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상」버리고 현실적 안목 요구돼 남북 교류ㆍ협력 통해 이질감부터 줄여야 일방적인 무력보다 평화적 협상ㆍ조정 필요 통일 후 북한 소외되지 않은 정부구성 바람직
한국 가톨릭 문화연구원은 10월24일 오후2시부터 5시까지 서울 명동 가톨릭회관 7층 대강당에서 「분단국 통일사례 비교연구」란 제목으로 제16차 세미나를 개최했다.
이날 세미나에서는 「독일 사례」(정용길 교수),「베트남 사례」(전상인 교수),「예멘 사례」(김국신ㆍ민족통일연구원)에 대해 각각 주제발표를 듣고 이 세 나라의 통일사례를 한반도의 상황과 비교, 우리의 통일 가능성에 대한 논의를 가졌다.
⊙ 독일 사례
첫번째 발표에 나선 정용길 동국대 교수는 독일의 통일사례에서 가장 주목해야 될 부분이 분단상태에서 서로 교류와 협력을 통해 이질감을 줄였다는데 있다고 밝히고 한반도의 경우 어떤 방법으로든 남과 북의 이질감을 줄여나가는 교류를 해야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정교수는 또 통독 전 서독과 동독의 주변 국가와의 관계보다 한반도는 더욱 더 주변 국가의 이해관계가 얽혀있는 곳이라고 지정학적으로 설명한 후 우리도 통일 후의 한반도 안정을 위한 장치를 마련하는데 역점을 두어야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독일통일이 한반도에 주는 교훈을 통일이 되는 과정과 통일 후의 교훈으로 나누어 설명한 정교수는 독일의 통일과정에서 우리는 먼저 감정보다는 이성에 따라 실리를 추구하며 「작은 걸음」으로 통일에 접근해야하며 이데올로기보다는 민족을 더 생각해야 한다는 것을 배워야 할 것이라고 촉구하고 특히 독일 정치지도자들의 통일에 대한 의지와 실천을 남북한의 지도자들이 배워야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정교수는 통일독일이 예상치 못한 부작용, 통일 후유증을 겪는 것을 볼 때 통일은 단순히 「민족」이니「하나」니 또는 「소원」이니 하는 구호로만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라 아주 구체적이고 현실적인 문제들로 인식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따라서 한반도의 통일을 위한 과제는 먼저 북한은 개인의 기본권 보장과 자유와 민주화에, 남한은 사회보장제도 또는 복지정책과 같은 문제점들에 신경을 써야하고, 남북한이 이데올로기가 다른 국가 또는 체제간의 통합이기에 서로 상대방을 알려는 노력부터 해야 될 것이라고 밝혔다.
⊙ 베트남 사례
두번째 발표자로 나선 전상인 한림대 교수는 한국의 통일이 흡수통일로 기대하지 않고 있지만 이것이 어느 순간에 필연적으로 다가올 수도 있다는 가능성을 인지하고 지금부터 준비해야 될 것이라고 피력하고 만약 통일이 이루어진다면 통일 후 초기 3~4년 동안은 서로의 체제를 인정하고 특히 북에 대한 지속적인 지원으로 어느정도 완충기간을 둬야 될 것이라고 밝혔다.
사회주의의 승리, 공산당의 무력통일로 대변되는 베트남의 통일사례를 통해 우리는 진정한 사회적 통합을 위해서 통일의 방식은 일방의 무력에 의한 것보다는 쌍방간의 평화적 협상과 조정에 의한 것이 바람직할 것이라고 강조한 전교수는 아울러 그 속도에 있어서도 점진적인 양식이 좋을 것이라고 피력했다.
또한 전교수는 남북한의 통합을 모색하는데 있어서 북한주민을 「정복」의 대상으로 간주하는 것은 극구 피해야 할 일이라며 통일을 위한 준비는 통일「이후」의 문제와 병행시켜야 한다고 강조했다. 따라서 통일 그 자체를 목표로 삼기보다는 북한의 실상을 정확히 파악하고 남북한 사회의 장단점을 사전에 정리하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역설했다.
남부 베트남을 무력으로 흡수 통일한 이후 베트남 공산당은 남부 베트남 체제의 사회주의적 전환과 북부 베트남과의 동일화 노력을 강압적으로 추진하는 과정에서 정치제도의 신속한 단일화와 생산양식의 급속한 사회주의적 개조 등 청사진을 갖고 시작했지만 현실과 많은 괴리감을 드러냈다.
즉 베트남의 경우 일방적인 무력통일로 사전준비의 부족, 현실적 여건이나 능력을 충분히 고려하지 않은 채 전쟁승리 이후 팽배했던 지나친 자신감과 자만심, 그리고 통일 이전 남북 베트남의 이질화 정도에 대한 정확한 평가가 미흡했음을 간과해서는 안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 예멘 사례
세번째 발표를 맡은 김국신 민족통일 연구원은 예멘의 통일사례를 통해 우리는 통일 후 양쪽 정부구성에 있어서 북이 소외되지 않는 범위에서 공정한 배분을 해야 하며 정치적 폭력사태를 대비하기 위한 방책과 양쪽 정부에 집중됐던 당파나 권력의 집중화를 막아야 될 것이라고 결론을 내리고 합의통일로 이루어진 예멘의 경우보다 남북한은 통일문제에 관한 합의점을 찾기가 훨씬 어려울 것이라고 밝혔다.
김국신씨는 남북한 평화통일을 추구하고 있는 우리 정부는 비인도적인 무력통일을 배제하는 한편, 남북대화에 대한 북한의 의구심과 불안감을 해소하기 위해 흡수통일을 추구하지 않겠다고 공식선언하고 있다고 전제하고 따라서 독일, 베트남, 예멘 등 분단국 통일사례 중 예멘의 합의통일방식이 우리의 통일정책과 가장 유사한 것이 된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그는 예멘의 통일은 무력대결로 귀착되어 결국 힘의 논리에 의해 완결되었는바 우리는 예멘의 불행한 경우를 타산지석으로 삼아야 될 것이라고 촉구했다.
김국신씨는 남북예멘은 군사력이 취약한 상태에서 세력균형을 이루어 전쟁이 발발한 경우 단기간에 끝났고 주변 아랍 국가들의 중재로 쉽게 휴전에 임했다며 그러나 남북한은 남북예멘의 약10배에 달하는 정규군을 유지하고 있지만 남북한 사이에 화해를 중재할만한 국제적 환경을 갖고있지 않다고 설명했다.
「흡수통일」「무력통일」「합의통일」등으로 대변되는 지구상의 통일사례를 살펴본 이번 세미나는 민족 최대의 쟁점인 한반도의 통일논의에 더욱 신중해야 된다는 교훈을 남겼다.
즉 통일은 통일을 이루어나가는 과정과 통일 이후의 여러가지 변수 등을 심각하게 고려해야 하며 민족적인 환상을 버리고 현실적 안목을 갖고 접근해야 된다는게 이번 가톨릭문화연구원 세미나가 남긴 우리 모두의 과제다.
최정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