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

안방에 일본만화 넘친다

노경아 기자
입력일 2018-09-30 15:04:00 수정일 2018-09-30 15:04:00 발행일 1993-08-15 제 1867호 1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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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작비 구실로 짙은 왜색 방송

신세대, 일본식 사고 침투 “비상”
광복절을 맞은 이때, 안방극장에는 때 아닌 ‘일본 만화영화’가 전성기를 누리고 있다. 최근 방송위원회의 지적에 의하면 TV에서 1주간 방영되는 만화영화는 14편으로 이 중 6편이 일본 만화영화였으며 따라서 심의 제재도 ‘짙은 왜색 표현’이 제일 많은 건수를 차지했다.

만화영화의 시청자 대다수가 자라나는 어린이들과 청소년들임을 생각해 볼 때 일본 만화영화의 안방극장 방영은 일본 물건, 건물, 외모 등은 물론 일본식 사고까지 은연중에 보여주게 됨으로써 일본문화에 대한 동경심 등 문화사대주의의 우려를 낳고 있다.

특히 일본 무술, 사무라이 정신과 함께 약자는 죽어도 아무런 상관없다는 식의 생명경시풍조를 보여주고 있는 일본 만화영화는 허황된 영웅주의나 팔, 다리가 잘리는 폭력적이고 여자의 나체 등 선정적인 장면들이 빈번하게 방영되고 있어 어린이들의 정서에 나쁜 영향을 미치고 있다.

이러한 지적은 비단 만화영화만이 아니라 일본잡지, 비디오 등에서도 이미 떠오른 문제지만 특히 TV에서 방영하는 일본 만화영화의 악영향은 TV가 다른 어떤 대중매체보다도 어린이들에게 적나라하게 노출돼 있다는 점에서 그 심각성을 더해주고 있다.

현재 3개 방송사에서 방영하고 있는 TV만화영화 중 일본에서 수입한 것으로는 KBS의 ‘비밀의 화원’ ‘홈런왕 강속구’와 MBC의 ‘내일은 야구왕’ ‘도전자 허리케인’ 등이며 SBS의 경우 ‘축구왕 슛돌이’ ‘요술공주 밍키’ 8월3일 종영한 ‘쾌걸조로’ 등이다.

스포츠 만화영화가 많은 점은 최근 SBS가 상영한 바 있는 ‘피구왕 통키’가 어린이 만화로는 드물게 최고 37.9%라는 놀라운 시청률을 과시하게 되자 SBS는 물론 타 방송사도 경쟁하듯 일본 만화영화를 수입, 스포츠뿐 아니라 다른 종류의 일본 만화영화의 선풍까지 불러일으키게 됐다는 것이 방송 관계자들의 지적이다.

특히 피구왕 통키는 어린이들 사이에 크게 인기를 얻어 피구가 유행하는가 하면 신발, 학용품 등이「통키」라는 이름으로 발매되고 만화영화에 등장하는 불꽃마크의 배구공이 불티나게 팔리는 등 어린이들에게 만화영화의 영향이 어떠한지 그 위력을 보여줬다.

일본 만화영화의 선풍은 비단 이러한 문제뿐만 아니라 만화 한 편 당 자체 제작시 드는 비용이 6천만원인데 비해 1백60만원 정도면 쉽게 사올 수 있기 때문이기도 하다.

현재 국내 방송사가 자체 제작, 방영되고 있는 국산 만화영화는 ‘꿈돌이’(MBC) ‘마법사 코리’(KBS) 등이 전부다.

초등학교에 재학 중인 자녀를 두고 있다는 조은정(35세·마리아)씨는 “TV를 꺼놓고 살 수도 없고 보여주자니 자녀들에게 잘못된 의식을 심어줄까 두려워 어떻게 해야 할 지 난감하다”면서 “부모들이 앞장서 어린이들의 정서에 유익한 문화영화 상영을 적극 요구하는 운동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노경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