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인들에게 있어 가장 큰 삶의 목표는 자활이지만 정신지체 장애인들이 자활하기란 지체장애인보다 훨씬 더 어려움이 따른다.
그래서 소수의 정신지체 장애인들이 함께 가정공동체를 이루고 서로 의지하고 도와가며 자활의 능력을 키워가는 곳이 점차 늘어나고 있다.
일명「그룹홈」(GROUP HOME)이라 불리우는 또 다른 형태의 가정공동체는「가난한 마음의 집」을 비롯「사랑손」「비둘기교실」「맑음터」등에서 실시되고 있으며「바오로교실」도 준비 중인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최근 교회 안의 재가장애인 복지 세미나 및 정신지체부모회 세미나 등에서 적극 제기된「그룹홈」은 정신지체 장애인들이 개개인의 적성에 맞는 자활 능력을 배양해 사회적으로 자립, 동등한 인격을 지닌 사회 구성원으로서 존엄한 삶의 권리를 누릴 수 있도록 하는 복지 형태다.
이러한「그룹홈」은 가정 구성원들의 노력만이 아니라 이웃의 사랑과 관심에 의해 지켜지고 성화된다는 점이 무엇보다 특별나다.
생활공동체와 자활 작업장을 갖춘 정신지체 장애인 시설「가난한 마음의 집」에서는 생활 교육을 마친 후 어느 정도 자립이 가능하다고 판단된 권기훈씨(24세)와 이상훈군(라파엘ㆍ19)에게 새로운 가정을 꾸며 줬다.
가난한 마음의 집에서 불과 몇백m 떨어진 곳에 새로운 가재도구를 갖추고 이사한 기훈씨와 상훈군은 처음『내가 왜 선생님, 친구들과 떨어져 이곳에 살아야 하는지』이해하지 못했다. 그러나 이제는 누가 시키지 않아도 빨래와 청소, 설거지, 씻는 것, 옷 갈아 입기 등은 문제없이 해낼 수 있다. 또 아침 저녁이면 다른 사람들처럼 일터로 출퇴근을 한다. 가난한 마음의 집 작업장에 나가 함께 살았던 친구, 선생님들을 만나고 또 십자고상이나 성모상 등 목공예 작품을 만드는 일도 재미 있다. 특히 분가하고 나서부터 그들은 각각 7만5천 원씩의 월급을 받아 친구들의 부러움을 사기도 했지만 월급으로『전기세도 내야 하고 용돈도 써야 한다』는 선생님의 말씀에 부담을 느끼기도 한다. 아직 이들의 월급은 한 가정을 꾸려가기엔 너무도 작은 돈이라 가난한 마음의 집에서 음식이며 여러 가지 비용들을 도와주고 있다.
가난한 마음의 집 대표 김경철(후꼬)씨는『앞으로 20여 명의 가난한 마음의 집 식구들을 점차적으로 분가시켜 나갈 것』이라면서『그러기 위해서는 장애인들이 가장 기본적인 생활비를 벌 수 있도록 작업장을 보다 현대화하고 일반 공장화시켜야 한다』고 강조한다.
여자 정신지체 장애인들의 자활교육을 담당하고 있는「맑음터」(대표=권원란) 또한 요즘 음식점을 열어 보겠다는 생각을 갖고 있다. 지난 4월 8명의 장애인과 2명의 보모가 맑음터 근처에 집을 마련, 소공동체를 이뤘다.
『성인 지체 장애인들이 생활장에서 소정의 교육을 마치면 가정에 방치되고 맙니다. 또 훈련을 통해 얻어진 생활 습관들을 모두 잊어 버려요. 그룹 홈이라는 생각보다는 이들에게 소속감을 주고 일터를 마련해 주기 위해 소공동체를 시작했습니다.』
맑음터 대표 권원란(안젤리카)씨는『조금이라도 자립할 능력이 있는 장애인만을 생각한다면 소외된 사람들 가운데서 또 소외된 사람이 나오기 마련』이라면서『능력의 높고 낮음에 상관없이 함께 모여서 서로서로 도움을 주고 살아가고 조화의 정신을 우리 공동체는 중시한다』고 말한다.
수공예, 카드 제작 등을 실시하고 있지만 경제적 자립을 이루기에는 너무도 영세해 후원회원들의 후원금으로 소공동체를 꾸려가고 있지만 소공동체 집을 마련할 때 자신의 이름으로 빌린 전세 값의 이자는 자꾸만 불어나 걱정이다.
『정신지체 장애인에게 있어 최상의 환경』이라 일컬어지는 그룹 홈에 있어서는 가장 어려운 점이 바로 집을 마련하는 것이다.
그룹홈을 실시하는 단체들은 모두『집을 마련하기가 가장 어렵다』고 입을 모은다.
또 하나의 문제는 바로 그룹 홈을 실시하는 지역 동네 주민들과 교회의 관심이다.
『길을 잃고 헤매는 장애인들을 모두 무시하고 지나가 버리는 지역 주민들이나 한두 명이 떠든다고 공동체 전체에게 미사에 나오지 말라고 혼내는 교회의 모습에서 오히려 절망감을 느낍니다. 한 걸음 더 다가가서 장애인들과 내가, 우리가 함께 할 수 있는 부분이 무엇인지를 찾는다면 장애인은 물론 이웃 모두가 기쁨과 한 형제임을 깊이 깨닫게 될 것입니다.』그룹 홈 실무자들의 간곡한 얘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