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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가 이곳에 성모상을? 서울 금천경찰서 유치장에 걸려

오혜민 기자
입력일 2006-12-03 11:11:00 수정일 2006-12-03 11:1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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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소 30년 넘은 것으로 추정

따뜻한 영성의 바람 불어넣어

11월 23일 서울 금천경찰서 경신실 축복식을 다녀간 많은 사람들은 ‘유치장에 계신 성모님’에 대해 수군거렸다. 금천경찰서 유치장에 성모상이 있다는 것이다. 확인 결과, 경찰서 유치장은 ㄷ자 형태의 2층 건물로 유치장 내 2층 계단 위 벽면에 성모상 부조가 걸려있었다. 경찰서가 1972년에 설립된 것으로 보아 성모상은 최소 30년이 넘은 것으로 추정된다.

지름은 약 2m, 두께는 5~7cm인 나무재질 원형 성모상으로서 가슴에는 성혈이 배어나오는 심장 모양의 예수성심이 있으며 시선은 유치장 아래를 향하고 있다. 경찰서 관계자들은 ▲담당 경찰이 성모상을 뒤로 하고 유치장 안을 주시한다는 점 ▲유치장은 폐쇄된 공간으로서 제한된 인원이 드나든다는 점 ▲CCTV 뒤에 성모상이 있다는 점 등을 꼽아 오래 전부터 성모상이 있었지만 ‘예술품’ 정도로만 인식했다고 전했다.

서울대교구 경찰사목위원회 강혁준 신부는 “차갑고 소외된 이곳에 누군가 성모상을 걸어놓아 신앙을 표현하려고 하지 않았을까”라며 “인간의 구원과 회개를 위해 기도하는 성모님이 유치장에 계신다는 것이 놀라울 따름”이라고 말했다.

성모상은 유치장 사목을 하는 천주교 봉사자들과 담당 경찰이 우연히 이야기를 나누던 도중 발견됐다.

금천경찰서 남기찬(알로이시오 59) 경무과장은 “담당 경찰관 누구도 벽면에 걸린 부조상이 성모님이라고 생각하지 못했다”며 “누군가 유치장에 따뜻한 영성의 바람을 불어넣기 위해 성모상을 만든 것 같다”라고 말했다.

오혜민 기자