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성

대희년을 배웁시다 (1) 희년이란 무엇인가?

박영식 요한 신부(가톨릭대학교)
입력일 2010-05-27 12:00:00 수정일 2010-05-27 12:00:00 발행일 1999-04-04 제 2145호 9면
스크랩아이콘
인쇄아이콘
하느님 사랑 때닫도록 교회 교도권이 마련한 「거룩한 해」
희년의 기쁨은 회개 기쁨과 죄사함 받은 것에 대한 기쁨
교황 교서 「제3천년기」발표를 즈음하여 회자되지 시작한 2천년 대희년에 대한 화두가 이제 본 궤도에 오를 시점이다. 그러나 수년간 준비과정을 거치면서도 대희년의 의미는 좀처럼 우리 신자들의 의식과 삶속에 각인되지 못하고 있는 것 같다.

그동안 대희년 교육 프로그램을 통해 희년 정신 확산에 앞장서온 본보는 보다 체계적인 희년교육을 위해 「대희년을 배웁시다」라는 고정난을 시작한다. 새 기획 「대희년을 배웁시다」는 가톨릭대화 로마 우르바노 대학 강단에서 후학들을 가르치고 있는 박영식 신부를 초대, 대희년의 의미와 전통, 정신, 가르침 등 우리 신자들이 알고 맞이해야 할 2천년 대희년의 모든 것을 정확히 전달하는 진솔한 교육의 장으로 준비된다.

『그리스도 탄생 후 2000년은 그리스도인들에게 뿐만 아니라, 이 두 천년기 동안 그리스도교가 수행해 온 걸출한 역할로 인해 간접적으로는 전인류를 위해서도 특별한 대희년이 된다』(「제삼천년기」15항). 2천년 대희년은 예수 그리스도의 육화의 신비를 더욱 잘 깨닫도록 초대하는 해이다. 하느님께서 2000년 전에 당신 외아들을 우리에게 보내시어 우리와 같은 사람이 되게 하시면서까지 우리를 사랑하신다는 것을 기억하는 해이며, 그리스도께서 우리를 사랑하셨던 것처럼 우리도 모든 이를 사랑해야 함을 기억하는 해이다. 『너희가 남에게 바라는 대로 남에게 해 주어라. 이것이 율법과 예언서의 정신이다 』(마애 7,12).

그리스도의 탄생을 기념하는 2천년 대희년을 맞아 우리 모두는 사랑이신 하느님에 대해 생각하도록 초대받았다. 사랑은 우리로 하여금 하느님께 더욱 가까이 나아가도록 하고, 내적 평화를 줄 것이다. 그리스도인이라면 「왜 특별한 대희년을 지내야 하는가」에 대해 묻는 혼자만의 조용한 시간을 가져야 한다. 왜냐하면 『지금이 바로 그 자비의 때이며 오늘이 바로 구원의 날』(1고린 6,2)이기 때문이다.

2천년 대희년은 영적으로 새로 태어나는 해이며 개인적으로 그리스도와 만나는 해이다. 하느님의 자비로우심을 깨닫고 그분께 더욱 가까이 나아가는 해이며 형제들 사이에 더 큰 사랑을 나누는 해이다. 대희년은 자비로우신 아버지 하느님께서 당신 외아들을 지극히 사랑하시고 그분을 통해 당신 자녀로 받아 주시기까지 우리 모두를 사랑하신다는 것을 깊이 깨닫도록 교회 교도권이 마련한 「거룩한 해」(희년을 「거룩한 해」로 부른 것은 알렉산드로 6세 교황이 1499년 12월 24일에 시작해서 1501년 1월 6일에 마감한 희년 때부터이다)이다. 『하느님은 이 세상을 극진히 사랑하셔서 외아들을 보내 주셨고 그를 믿는 사람은 누구든지 멸망하지 않고 영원한 생명을 얻게 해주셨다』(요한 3, 16)

그렇다면 그리스도인들은 2천년 대희년을 어떻게 준비해야 하는가?

무엇보다 먼저 자신이 세례받은 그리스도인이라는 사실에 대해 깊이 묵상해야 한다. 나는 지금 무엇을 하고 있으며 왜 사는가? 내가 과연 그리스도인이라 말할 수 있는가? 나는 나의 신앙을 행동으로 옮기고 있는가? 나는 내 주위 사람들을 어떻게 생각하는가? 『사람이 온 세상을 얻는다 해도 제 목숨을 잃거나 망해 버린다면 무슨 이익이 있겠는가?』(루카 9,25)라는 복음 발씀을 진지하게 생각해 보았는가?

둘째, 주님 앞에서 우리는 모두 죄인임을 깨닫고 자신의 잘못을 뉘우쳐야 한다. 희년의 기쁨은 특히 회개의 기쁨과 죄사함을 받은 것에 대한 기쁨이다. 『죄인 하나가 회개하면 하느님의 천사들이 기뻐할 것이다』(루가 15,10)

셋째, 아버지께로 돌아가려는 결단을 내려야 한다. 『어서 아버지께 돌아가, 아버지, 제가 하늘과 아버지께 죄를 지었습니다. 이제 저는 감히 아버지의 아들이라고 할 자격이 없으니 저를 품꾼으로라도 써 주십시오 하고 사정해 보리라』(루가 15,18-19). 『회개하고 이 복음을 믿어라』(마르 1,15). 『고생하며 무거운 짐을 지고 허덕이는 사람은 다 나에게로 오너라. 내가 편히 쉬게 하리라』(마태 11,28)희년을 준비하는 지금 그리스도인이라면 아버지의 사랑으로 되돌아가기를 결심하고 바로 행동으로 옮겨야 한다. 그리하여 단지 내적 기쁨 분만 아니라 외적으로도 드러나는 환희를 모두가 맛보아야 한다.

우리는 이 지면을 통해 교회안에서 계속 거행해 온 희년의 뿌리와 역사를 더듬어 보고자 한다. 그 정신은 어디세어부터 유래하며, 희년이 언제, 어떻게 왜 시작되었고 오늘 그리스도교 희년이 추구하는 바는 무엇인가를 함께 숙고함으로써 2천년 대희년과 더불어 우리 모두가 하느님의 은총과 자비를 가득히 받는 계기가 되도록 준비하자.

박영식 요한 신부(가톨릭대학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