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기획/특집

‘용의 눈물’ 작가 이환경(석두 루가)씨

오세영 기자
입력일 2010-09-30 12:00:00 수정일 2010-09-30 12:00:00 발행일 1999-09-05 제 2167호 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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좌절 모르는 매서운 ‘글쟁이’
매주 250매 원고 작성
역사적 고증위해 동분서주
현재 ‘태조 왕건’ 집필
「무풍지대」「훠이훠이」「초혼가」「적색지대」그리고 「용의 눈물」.

TV 드라마 시청자라면 이 작품들의 흐름이나 내용, 주인공이 남성중심적이라는 특징을 금새 파악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이 작품들이 한 작가의 손에서 태어났다는 사실을 아는 이들은 드물다. 인기 드라마 「용의 눈물」의 작가 이환경(석두 루가·50)씨. 그는 정치, 역사, 주먹세계, 기업 등 주로 남성의 삶을 소재로 작품활동을 펼친다.

『태생적인 한계인 모양입니다. 멜로물을 써 보려고 시도해 봤으나 안되더라구요』

운동을 한 듯한 다부진 체구의 이환경씨는 씩씩하고 의리있는 남자이길 바라는 자신의 꿈을 작품에 담은 것 같다.

이씨가 19개월이라는 오랜기간동안 한국방송공사 제1텔레비전에서 방영된 「용의 눈물」에 쏟은 정성은 드라마가 뿌린 화제 만큼이나 엄청났다. 매주 250여매의 원고를 쓰는 일은 그에게는 즐거운 고행이었다. 용의 눈물이 사극인 까닭에 내용의 역사적 고증을 위해 일일이 주위 역사학자나 대학 교수들을 찾아다니며 사실 확인 작업을 거쳐야 했다.

한국방송대상 수상을 비롯해 여러 방송사에서의 섭외 등 많은 인기를 얻고 있는 이환경씨의 젊은 시절은 그러나 밑바닥 인생 그 자체였다.

『저는 6.25 나흘 전 인천에서 태어났지요. 철도청 고위간부였던 아버지는 간난 아기와 산모를 두고 피난갈 수 없었죠. 결국 아버지는 인민군에 의해 강제로 노동당에 가입했고 그로 인해 장기간 옥살이를 하셨죠』

아버지의 옥살이로 집안이 너무 어려워 이씨는 초등학교를 겨우 졸업하고 집을 나와야 했다. 그는 집을 나와 부산, 목포 등을 떠돌며 구두닦이, 중국음식집, 목재소 등을 전전했다.

초등학교 때부터 글쓰기를 좋아했던 이씨는 어려운 환경 속에서도 작가에 대한 꿈을 버리지 않았다.

『열 여섯 살부터 신춘문예에 응모했는데 매번 쓴 맛을 보았죠. 지금 생각하니 맞춤법도 맞지 않던 글이 당선될리 없었던 거죠』

하지만 이씨는 좌절하지 않고 닥치는 대로 글을 일으며 글쓰기를 잠시도 게을리 하지 않았다. 결국 그는 나이 서른에 동아일보 신춘문예 시나리오 부문에 당선되면서 등단했다.

요즘 이환경씨는 후삼국을 통일하고 고려를 세우는 과정을 그린 「태조 왕건」이라는 작품 집필에 몰두하고 있다. 「태조 왕건」에 대해 이씨는 『내년 3월부터 방송될 예정인 이번 작품은 단순한 사극이 아니라, 후삼국이 고려로 통일된 것 같이 남북이 빨리 통일됐으면 하는 바람을 담은 극』이라고 설명했다.

7년전 세례를 받은 이환경씨는 『집필하랴 촬영현장에 가보랴 정신없이 지내다 보니까 신앙생활을 열심히 할 순 없지만 제겐 하느님의 자녀라는 게 얼마나 큰 힘이 되는지 모릅니다』라며 환하게 웃는다.

오세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