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흔한 박사되면 뭐혀. 서울대학교 운동장에 꽉꽉 찬 것이 박사인데…』
남들은 박사학위를 따지 못해서 안달이지만 「그 흔한 박사되면 뭐혀」(정일출판사 간)를 펴낸 강석란(엘리사벳ㆍ37)씨는 자신의 할머니가 손녀딸이 「박사하러」 유학간다는 것을 못내 못마땅했다고 한다.
11년간 독일유학 기간 동안 일주일에 두세번씩 써내리던 편지글들을 모은 이 책은 파격과 대담이 지배하는 현대의 문화환경 속에서 잔잔한 파문을 독자들에게 불러오고 있다.
유학의 첫 3년, 즉 83년부터 85년까지 고국의 할머니와 부모님에게 보낸 이 편지들은 그저 하루하루의 일상들을 시시콜콜히 적고 있을 뿐이지만 많은 이로부터 공감을 불러오는 것은 글의 바탕에 깔려있는 가족에 대한 저자의 따뜻한 애정이다.
결혼한지 겨우 한달만에 남편 윤형식(스테파노ㆍ36)씨와 낮선 이국땅으로 훌쩍 떠난 유학길은 스스로 생각해도 「용감」했다. 자신은 영문학과 독문학, 법대를 나온 남편은 전공을 바꿔 철학, 정치학과 역사학을 공부했다.
『나는 부자사위도 싫고 박사사위도 싫다. 느이 아버지 느이 삼촌 너무 오래 기다려서 기다리는 건 진력났어. 암것 몰라도 옆에서 같이 살어야 좋지』. 공부하고 싶어하는 손녀를 차마 완력으로는 말리지 못하고 이렇게 이야기 한 할머니를 그리워하는 저자의 모습, 그리고 자신이 부모가 되어 아이를 낳아 키우면서 느끼는 부모에 대한 고마움, 가족에 대한 깊은 애정 등이 편지 속에 고스란히 담겨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