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합

범신론적 지구생리학 ‘가이아 이론’의 실체

리길재 기자
입력일 2018-08-12 15:04:29 수정일 2018-08-12 15:04:29 발행일 1993-06-06 제 1858호 7면
스크랩아이콘
인쇄아이콘
지구를 신앙의 대상으로 해석

가이아는 ‘신성지닌 생명체’ 주장
창조 전면부인 지구가 생물근원
인간을 지구의 부속품 취급 인명경시 사상 내포
그리스도교 창조론과 근본적으로 위배되는 과학적 범신론「가이아 이론」이 최근 국내에 유입, 학계와 일부 사회에 반기독교적 문화를 조성하고 있다는 비판을 잇따라 일고 있어 심각한 우려를 자아내고 있다. 지구를 하나의 거대한 생명체로 인정하여 자정능력을 가진 지구가 모든 생물과 환경을 조정한다는 가이아 이론은 인간을 지구에 기생하는 하나의 종속품으로 받아들이고 있어 그리스도교 신관의 입장에서 문제시되고 있다. 유일신을 부정하는 뉴에이지 사상이 국내에 확산 되면서 일부 자연계열 대학교수들과 대학생들, 문학 비평가, 환경전문가 사이에 가이아 이론을 동조하는 세력이 점차 넓혀지고 있어 더욱 주의가 요망되고 있다. 가이아 이론이 단순한 과학적 가설에 불과한 것이라고 지나치기에 앞서 가이아 이론의 실체를 밝혀 그리스도교적 창조론에 정면으로 위배되는 과학의 범신론적 사고를 경고하고 인간의 존엄성과 품위를 실추시키는 과학지상주의를 반대하고자 한다.

「하느님의 창조물인 지구」에서 출발하는 것이 아니라 「인간이 경외해야할 어머니 지구」에 학문적 근거를 두고 전개되는 가이아 이론은 오존층 파괴를 예언한 영국의 화학자 제임스 러브록(James Lo-velock)이 정립, 1979년부터 일반 대중이 널리 퍼지기 시작했다.

「가이아」란 고대 그리스 신화에 나오는 「대지의 여신」이란 말뜻으로 러브록은 자신의 저서「가이아의 시대」에서 『생명의 기원에서부터 시작하여 생물이 살아남는 최후의 순간까지 시간적으로 연속성을 갖는 실체, 범지국적 종합적 존재』라고 주장하고 있다.

「지구 자체가 하나의 거대한 생명체」로 인정하는데서 부터 출발하는 가이아 이론은 지구의 어머니 가이아가 자기조정능력을 통해 모든 생물을 번식, 멸종시키고 환경오염을 정화시킬 수 있다고 한다.

러브록에 따르면 항상성(Homeostasis)과 인간이 갖고 있는 총체적 지성과 같은 예지능력을 소유하고 있는 가이아는 지구상의 모든 생물들을 위해 스스로 적당한 물리적, 화학적 환경을 조성하고 있으며 자신의 건강과 무분별한 종자 번식을 막기 위해 모든 생명을 조율한다.

가이아는 꿋꿋하고 강건하여 온 세상을 편안하게 감싸주며 자신의 규칙에 복종하는 존재들에게 항상 안락함을 제공하지만 법칙을 거역할시에는 아무런 동정심없이 멸망시키고 만다.

따라서 오늘날 심각한 골치거리로 대두되고 있는 환경오염도 인간적 관점에서 중요한 문제이지 자기정화 능력이 있는 가이아에게는 아무런 문제가 되지 못한다는 것이 가이아 추종자들의 공통된 의견이다.

달팽이 껍질이 달팽이의 일부인 것처럼 생명 자체인 가이아의 한 구성원인 인간은 가이아에 종속됨으로서 존재론적 가치가 있고 지구에 기생하는 바이러스와 똑같은 부속품에 지나지 않는다.

한마디로 러브록의 가이아 이론을 요약한다면 가이아 즉 대지의 여신인 지구를 하나의 응집된 생명체, 자기 규제가 가능하고 자기 변신이 가능한 일종의 거대한 유기체로 인정하고 그 안에 존재하고 있는 모든 생물들은 가이아의 자동 조절 시스템에 의해 조정된다는 지구생리학(Geophysio-logy)적 가설이다.

