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과 사람

[이런 사람 이런 삶] 미용사 이영자양

마승열 기자
입력일 2009-06-25 01:40:00 수정일 2009-06-25 01:40:00 발행일 1998-08-09 제 2114호 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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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살에 호적 오른 버림 받은 인생
서경야독-주말봉사 “새 삶 개척”
키워준 할머니집 나와 새 삶 위해 신문배달
살레시오수녀회 소개 미용실서 기술배워
최고 미용인 꿈꾸며 중학교 검정고시 준비
주말에는 봉사활동
서울 「푸른세대」 미용실에서 햇수로 4년째 근무하고 있는 이영자(루시아ㆍ18)양. 아직 소녀티를 채 벗지 못한 이 어린 소녀가 몇 년 전부터 헐벗고 소외된 이들을 돕는 일에 앞장서고 있어 훈훈한 감동을 전해준다.

봉사의 삶을 살고 싶다는 이양은 틈나는대로 노인복지기관인 「이냐시오의 집」 「서울시립양로원」 등을 찾아가 외롭게 살아가는 할아버지, 할머니의 말동무가 돼 주기도 하고, 목욕도 시켜드린다. 이양에게 이일처럼 보람되고 기쁜 일도 없다. 그는 또한 한 달에 2번 정해놓고 미용실 직원들과 함께 살레시오 수녀원과 수도원에서 미용봉사를 펼치고 있다.

3살때 부모로부터 버림받은 이양은 어느 할머니 밑에서 자랐다. 가족들의 축복과 사랑속에서 자라온 다른 또래의 아이들과는 판이한 삶을 살아온 것.

이양의 실제 나이는 21살. 하지만 11살 때 호적에 오른 관계로 주민등록상 나이는 18살이다. 자그마한 키에 온순해 보이는 얼굴. 이양의 얼굴은 밝고 순수했다. 그의 얼굴에서는 어둠의 그림자를 찾아 볼 수 없었다.

『저는 지금이 너무 행복합니다. 힘들고 외로울땐 주님께 힘을 달라고 애원하기도 하죠. 제 인생의 목표가 정해지니까 힘이 생깁니다』

누구보다 자신의 꿈과 희망을 찾고자 노력해온 이영자양. 세상을 알기 전에 남의 손에서 성장해온 이양은 많은 날들을 얼굴도 알지 못하는 엄마를 그리며 눈물지었다. 그에겐 꿈과 희망도 없는 듯 보였다. 11살때까지 호적에 조차 오르지 못했던 이양은 그저 어깨너머로 글을 깨우치며 허송세월을 보내야만 했다.

이양은 어느 추운 겨울날 중대한 결심을 하고 키워준 할머니에게서 나왔다. 그는 친구집에 한달가량 머무르면서 신문배달 등 닥치는대로 일을 했다. 자신의 인생을 찾기 위해서였다. 얼마후 이양의 인생에 중대한 전환기가 찾아왔다. 살레시오 수녀회 소개로 김명희(엘리사벳) 원장이 운영하는 미용실에 들어간 것. 그는 처음 인사 나누는 자리에서 『남들보다 조금 일찍 부모와 헤어진 것 뿐이니 용기를 가져라』고 말한 김원장의 격려가 지금까지 살아오면서 많은 힘이 된다고 전한다.

이양은 지난 96년 4월 6일 하느님의 자녀가 됐다. 살레시오회 모든 수녀들의 축복속에 세례를 받은 그는 이날을 영원히 잊지 못한다. 자신의 인생에 가장 기쁘고 축복받은 날이었다고.

『제 인생에 있어 가장 기뻤던 날이 세례받던 날이었습니다. 앞으로 이날을 영원히 잊지 못할 거예요』

이양은 최근 눈코뜰새없이 바쁘다. 중학교 검정고시를 준비중인 그는 낮에는 미용실에서, 밤에는 학원을 오가며 열심히 향학열을 불태우고 있다. 이러한 이양의 처지를 안 서울 발산동본당 김홍진신부는 선뜻 장학금도 지원했다.

아직 소녀티를 벗지 못한 이양은 또래 친구들처럼 음악과 영화를 좋아하는 감성파 소녀. 그는 앞으로 인정받는 미용인이 되는 게 바람이다.

『열심히 노력해서 인정받는 미용인이 되고 싶습니다. 주님의 자녀로 부끄럽지 않는 사람이 되겠어요. 새로운 인생을 찾게 해준 원장님과 동료들에게 고마움을 전합니다』

마승열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