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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자유감] 파괴범/김우성 신부

김우성 신부ㆍ서울교도사목회 전담
입력일 2018-11-30 17:10:39 수정일 2018-11-30 17:10:39 발행일 1993-12-19 제 1885호 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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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 언론기관에서 어느 때부터 파괴범이라는 용어가 등장했는지는 모른다. 그 중에서도 근래에 국민을 경악케하는 ‘가정 파괴범’이라는 명칭은 대략 1천만여 가정의 등골을 오싹하게 한다.

평탄한 가정에 어느 날 갑자기 침입한 강도에 의해 금품을 빼앗기고 아녀자마저 성폭행 당하는 현실은 국민 모두의 분노를 사기엔 충분하다. 특히 그러한 범죄는 남의 일처럼 여겨지지 않고 바로 나의 가정일처럼 간주되기 때문이다. 그러기에 가정 파괴범만큼은 죽여야 한다는 언성이 높음은 어쩔 수 없는 현실일지도 모른다.

가정을 지닌 국민이라면 모두가 바로 가정의 평안과 안녕을 위해 온갖 심혈을 기울이며 살아감은 사실이다. 그러나 여기에 중요한 문제점이 제기된다. 그것은 다름 아닌 사회질서나 공공위생 및 자연생태계의 파괴범에 대해서는 가정 파괴범에 비해 분노와 사회인식 측면에서의 주의 및 경각심이 빈약하다는 점이다.

더욱이 국가와 국민생존 파괴범에 대해서는 대다수의 사람들이 먼 산 바라보듯 고개만 휘젓지 직접적으로 그 원인을 규명해 보고 현실을 보완하고자 노력하는 자는 의외로 적다는 것이다. ‘법은 멀고 주먹은 가깝다’라는 말이 우리 국민의 사회에 대한 참여의식 수준을 단적으로 보여주고 있는 듯싶다.

어떤 유형의 파괴범이든 이는 스스로가 파멸범임을 공인하는 듯싶다. 가정과 사회 및 국가에 엄청난 공해 덩어리임을 인정하는 자라 할 것이다.

어떠한 범죄든 가정과 사회 및 국가에 연관되지 않은 범죄가 어디 있겠는가? 설령 일정한 돈을 주고 성을 상품화한다는 유흥가에서 버젓이 쾌락을 즐긴다 해도 엄밀한 의미에서는 그러한 일을 저지른 자의 가정을 소리 없이 파괴하고 있고, 윤락 여성 측면에서는 한 여성이 그 자리에 서기까지의 그 가정 또한 파괴하는데 중요한 원인제공을 했음은 사실이기 때문이다.

사회윤리의 질서는 어찌 보면 나 자신의 혈액순환과 크게 다를 바가 없다. 이런 측면에서 우리 모두는 좀 더 깨어있어야 할 듯싶다. 우리가 속한 사회와 국가를 나의 가정처럼 소중히 여기는 마음을 혼신을 다해 가꾸어가야 하리라 본다.

김우성 신부ㆍ서울교도사목회 전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