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운 천년, 새로운 봄, 새로운 시작…. 어둡고 암울했던 지난 겨울을 뒤로 하고 모든 것이 밝고 새롭게 태어난다.
봄이 문턱에 다가서고 있다.
작은 매화의 앙증맞음… 하얀 목련의 낙화… 노란 개나리의 화사함… 붉은 진달래의 정열…. 그래서 봄을 사랑할 수 밖에 없는가보다.
봄.
겨우내 죽어있던 나무에서 신비한 생명의 싹이 트고 꽃이 피는 희망의 계절. 사람들은 움츠렸던 가슴을 모처럼 활짝 펴고 새로운 봄의 희망을 노래한다.
토요일 오후 서울 양재동 꽃 도매시장. 이곳은 가장 먼저 봄의 정취를 만끽하려는 시민들로 북새통을 이뤘다. 화려한 꽃잔치에 눈을 떼지 못하는 어린여자아이, 두손 가득 꽃을 받쳐들고 꽃향기에 흠뻑 젖어든 봄처녀에 이르기까지. 갓 태어난 봄의 새싹과 향기짙은 꽃내음이 꽃시장 구석구석을 더욱 풍요롭게 한다.
봄은 희망이요 생명이다.
산천 초목이 소생하여 새들은 짝을 지어 보금자리를 만든다. 진 겨울 하얀 눈 아래 얼어붙은 땅속에서 소리없이 썩어온 씨가 있었기에, 거름되기를 망설이지 않고 떨어진 낙엽의 가을이 있었기에 아름답게 솟아오르는 봄의 꽃망울일 지켜볼 수 있으리라.
봄은 겨울의 감탄사다.
겨울이 험난할수록 봄을 반기는 노래소리는 더욱 우렁차게 울려퍼질 것이다. 실직자, 자살, 폭력, 파업, 원조교제, 낙태, 가정파탄…. 세기말 우리를 우울하게 했던 이 모든 것들을 훌훌 털어버리고 새로운 천년기를 시작하자. 또 50여년간 남북으로 잘린 한을 더 이상 한탄하지 말자. 서울까지 와 있는 봄은 머지 않아 평양에도 갈 것이 분명하다. 그리고 평양의 봄은 한탄강을 타고 임진강변으로 대동강변으로 올라가 북녘 곳곳에 봄버들을 활짝 피울 것이다.
봄은 더딜지라도 어김없이 우리에게 다가오고 있다. 봄은 곳 죽음을 뚫고 솟아오르는 부활이요 생명이다. 잔인한 겨울일수록 봄은 더욱 끈질긴 생명력을 발휘한다. 이제 지난 겨울 우울하고 참담했던 우리네 자화상을 사랑과 축복으로 변화시키도록 노력하자.
봄은 희망이요 생명이기 때문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