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인성당은 말 그대로 군인들을 위한 성당이다. 본당 신자들도 절대 다수가 군인 및 그 가족들로 구성되어 있으며, 그래서인지 본당 분위기도 사회 일반본당과는 어딘지 좀 다르게 느껴지는 때가 많다. 계급순으로 성당좌석이 배치된다거나, 사목협의회나 제단체 구성시에도 신심이나 활동능력이 아니라 계급중심으로 직책이 정해지는 것 등이 그 예이다.
그래서 편한 마음으로 성당에 와야 할 사람들이 미사참례나 본당활동을 의식적으로 피하거나 부담스러워 하기도 하는데 실제로 하사관이나 초급장교들 가운데는 군인이면서도 일부러 사회성당에 나가는 이들도 있다. 그쪽은 계급적인 구분이 없어 오히려 더 편하다는 것이다.
편한 성당이 되기 위해서 시간을 두고 하나씩 고쳐나가기로 계획을 세웠는데 그 첫 번째가 신자들 상호간의 호칭 문제였다. 본당 내에서 신자들끼리 서로를 부를 때 이름이나 세례명이 아니라 남자들은 부대에서의 계급이나 직책을, 가족(부인)들 역시 남편의 직책이나 사모님이란 호칭을 사용하고 있는 것이었다. 급할땐 본당신부 보고서도 사모님이라고 부를 정도이니 상태가 꽤 심각하다 하겠다. 그래서 미사시간에 앞으로 성당내에서는 절대로 계급이나 직책 그리고 사모님이란 호칭을 사용하지 못하며, 대신 세례명이나 형제자매라는 호칭을 사용할 것이며, 이를 어길시에는 벌금을 물리겠다고 공지를 했다.
해프닝은 그 이후부터 일어났다. 남자들은 그런대로 지켜나가는데 자매들은 쉽게 되지 않는 모양이었다. 그래서 급하게 나오는 말이 ‘사매님’, ‘자모님’이라는 신종호칭 이었다. 사모님이라고 할려고 ‘사’까지 나왔다가 본당 신부 얼굴 보니 벌금생각이 나서 끝자를 ‘매’자로 바꾸어 부르는 것이었다. 자모님 역시 마찬가지였다.
그런데 일 년 동안 다른 것 들은 많이 바꾸었는데 사모님이란 호칭만큼은 본당신부가 손을 들고 말았다. 한번 습관화된 버릇은 고치기가 그렇게 어려운가 보다.
우리 자신 역시 마찬가지로 누구에게나 버리고 고쳐야 할 나쁜 습관이나 버릇이 한두 가지씩은 있다. 그것들이 어떠한 것이든 과감한 결단으로 고쳐나가려는 노력, 그것이 신앙인이 살아가야 할 삶의 한 모습이라 생각된다.
한마디 덧붙인다면, “여러분들은 성모님께 기도드릴 때에도 사모님이라고 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