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맹여성들의 길잡이 15년
교육의 기회를 잃은 여성들에게 배움의 터전을 제공함으로써 꿈과 기쁨을 가져다준 한국 여성생활연구원 (원장 정찬남)이 개원 15주년을 맞았다.
“너무나 고생스러워 매년 올해까지만 하고 그만둬야겠다는 생각 때문에 지금까지 한 번도 축하행사를 가져 보지 못했던” 한국 여성생활연구원 정찬남 원장(48세·모니카)은 이번 15주년을 맞아 11월13일 처음으로 기념행사를 마련하고 그동안 연구원을 위해 공헌한 후원자들에게 감사패를 수여했다.
78년 야간 중고교였던 국일여학교로 시작, 출발부터 여성 교육에 남다른 열정을 보여 왔던 ‘한국 여성생활연구원’은 국일 할머니 쉼터, 여성대학, 노인대학, 사회 교육 및 도서관 운영, 여성 취미활동 등 다양한 교육프로그램을 실시하고 있지만 무엇보다 문맹여성들의 한글교육으로 더욱 유명하다.
초등교육이 의무화된지도 40여 년이 지났고 중학교 과정까지 의무화된 현대사회 속에서 문맹여성이 많다는 사실은 매우 놀라운 일이 아닐 수 없다. 현재 ‘한국 여성생활연구원’에서 한글교육을 받고 있는 여성들만도 1백50여 명이나 된다.
“국일여학교 운영시절 한글을 모르는 여성이 내게 찾아와 그 고통을 호소했을 때조차도 나는 그렇게 많은 문맹여성들이 있다는 사실을 몰랐었다”고 회고하는 정찬남 원장은 “한글교육을 실시하면서 문맹여성이 너무도 많다는 사실과 그들이 가정과 사회 안에서 겪는 남모르는 고통에 놀랐다”고 말했다.
“한글교육은 사회에서 불이익을 당하고 자신감이 없어 남 앞에 나서기조차 꺼려하는 문맹여성들에게 새로운 삶을 가져다주는 일”이라고 설명하는 정 원장은 80년대 초부터 실시해 온 성인 한글교육의 경험을 바탕으로 지난해 성인을 위한 한글 교재를 발간, 화제를 모았었다.
현재 3권까지 출간된 「성인을 위한 한글한글」은 그동안 한글교재가 어린이들을 대상으로 한 낱말이나 문장 등의 문제점을 해결했으며 성인들이 생활하는데 필요한 서류작성방법이나 새로운 맞춤법 사용 등 기초적 이면서도 실용적인 측면이 강조돼 널리 이용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