인 「귀의 날」에 태림모피 농아근로자들과 함께 초청을 받아 근로자들에게 에어로빅과 한국 고전무용을 가르치느라 여념이 없다.
일본에 가서도 자랑스러운 한국인으로서의 저력과 자신감을 아낌없이 보여주기 위해서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