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기획/특집

[성모성월시] 당신은 우리의 뜨거운 사랑입니다

조순애·시인
입력일 2011-05-02 14:10:22 수정일 2011-05-02 14:10:22 발행일 1980-05-04 제 1203호 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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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월은 사랑의 절기

오월은 당신의 것

풀잎마다 새로운 의미로 흔들리고

숲은 반짝이며 찬가를 준비합니다

聖母 마리아

젖은 음성으로

빈자리 마다 가만히 찾아 와

아무도 모르게 가슴아파 한숨 쉴 때、

부드럽게 다가오셨습니다

몰래 지은 죄

부끄러운 섬처럼 풀렁일 때

당신은 나무라지 않고

가슴 열고 두 팔 벌려

오열하는 어깨 어루만져 주었으니

깨진 상처마다 고인 그대 사랑

백합향기 피어나고 있습니다

슬플 때도 그 이름 부르도록

허락한 당신

절망하는 우리들 마음 마다 자리하고

하느님 슬퍼하심을

하루에도 수없이 일려준 사랑

진주눈물도

우린 보았나이다

당신 앞에서야

어찌 교만할 수 있으며

숨기고 헐뜯는

어리석음 차마 되풀이 하리까

어느 이름난 독부인들

눈길 내리고 마주 잡은 손길로

맹세 거듭하여 정절 지녀 두르니

참으로 당신이 겪은 그 일

사랑하는 아들의 죽음도

참고 혀 깨물며 지켜 본

살점 뜯어 내고

심장 도래 내는

저린 아픔을 압니다 그

죽음을 대신할 수 없어

안으로 접어 넣으신

당신의 고독을 잘 압니다

그것은 하늘의 큰 뜻이었지만

십자가에 못박는 아픔을

가슴에 찍으며 울었을

당신을 잘 압니다 어머니

「불쌍하고 서러운

나의 여인들아

사랑은 본시 이렇게

가슴 찟는 아픔이니라」

당신이 이렇게 소리침을 듣나이다

청명한 밤하늘의 별빛처럼

영통하고 분명하게

밤마다 깨어 듣나이다

위태롭고 막막한

외가닥 줄타기에 지친 온몸에

화살로 박히나이다

아무데서나 목타는 우리는

그러나 성모 어머니를

부를 수 있어 행복합니다

정다운 이 마저도

멀리 손길 둘곳 없는

지친 눈길 둘곳 없는 우리는

준비 없이 어머니를 부를수 있습니다

해지는 저녁나절

괜스리 외로울적

내곁에 선 당신을

보았나이다

봄빛 찾은 병아리

품속에 뛰어들어 치마폭에 숨나이다

당신은 수없이 저지른

우리의 철없는 죄로해서

하느님 앞에 더욱 면구하였지요

그러나 어머니 오늘은 아닙니다

오늘만은 우리

배고품도 추위도

더더욱 시새움도

멀리 배내고

화사하게 웃음 있게

당신 발에 입맞추고

한아름 장미꽃을 드립니다

봄비 촉촉이 녹아 내리는 꽃잎처럼

포도발 그늘에서 어느날

당신과 마주 앉아

다정한 말 하고 싶었습니다

부드러운 옷깃 스치게 마주하고

아주 긴얘기를 하고 싶었습니다

사랑 얘기를、 진실한 사랑 얘기를

나누고 싶었습니다 어머니

聖母 마리아

당신은 우리들의 영원한 친구

당신은 또 우리를

편안하게 잠재우는 자장가

아기예수인양 품어주고 쓰다듬어 주는

어머님니다

당신앞에서는 보채는 아가이고파

아아 당신은

정녕 우리의 뜨거운 사랑입니다

조순애·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