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기획/특집

하늘의 제왕 ‘2008 탑건’ 박문범 대위

이지연 기자
입력일 2009-01-04 03:47:00 수정일 2009-01-04 03:47:00 발행일 2009-01-04 제 2630호 1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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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행하며 하느님께 다가갑니다”
끊임없는 노력에 어머니의 깊은 신앙 뒷받침
과중한 업무량에도 ‘비행 전 기도’ 잊지 않아
탑건(Top Gun, 최고 공중 사격수)

하늘을 나는 조종사를 동경해 본 사람이라면 하늘의 제왕인 ‘탑건’은 꿈의 단어다. 12월 10일 ‘2008년 보라매 공중사격대회’시상식에서 하늘의 제왕 자리를 거머쥔 제38 전투비행전대 111대대 소속 박문범(베드로·30·공사50기) 대위에게도 그랬다.

“제가 탑건이 되리라고는 생각도 못했습니다. 욕심을 버리고 마음 편하게 탔죠. 파일럿 생활을 하면서 한번 받을까 말까한 상을 받아 기쁘기는 하지만 그만큼 부담도 큽니다.”

박대위는 지난해 10월 15일부터 같은 달 27일까지 실시된 공중사격대회에서 전투기사격(공중요격과 공대지사격) 부문에서 1609.2점(2000점 만점)을 기록해 우승을 차지했다.

KF-16 전투기 조종 5년차인 박대위에게 이번 결과는 뜻밖이었다. 경력도 경력이지만 지난해 대회는 예년과는 평가방법이 많이 달랐기 때문이다.

가상표적에 공중사격을 했던 공대공 사격은 직접 기동하는 가상 적기를 요격하는 방식으로 변경됐으며 공대지 사격은 공군의 방공포병 전력을 가상 적 방공시설로 설정해 실제 전투상황과 같은 환경에서 진행됐다. 또한 평소 훈련 중 실시했던 공대지 사격 결과도 40%나 반영됐다.

이와 같이 실전적으로 평가방법이 개선된 대회에서의 우승은 진정한 전투 조종사로서 인정받는 기회가 돼 그에게는 더욱 의미가 크다.

“저희 조종사들 가운데에는 ‘운칠기삼’이라는 말이 있습니다. 운이 칠이고 기상의 영향이 삼이라고 할 정도로 조종사들의 실력도 실력이지만 환경이 중요하다는 의미입니다.”

자신의 탑건 수상을 운과 날씨 덕분이라고 말하는 박대위는 사실 부대에서도 알아주는 ‘성실파’다. 공사 졸업 때에는 합참의장상을 수상했고 중등비행교육과정 1등, 고등비행교육과정 2등이라는 우수한 성적도 성실함에서 비롯됐다. 그는 평소에도 자신의 비행기록이 담긴 비행영상녹화장치(ADVR)를 분석하며 최적의 사격타이밍을 도출하기 위해 끊임없이 노력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성실과 함께 최고 공중사격수가 될 수 있었던 또 다른 이유는 어머니 양문숙(율리안나·60·전주 송천동본당)씨 덕분이라고 말했다.

“어머니가 늘 저를 위해서 기도하세요. 이번에 제가 탑건이 된 것도 어머니의 기도 때문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어요.”

오후 10시 이후까지 이어지는 야근은 다반수고 주말에는 5·8·30분 대기 등 개인생활을 거의 할 수 없지만 박대위는 비행 전에 기도하는 것은 잊지 않는다고 한다.

공군사관학교 재학 당시 세례를 받은 박대위는 “제 삶이 늘 비행할 준비를 하고 있어야 하는 긴장의 연속이지만 마음은 주님과 함께 한다”며 “성당은 못가지만 하늘에 올라가 주님께 더욱 가까이 다가간다고 생각하며 비행을 한다”고 전했다.

지난해 3월 간호장교인 아내(장수미 대위·29)와의 결혼과 아내의 임신 소식 등 좋은 선물을 많이 받은 거 같다는 박대위의 꿈은 선후배들과 국민에게 부끄럽지 않은 조종사가 되는 것.

“앞으로 제가 조종해야 할 시간이 지금까지 해온 시간보다 많습니다.

8~10년 동안은 대한민국 공군 전투조종사로서 임무를 다 해야죠. 과분하게도 이번에 큰상을 받았지만 이 상이 부끄럽지 않은 조종사가 되기 위해 노력하겠습니다.”

이지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