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슴 벅차게 시작한 새천년도 어느새 많은 날들이 흘러갔고, 우리네 삶도 많이 달라졌다.
경제회복이 아직 완전히 되지 않았는데 여기저기서 과소비가 되살아나고 있어 우려의 목소리가 높다. 근검절약만이 살 길이라며 하나같이 허리띠를 졸라맸던 시절이 있었다.
그런데 시간이 흐른 지금 우리의 생활태도는 어떠한가. 한 마디로 초심(初心)을 잃어버렸다는 표현이 정확할 것이다. 새롭게 각성하기 위해서 자린고비 정신을 다시 되새겨보자. 이 이야기를 통해 선조들의 절약정신을 본받고 우리의 생활 태도가 어떠해야 하는지 지혜를 모아보자.
자린고비는 지독하게 인색한 사람을 일컫는 말이다.
조선 중기 영조 때 충북 음성군 금왕읍 증삼마을에 조륵이라는 농민이 살았는데 음성군지에 따르면 그는 지독하게 돈을 아껴 마을 사람들의 손가락질을 받아왔다고 한다.
자린고비의 며느리 역시 대단한 구두쇠였는데, 하루는 생선장수가 와서 생선을 살 것을 권했다. 그런데 며느리는 생선을 사지 않고, 생선을 한참 주무른 손을 씻어 고깃국을 끓였다. 그 얘기를 듣고 난 자린고비는 『그 손을 물독에 넣어 씻었다면 두고두고 고깃국을 먹지 않았겠느냐』며 야단을 쳤다고 한다. 대단한 구도쇠 정신이다.
이런 암팡진 생활철학은 드 뒤로도 계속되었다. 자반 고등어 한 마리를 사서 천장에 매달아 놓고 식구들에게 밥 한 숟가락 떠먹고 천장의 자반을 한 번씩 쳐다보게 했다. 아들이 어쩌다 두 번씩 자반을 쳐다보면 『자꾸 보면 짜다는 생각에 물을 자주 마시게 된다. 얼마나 물을 많이 먹으려고 자꾸 쳐다보느냐』고 호통을 쳤을 정도다.
한번은 그의 사돈이 『나는 부채를 한쪽만 펴서 사용하고 다 해지만 다른 한쪽을 펴서 사용한다』자랑하자, 자린고비는 『나는 부채를 펴들과 좌우로 고개를 흔든다. 목 운동이 돼서 좋고 평생 부채를 하나만 사용해도 되니 얼마나 좋으냐』고 대답했다.
그러나 조륵의 인생관은 회갑을 맞으면서부터 달라져 거의 모든 재산을 가난에 시달리는 농민들에게 나누어주었다. 이것을 안 ㅗ정에서 조륵의 절약정신을 높이 평가해 정3품의 품계를 내렸으나 이를 사양했고, 장례도 검소하게 치르라는 유언을 남겼다. 현재 조륵이 살았던 증삼마을에는 그의 생가터가 남아있다.
선조들의 절약정신은 요즘 같은 소비만능의 시대에 깨우쳐주는 바가 크다. 새천년은 우리에게 많은 변화를 요구하고 있다. 절약정신을 생활화하는 것도 그 중의 하나가 아닐까. 소비 중심의 사회에서 이제는 아끼고 보존하고 다듬어 가는 삶의 철학을 배워야 한다. 경제 위기를 어느정도 극복했다고 우리네 삶이 마냥 풀어져서는 안된다. 너, 나 할 것 없이 어려움에 처한 때를 다시 돌아보고, 씀씀이를 조금씩 줄여나간다면 국가는 물론 개인의 경쟁력도 한층 높아질 것이다.
절제는 「나」를 바로 세우는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