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기획/특집

며느리와 함께 금강산 오른 고삼식-김옥자 부부

입력일 2010-10-19 12:00:00 수정일 2010-10-19 12:00:00 발행일 1999-10-17 제 2172호 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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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깡마른 아이들에게 무엇이든 주고 싶었는데…”
『생전에 금강산을 보게되리라고는 꿈도 못꿨지요. 빨리 통일이 돼 도와주고 싶은 마음뿐입니다』

지난 10월 5~8일 3박4일동안 서울대교구 강남가톨릭문화원이 개원기념 행사로 연 제1회 선상기도회 및 금강산 등정 행사에 며느리와 함께 참가한 고삼식(67) 할아버지 김옥자(67) 할머니 내외는 통일이 「나누고 싶은 마음을 나누는 것」이라는 단순한 진리를 투박하지만 진솔한 언어로 쏟아냇다.

전라남도 완도에서 벼농사와 굴양식을 하는 고할아버지 내외는 며느리가 권하는 금강산관광 나서며 벼베기에 타는 마음을 금강산을 오르며 까마득히 잊어버렸다고 한다. 신자가 아니면서도 여정 내내 미사에 함께 하며 통일의 염원을 담아 두손을 모으기도 한 고할아버지 내외는 금강산에서 만난 북한 동포들을 잊을 수 없을 것이라고 한다.

차창을 스쳐가는 북녘의 가을 들판을 유심히 살폈다는 노부부는 오히려 자신들같이 나이든 이들이 아니라 젊은이들이 북녘땅에 다녀갈 필요가 있다고 강조한다. 『백번 듣는 것보다 한번 보는 게 낫다는 말을 실감했어요. 깡마른 아이들에게 무너가를 주고 싶었는데

…』

지난 추석 때 경운기에 발을 다친 시어머니의 손을 꼭 쥐고 가을이 오고 있는 금강산을 오른 맏며느리 김운자(세실리아·44·서울 청담동본당)씨는 좀 더 건강하실 때 모시고 왔더라면 하는 아쉬움을 엿보이기도 했다. 『부모님들이 마음속에 금강산보다 더 큰 것을 담아 가시는 것 같아 기쁩니다』

「평양 모란봉교예단」의 공연을 보며 가슴이 아파 울었다는 노부부와 며느리, 통일에 대한 마음이 절절함에도 북측 관리원과 인사조차 변변히 나누지 못했다는 이들은 가슴에 통일의 씨앗 하나씩을 심고 산을 내려왔다.

『기도밖에 없을 듯해요. 빨리 통일이 돼서 나눌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두손 모은 기도 가운데 통일은 이들의 가슴에 성큼 다가선 듯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