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합

84년도 서울대교구 청년 하계봉사활동의 의미

이윤자 차장
입력일 2011-06-30 13:35:13 수정일 2011-06-30 13:35:13 발행일 1984-09-02 제 1420호 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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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눔의 장으로 성숙돼가는 봉사활동
1천7백여 젊은이 참가
「나」를 탈피、지역민의 입장에 서고자했던 것이 큰 성과
종합ㆍ지속적 봉사화 전교회 확산이 바람직
올 여름, 전국 각 지역에서 봉사라는 이름의 활동을 편 서울대교구 젊은이들은 각자가 흘린 땀의 가치를 조용히 반성하는 시간을 가졌다. 내가 흘린 땀이, 정성이 그들에게는 꼭 필요한 것이었을까? 준비과정에서부터 꼭 필요한 봉사를 찾고자 노력했으며 봉사가 끝난 뒤에는 봉사자로서의 자신을 냉철히 반성, 평가하고자한 이들의 모습은 완전한 봉사자 그리스도를 모범으로 하고 있다는 점에서 기쁨을 더해준다. 순교자들의 고귀한 얼이 살아 숨 쉬는 거룩한 땅에서, 고통 받는 이웃들의 고달픈 삶의 현장에서, 젊은이들이 흘린 땀방울의 의미를 함께 찾아본다.

유난히도 무더웠던 올 여름、37ㆍ38도를 치솟는 수은주가 보기조차 끔찍했던 이 여름、이글거리는 뙤약볕에 과감히 도전장을 던졌던 젊은이들의 투지는 차라리 활화산이었다. 살인적인 무더위를 땀으로 식히며 사랑의 마음을 불태운 젊은이들은 땀과 인내의 현장에서 값진 결실을 얻어냈다. 그것은「아웃사이더」의 입장에서의 형적인 가치에 보다 큰 의미를 두었던 종래의 봉사차원을 한 단계 넘어선 깨달음의 결실이기도 했다.

올해 농어촌봉사ㆍ공소봉사에 나선 젊은이들은 모두 1천7백여 명. 방대한 규모의 서울대교구의 입장에서 볼 때 2천명이 채 못 되는 봉사자의 수치는 어쩌면 너무 약소한 것이 아닌가 하는 의문을 갖게 한다. 특히 지난해 1천5백명 선이었던 봉사자의 수치와 비교해 볼때 불과 2백명만이 늘어났다는 현실은 소극적인 증가、발전에 그쳤다는 인상을 더욱 짙게 해주고 있다.

그러나 중요한 것은 양보다 질. 전체 수치가 줄지 않았고 또 봉사내용이 그 어느 때보다 값진 것으로 평가된 이번「청년하계 봉사활동」은 봉사자 스스로 가봉사의 개념을 새로운 차원으로 인식하고 있다는 점에서 주목을 끌고 있다. 다시말해 올해「하계봉사활동」에서 젊은이들은「나」의 입장에서가 아니라「그들」의 입장에 서고자 했다는 것이 두드러진 성과의 하나로 지적되고 있는 것이다.

어쨌든 7월 14일、동대문본당을 필두로 시작된「청년 하계봉사활동」은 8월 19일 돈암동본당을 끝으로 종료됐다. 끈질기게 물고 늘어지는 여름날의 무더위와 사투(?)를 벌인 땀과 눈물의 한달이었다.

본당수로는 명동(3백명) 동대문(60명) 돈암동(30명)을 비롯 길음동(80명) 성북동(1백10명) 반포(30명) 대방동ㆍ신림동ㆍ여의도ㆍ노량진 등 9지구(4백명) 홍제동ㆍ응암동ㆍ역촌동 등 6지구(1백20명) 천호동(40명) 중곡동(20명) 수유동(28명) 수유1동(20명) 서초동(20명)등 18개 본당이 값진 땀을 흘렸고 단체로는「서울 가톨릭 대학생연합회」(3백명)「초등부주일학교 교사연합회」(1백명)가 각각 투지를 불살랐다.

여기서 눈에 띄는 현상중의 하나는 대방동ㆍ신림동ㆍ여의도ㆍ노량진본당이 9지구로、홍제동ㆍ응암동ㆍ역촌종본당이 6지구로 각각 연합체를 구성、봉사에 임했다는 점. 지구별로 연합봉사단을 구성한 것은 우선 각 본당 젊은이들 간에 진한 일체감을 맛볼 수 있고 또 막강한 단체의 힘을 발휘할 수 있다는 점 등에서 효율적인 방안으로 평가됐다.

