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린마당

[문예칼럼] 주름살 펴게하는 주님 사랑

박노식 <이냐시오ㆍ영화배우>
입력일 2017-06-14 16:45:58 수정일 2017-06-14 16:45:58 발행일 1992-06-28 제 1811호 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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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이름은 청년. 나는 63세의 老靑年이다. 옛날같으면 벌써 고려장일텐데 이좋은 세대에 살고있는 탓인지 아직도 청년같은 기질과 기백이 넘쳐흐른다.

영화에 출연한지 어언 40년. 나는 한번도 내 직업에 싫증을 느껴본 일이 없다. 그것은 주님이 주신, 나와 영화와의 만남이라는 광장을 이루어 주셨기 때문이다. 내가 활동할수 있는 영화, 무궁무진한 환상의 나래를 펼수 있는 창조와 세계. 주님께서 펼쳐놓으신 대자연 속에서 내 능력을 마음껏 발휘할수 있는 표현의 기능을 주시고 언제나 필요한 무대를 마련, 나를 좋아하고 환호하여 주는 관객을 통해 내 생애를 불태울수 있는 영원한 자리를 주신 주님의 은총, 무어라고 표현하며 감사하여야 할까?

지금은 교통사고로 왼쪽 다리를 지팡이에 의지하는 신세이지만, 주님의 은총으로 이만하기가 다행이라 생각한다. 처음 교통사고로 병원에 실려갈때, 이제 내 삶은 마지막이요 내가 그렇게 불살라오던 영화예술에 대한 정열도 영화화면에 「끝」자막처럼 종지부를 찍었나 싶었다.

허나 주님의 은총은 나에게 또 다른 믿음을 주시는 계기가 되었고 나의 신앙을 더욱 굳게하고 정열을 불태울 여유가 용기를 주셨다. 하느님의 자애로운 손길이 아니었다면 나는 교통사고로 이미 이세상 사람이 아니었을런지도 모른다. 그 얼마나 끔찍한 일인가? 그 좋은 영화도, 보기 좋은 이 아름다운 세상도, 더는 볼수가 없고 영화로 찍을수가 없다면 그 얼마나 서글픈 일인가?

그래서 이제 나는 모든 어려움과 괴로움, 내 능력이 미치지 못하는 모든 것을 주님의 뜻에 따라 살아가는 슬기로운을 체득하였고 내 자신의 모든 생활을 주님의 뜻에 맡긴다는 굳은 믿음이 생각났다.

그것은 바로 평안함이었다. 그래서 그런지 항상 젊음을 유지하면서 청년으로 역행하는가 보다. 주위 사람들은 나를 볼때마다 『왜 늙지않고 항상 청년 그대로 입니까?』하고 묻는다. 싫지 않은 말이다. 흐르는 세월 잡을길 없는게 원칙인데 왜 나라고 늙지 않을 것인가? 항상 기쁨으로 맑은 웃음을 베풀고 자비롭게 생활 계속하면 할수록 평안해지는데야 어찌 하겠는가?

우리 문화예술인 성당을 찾는 형제자매들과 가끔 나누는 화제 역시 나의 노익장이고 부러움이다. 그래서 그들에게 나와 같은 생활신조와 믿음이라면 항상 젊은 청년 그대로 일거라고 자신있게 대답한다.

그러면서 주님께 기도한다. 『문화 예술인의 건강과 행운 ㆍ 평안함을 기원하면서 우리의 성전이 하루빨리 이루어져 항상 만남이 있어지이다』하고…

박노식 <이냐시오ㆍ영화배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