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성

[이주의 성인] 루갈다(Lutgardis) / (1182~1246, 6월 16일)

박영호 기자
입력일 2018-06-04 19:37:06 수정일 2018-06-05 19:34:04 발행일 2018-06-10 제 3098호 1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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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력 잃고도 하느님께 감사드리며 기도

13세기의 뛰어난 신비가 중 한 명인 루갈다(Lutgardis)는 네덜란드 브라반트 지방의 부유한 가정에서 태어났다. 그는 귀족 청년과 혼인할 예정이었지만 아버지의 사업 실패로 지참금을 마련할 수 없어 파혼을 당했다. 12세의 나이에 성녀 가타리나의 검은 베네딕도 수도회(Black Benedictine convent of Saint Catherine)로 보내진 그는 어느 날 그리스도의 현존을 경험한 뒤 영성적으로 큰 전환점을 맞이했다. 이어 20세에 정식으로 베네딕도회의 수녀가 됐다.

성녀에게 하느님의 현존은 너무나 생생했고, 그 후 12년 동안이나 수없이 그리스도의 현존을 체험했다. 1208년, 그는 베네딕도회에서 나와 더 엄격하게 규칙을 지키는 수도회를 찾았고 벨기에 브뤼셀 근처 에비에르에 있는 시토회에 입회했다.

빵과 물로만 연명하며 기도와 극기 생활을 하던 성녀에게 하느님은 치유와 예언의 은사를 주셨다. 이후 30년 동안 성녀는 영적인 지혜와 신비스러운 기도 생활로 명성을 떨쳤다. 특히 그에게 예수 그리스도의 수난은 영성생활의 핵심이었다. 성녀는 1235년경 시력을 완전히 잃었고, 세상을 떠날 때까지 11년간 맹인으로 생활했다. 하지만 성녀는 그러한 어려움조차도 가시적인 세상에서 온전히 자신을 떼어놓으려는 하느님의 선물로 여겨 감사를 드렸다.

교회 전통에 의하면, 예수 그리스도는 그녀에게 자신의 죽음에 대한 환시를 보여주었다고 한다. 그 환시에서 일러 준대로 그녀는 1246년 6월 16일, 64세로 선종했다.

박영호 기자 young@catimes.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