봉사대상지역은 나환자촌ㆍ결핵요양원등 사랑의 손길이 필요한 불우시설이 대부분이었고 공소주일학교지원ㆍ성지개발 등에도 참여하는 모습을 보였다.

특히 올해로 4회째를 맞아 봉사활동의 선두주자로 나선「명동 청년단체연합회」의 봉사는 해를 거듭하는 과정에서보다 성숙된 봉사자의 자세로 승화、선두주자다운 면모를 보여주기도 했다.

역시 4회째 연속적인 봉사를 펴온「초등부 주일학교 교사연합회」는 노력봉사와는 달리 각 농어촌지역 공소에서 여름성경학교를 개설、농어촌 어린이들의 교리공부ㆍ신앙지도 등을 맡아왔다는 점에서 눈길을 끌고 있다.

올해의 경우 11개 본당에서 1백명의 교사들이 참가、11개 본당ㆍ공소에서 펼친 초등부 교사연 봉사활동은 재력ㆍ인력 등 모든 것이 부족하기만한 농어촌교회의 현실 속에서 당장 시급한 봉사이며 노력봉사와 함께 보다 광범위하게 전개되어야 할 봉사분야로 지적되기도 했다.

이렇듯 전국 각 지역 불우시설ㆍ공소 등에서 전개된 젊은이들의 봉사활동 그 성과는 해당지역 주민들의 반응에서 쉽게 찾아볼 수가 있다. 짧게는 1일、길게는 10일씩 이어진 도시교회 젊은이들의 봉사내용이 전혀 새로운 모습으로 변화되고 있다는 사실은 이들의 표현ㆍ반응을 통해 쉽게 감지해볼 수 있다.

봉사대상ㆍ지역 주민들은 한결같이 『농촌의 모든 것을 배우겠다』는 자세와 『놀라우리만치 겸손한 태도』를 젊은 봉사자들의 모습으로 망서림 없이 손꼽았다.

비록 환경의 차이ㆍ견해의 차이가 큰 폭으로 남아 있어 장애의 요인이 되고 있긴 하지만 젊은이들은「일방적인 지원자」의 모습에서 크게 탈피、스스럼없이 주고받는 이웃의 모습으로 발전돼 있었다는 것.

사실 올해의「청년 하계봉사활동」성과전반을 살펴본다면 주민들이 지적한대로 먼저 꼭 필요한 봉사내용을 사전에 준비하고자한 노력이 크게 돋보인다는 사실에 접할 수 있다.

또한 농촌을 배우겠다는 겸허한 자세ㆍ봉사내용에 대한 철저한 봉사정신ㆍ신념 등이 그 어느 때보다 두드러지게 나타나 있음도 볼 수 있다.

더우기 중요한 것은 봉사자 모두가 봉사활동을 기도로 준비하고 피정하는 마음으로 진행마무리했다는 사실.

이 모든 것은 도시와 농어촌간의 불균형적인 발전ㆍ자원의 도시집중화 현상 등으로 도ㆍ농간의 괴리감ㆍ이질감이 커지고 있는 현 시점에서 비록 미소한 부분이지만 서로에 대한 이해를 증진시키는 중요한 실마리가 될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또한 좁혀지기가 어려운듯한 도ㆍ농교회간의 공동체의식도 크게 좁힐 수 있을 것으로 보여 지고 있다.

그러나 우리의 종착점은 여기에 있지 않다. 아직 문제는 산적해있고 변화해야 할 점은 너무나 많기 때문이다. 젊은이들의 농어촌 봉사활동이 교회의 한 부분에서 머물지 않고 교회 전체로 확산되어야 한다는 점、단편적인 봉사에서 종합적이고 지속적인 봉사로 연구ㆍ발전되어야 한다는 점、한 믿음을 가진 신앙공동체로서 보다 따뜻한 형제애를 나눌 수 있는 신앙적인 성숙을 모색해 나가야한다는 점 등등…

이 같은 보완점들이 교회의 제도적인 뒷받침과 하나가 되어 채워질 때 이미 우리는 제3세기의 교회의 길목에 서 있다고 말할 수 있을 것 같다.

이윤자 차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