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기획/특집

[성과 속] 10

입력일 2012-03-12 19:29:21 수정일 2012-03-12 19:29:21 발행일 1996-05-12 제 2002호 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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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자만심

어느 고을에 무카샤키라는 왕자가 있었는데 그는 너무나 거만하여 절대로 밑을 보지 않는 사람이었다. 그가 걸어갈 때는 언제나 의기양양했고 얼굴은 동상처럼 위로만 쳐들려 있었다. 그리하여 왕자는 그 고을에서 아래를 내려다 보지 않는 사람으로 알려져 있었다.

그는 가끔 이렇게 말하곤 하였다. 『위대한 사람들은 절대로 밑을 내려다 보지 않는다. 그들은 하늘만 쳐다볼 뿐이다』

그런데 어느 날 이상한 일이 하나 일어났다. 그 고을의 유지들이 왕자를 화려한 집에 초대하여 큰 잔치를 베풀기로 한 것이다. 왕자는 그 잔치에 가기로 하였다. 그리하고는 자기의 화려한 복장과 옷에 달린 보석을 사람들에게 자랑해 보이고 싶어서 마차를 타지 않고 자기 성에서 잔칫집까지 걸어 간다고 발표하였다. 그러자 사람들이 왕자의 행차를 보려고 거리로 나와 지켜보고 있었다. 그들은 절대로 아래를 보지 않고 당당하게 걸어가는 왕자님을 보고 싶었던 것이다.

왕자 무카샤키는 오후 늦게 성을 나와 잔칫집으로 향하였다. 그는 머리를 꼿꼿이 세우고는 보무도 당당한 자세로 앞만 보고 걸어갔다. 왕자의 머리는 마치 하늘을 겨눈 활처럼 보였다. 그러나 그는 결코 아래를 보지 않았다. 그는 자기가 걸어가는 모습을 보고 사람들이 웃고 있는 것도 개의치 않고 목적지를 향해 힘차게 걸어갔다.

그 집에 도착한 왕자는 자기를 영접하는 사람들이 모여 있는 방 앞에 이르러 문을 열었다. 그런데 왕자를 보는 순간 사람들이 모두 폭소를 터뜨리는 것이 아닌가. 자기를 정중하게 맞이하리라는 기대 속에 문을 연 왕자님은 그들의 폭소에 당황하여 『도대체 무슨 일이요? 말해보시오. 여러분은 일국의 왕자를 초대해 놓고 비웃는 겁니까?』라고 항의조로 한마디 하였다. 그러자 손님 중의 하나가 젊잖게 그에게 이렇게 말하는 것이었다. 『왕자님, 아래를 좀 보십시오. 그러면 저희가 웃는 이유를 아시게 될 겁니다』

생전 처음 아래를 내려다본 왕자는 부끄러워 얼굴을 들 수가 없었다. 자기의 구두가 온통 말똥투성이었던 것이다. 그는 길을 걸을 때 아래를 내려다 보지 않았기 때문에 길에 깔려있던 말똥을 밟으면서 걸어 갔으므로 그런 변을 당했던 것이다.

일찌기 현자는 이렇게 가르쳤느니라. 『슬기로운 사람에겐 어리석음이 면류관이요 미련한 사람에겐 어리석음이 자랑거리다』(잠언 14, 24)

<안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