■그리스도교와 가이아 이론

그리스도교적 창조론은 「영원한 생명이 있는 유일한 하느님의 완전한 자유의 입장에서 무에서부터 세상을 창조하였음」(가톨릭 대사전「창조론」한국 교회사 연구소)을 천명하고 있다.

창조는 하느님만이 행하실 수 있는 고유한 행위이며 예수 그리스도의 구원사업과 직접적인 관련을 맺고 있는 하느님의 역사이다.

범신론적 입장에서 출발하는 러브록의 가이아 이론은 지구를 신의 속성을 지닌 신앙의 대상으로 말하고 종교적 개념으로 해석하고 있어 그리스도교 신학자들에게 걸림돌이 되고 있다.

러브록은 그저 저서 「가이아의 시대-살아있는 우리 지구의 전기」 「신과 가이아」 에서 가이아가 자신의 과학적 개념일 뿐 아니라 종교적 개념이라고 분명히 고백하고 있다.

그는 같은 책에서 가이아를 성모 마리아와 비유하면서 “ 모 마리아가 가이아의 다른 이름이라면 어떨까? 그러면 동정녀 마리아가 아이를 낳았다는 것은 아무런 기적도 아니며 처녀 생식의 변이도 아니다. 그것은 생명이 탄생한 이래로 가이아가 갖는 자연스런 역할이다…. 가이아는 거의 불멸의 존재라고 할 수 있다. 그녀(가이아)는 우주의 한부분이며 신의 일부분으로 인식될 수 있다. 이 지구에서 가이아는 영속하는 생물의 근원이며 지금도 여전히 살아있는 존재이다. 가이아는 인류를 탄생시켰으며 우리들은 그녀의 한부분인 것이다” 고 피력하고 있다.

가이아 이론에 따르면 지구는 불멸의 살아있는 생명체로서 신성을 소유하고 인간은 지구의 창조물이자 종속물이며 부속품에 불과하다.

그러므로 이러한 범신론적 가이아 이론은 그리스도교의 창조론과 정면으로 위배되는 학문적 가설임을 단정 지을 수 있다.

창조론을 부정하는 가이아 이론은 그리스도론과도 정면 위배된다.

가이아는 자정능력이 있어 아무리 큰 오염이나 파괴도 스스로 회복시킬 수 있기에 구원을 위한 예수 그리스도의 십자가상의 피흘림은 무의미해지기 때문이다.

한 교의신학자는 “지구 자체를 생명체로 보고 있는 가이아 이론에서는 지구를 담고 있는 우주도 역시 하나의 생명체로 스스로 생존능력을 가지게 되며 지구가 품고 있는 분자의 세계에서도 그에 속한 작은 우주가 있어 연속적으로 존재하게 된다”고 전제하고 “이런 논리에서 지구가 신이면 우주도 신이고 분자뿐 아니라 그보다 더 작은 물질 원소도 신이라는 범신론과 연결될 수밖에 없다”고 일축했다.

가이아 이론의 또 다른 위험성은 인간을 지구에 기생하는 바이러스 정도의 존재로 보고 있다는 점이다.

지구내 모든 생물체가 ‘어머니 지구’ ‘대지의 여신’ 가이아의 구성 부품이기에 지구 보존을 위해서는 인간생명쯤이야 하찮다고 보는 인명경시 풍조가 가이아 이론 저변에 깔려 있는 것이다.

따라서 인간을 하느님의 모상으로 창조돼 땅을 정복하고 모든 생물들을 다스리는 영장(창세기1장 참조)이 아니라 가이아에 의해 생명이 좌지우지되는 미약한 존재에 불과하다고 가이아 이론 추종자들은 말한다.

“그리스도교 신학의 뼈대를 구축하고 있는 창조론과 구원론에 정면 위배되는 범신론적 과학이론이 확산될 경우 과학계는 물론 일반사회의 반그리스도교적 문화 조성이라는 결과를 초래할 것”이라고 전망한 한 교의신학자는 “범신론의 부활을 주장하는 과학이론 앞에서는 인간은 더 이상 유일하신 하느님의 모상을 닮은 존재가 아니다”고 경고했다.

리길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