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합

‘가난한 이들의 어머니’ 데레사 수녀 성인 되다

최용택 기자
입력일 2016-09-07 10:14:25 수정일 2016-09-07 11:13:56 발행일 2016-09-11 제 3011호 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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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 베드로광장 운집한 12만 명 성인 선포에 박수와 환호로 화답
노숙인 1500명 초청… 식사 대접 
“가난한 이들에 성녀 미소 전하자”

가난하고 소외된 이들을 위한 희생과 사랑으로, 생전에도 ‘빈자의 성녀’라 칭송받던 콜카타의 데레사 수녀(마더 데레사)가 마침내 성인으로 공식 선포됐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9월 4일 성 베드로 광장에서 마더 데레사의 시성식 미사를 주례하고 그를 성인 반열에 올렸다. 교황은 마더 데레사를 성인으로 선포한 뒤 “우리는 데레사 수녀를 ‘데레사 성녀’라고 부르는 데 상당한 어려움이 있을 것”이라면서 “성녀의 거룩함은 우리에게 너무 가깝고, 다정하며 유익해, 우리는 계속 그를 ‘마더 데레사’로 부르고 싶기 때문일 것”이라고 말했다.

교황은 시성미사 강론에서 “마더 데레사는 삶의 모든 방면에서 주님의 자비를 너그러이 보여주셨다”면서 “그는 모든 이를 환대했고, 생명의 수호자가 되어 주었으며, 태아와 소외된 이, 버려진 이들을 위해 헌신했다”고 전했다.

이어 교황은 마더 데레사가 평소 자주 했던 ‘난 다른 나라 언어를 할 줄은 모르지만 웃을 줄은 안다’라는 말을 인용하고, “우리의 마음속에 성녀의 미소를 간직하고 우리 삶의 여정에서 만나는 모든 이, 특히 고통받는 이들에게 성녀의 미소를 전하자”고 당부했다.

이날 시성식에는 늦더위에도 불구하고 성 베드로광장을 가득 메운 12만 명의 군중들이 역사적인 순간을 함께했다. 성 베드로대성당 발코니에는 데레사 수녀의 대형 초상이 걸렸다. 교황이 “복녀 콜카타의 데레사를 성인으로 선언한다”고 발표하자 군중들은 우레와 같은 박수와 환호로 기쁨을 표시했다.

프란치스코 교황이 9월 4일 콜카타의 데레사 수녀 시성식에서 사랑의 선교회 수녀가 전해준 성녀의 상본에 입을 맞추고 있다. 【CNS】

시성식에는 가난한 이를 위해 평생을 바친 마더 데레사의 삶을 기리는 의미로, 노숙자 1500명이 초청됐다. 교황은 시성식이 끝난 뒤 이들에게 나폴리식 피자를 대접했다. 또 마더 데레사가 직접 설립한 사랑의 선교회 소속 수녀와 수사 300여 명이 이들의 시중을 들었다.

가톨릭교회는 1997년 9월 5일 성녀의 선종 뒤 바로 시복절차에 들어갔다. 성 요한 바오로 2세 교황은 사후 5년의 유예기간을 거치지 않고 곧바로 마더 데레사의 시성 절차를 밟을 수 있도록 허락했고, 2003년 10월 19일 그를 복자로 추대했다.

특히 마더 데레사의 시성은 프란치스코 교황이 지난해 말 선포해 올 11월 20일 막을 내리는 ‘자비의 희년’의 정점으로 평가된다. 마더 데레사의 삶 자체가 교회가 지향하는 자비의 모범이 되기 때문이다. 마더 데레사의 시성일인 9월 4일은 ‘자비 활동가들과 자원 봉사자들을 위한 희년’ 마지막 날이기도 하다.

최용택 기자 johnchoi@catimes.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