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이 영광의 자리를 섭리해주신 하느님께 먼저 감사드립니다.
한국교회를 특별히 사랑하시고 보호하여 주시는 성모님께, 그리고 한국 순교 성인 성녀들에게 뜨거운 감사를 드립니다. 또한 그동안 꾸준히 사랑을 주시고 이끌어 주셔서 오늘의 이자리가 마련되도록 보살펴 주신 교구장님과 본인의 주교 서품을 위하여 노고를 아끼지 않으신 교황대사 프란체스꼬 몬떼리시 대주교님, 그리고 저를 주교의 일원으로 기꺼이 받아주신 모든 주교님께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또한 신부님들 수도회 장상 수사 수녀님들, 그리고 평신도 여러분과 특히 바쁘신 가운데서도 참석해주신 내외귀빈에게 감사드리고 부득이 이 자리에 참석지 못하였으나 기도와 성원으로 마음을 같이 하시는 여러분께도 감사드립니다.
저는 분명히 이자리에 서기에는 합당치 못한 사람이라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덕과 학식도 부족할 뿐아니라 본인의 능력의 한계와 본인의 결점을 누구보다도 잘 알고 있는 사람입니다.
그러한 사람이 잽싸게 피하지 못하고 주님의 부르심에 굴복하고 주님께 잡혀 이자리에 끌려나온 자체가 주교직에 어울리는 사람이 못됩니다. 그래서 저는 추호도 자격이 있어 주교직에 부르셨다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하느님은 때로는 아주 엉뚱하게 우리를 당신의 도구로 택하곤하십니다. 저도 그중의 한사람인 것 같습니다.
그러기 때문에 이 부르심에 처음에는 피하고 싶었고 도망가고 싶었습니다. 그러면서 피하지 못하고 주님의 부르심에 굴복한 것은 이 부르심이 하느님께서 주신 선물이요 은총이라고 굳이 믿었기 때문입니다.
이제 교구장님을 보좌 하는 주교로 서품된 저는 오늘의 가톨릭 내외의 변화를 잘 인식하고 이에 적절하게 대응해 가는 자세가 어느때보다 중요하다고 생각됩니다.
선교 2백주년을 지낸 이 시점에서 가톨릭은 그 뿌리와 전통에 있어서 가장 훌륭한 종교라는 인식이 국민들간에 스며들고 있으며, 종교를 갖고 있지 않은 많은 분들이 종교를 가질바에야 가톨릭을 택하겠다는 생각들이 많이 들고 있습니다. 이러한 가톨릭에 대한 인식의 변화는 바로 작년 한해 동안에 서울대교구에서만도 연 12%의 신자수가 증가됐다는 것으로 나타났고, 지금도 각 본당에서 한꺼번에 수백명씩의 영세자가 나오고 있습니다.
이렇게 가톨릭에 대한 인식의 변화와 양적인 변화에 우리가 어떻게 대처할것인가 하는 것이 가장 중요한 과제라고 생각됩니다.
이러한 중요한 시기에 보좌주교로 서품된 본인은 다음 몇가지 일에 유의하면서 맡은 일에 헌신하고자 합니다.
첫째로 저는 교구장이신 추기경님의 뜻을 충실하게 받들고 그분의 교구 운영방침과 지도철학이 일선본당과 신자들에게 골고루 스며들도록 최선을 다하는 것이 본인에게 주어진 최대의 사명이라고 믿고 열심히 하겠습니다.
다음으로 성직자ㆍ수도자 및 평신도들이 교회와 교구행정에 바라는 바를 충실하게 교구장님께 전달하는 일에 정성을 다함으로써 교구장님과 성직자ㆍ수도자, 그리고 평신도들과의 의사소통이 제대로되어 교회안의 일치가 이루어지도록 힘쓰겠습니다.
그리고 교구행정의 체계화와 과학화에 각별한 관심을 두겠습니다. 머지 않아 서울대교구는 1백만의 신자와 1백 50개의 본당 및 공소를 갖는 큰조직이 될 것으로 예견됩니다.
이러한 발전에 대응하는 교구행정의 합리적인 개선과 관리의 과학화는 반드시 이루어져야할 것입니다.
우리가 이러한 일에 소홀히하거나 너무 늦게 대처하면 그것은 뒷날에 더욱 많은 힘과 시간과 재정이 들것이므로 함께 이문제를 진지하게 검토하고자 합니다.
끝으로 이제 우리 교회의 발전을 위하여는 성직자뿐만 아니라 평신도의 적극적인 참여가 어느때보다도 요청되고 있습니다.
따라서 교구 행정에도 각 분야의 전문지식을 가진 성직자와 평신도들의 자문을 적극적으로 구하는 자세가 필요할 것으로 생각되어 이를 어떻게 제도적으로 발전시킬 것인가에 대하여 보다 점진적으로 검토하여 보고자 합니다.
이러한 몇가지 일을 마음에 새겨보면서 이러한 일들이 성곡적으로 수행되려면 위로는 교구장님의 따뜻하신 가르치심과 성직자 수도자 평신도 여러분들의 정성어린 뒷받침이 무엇보다 요구됩니다.
끝으로 저는 오늘 30년 사제생활동안 우정과 사랑으로 서로 의지해온 선배 후배신부님들, 수도자 신자 여러분과 종전과 다름없이 끊임없는 우정과 사랑이 이어지기를 간절히 바랍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